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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본 30년 공들여 ‘에너지 혁명’
[세계]일본 30년 공들여 ‘에너지 혁명’
  • 허만율
  • 승인 2008.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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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쇼크 뒤 지속적인 정책으로 에너지 효율 국가로 변신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에너지 절감이 국가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에너지 소비가 크게 늘었으나, 에너지 소비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임에도 미국, 일본보다 산출량에 대비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것은 문제다.
또한, 교토의정서 등 국제적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선진국 수출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30여년에 걸친 노력 끝에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 국가로 변신하는 에너지 혁명에 성공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조사에 따르면 1달러의 GDP를 만들기 위해 일본이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1이라고 할 경우 한국은 3.2, EU는 1.9, 미국은 2.0에 달할 정도로 일본의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본은 국제적인 유가급등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안정되는 경제적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더구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같은 고효율 에너지 기기, 신재생 에너지, 대체 에너지 부문의 산업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는 1차 오일 쇼크부터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온 선샤인 계획과 뒤이은 문라이트 계획, 그리고 이를 통합한 뉴선샤인 계획들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으로 얻은 결과이다.
소비증가율 마이너스 에너지 소비량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일본에 비해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는 1차 오일 쇼크 이후 꾸준한 에너지 절감 정책에 의해 에너지 효율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소비 증가율은 1960년대 217.9%에서 1990년대 18.6%로 감소하다가 2000년대 들어서는 2004년까지 -1.5%로 소비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1인당 소비량은 2000년 4.16TOE(석유 1t을 태울 때 얻는 열량)까지 증가한 이후 4.1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1000달러 GDP 생산을 위한 소비량도 1960년대 0.855TOE에서 2004년 현재 0.156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에너지 효율성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에너지 소비량은 1990년대까지 10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다가 2000년대 들어서야 2004년까지 2.9%로 증가세가 둔화되었다.
1인당 소비량도 증가세를 기록하여 2004년 현재 4.58TOE를 기록하고 있으며, 1000달러 GDP 생산을 위한 에너지 소비량은 0.36TOE 수준으로 일본의 2배가 넘고 있다.
1차 에너지 소비원의 비중 측면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차 에너지원의 연도별 소비 비중을 살펴보면, 일본은 석유 비중이 꾸준히 감소해 온 반면 가스와 원자력의 비중은 늘어왔다.
이는 한국도 일본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
석유의 경우에는 한국은 1980년대 전체 1차 에너지의 61.1%에서 2004년 현재 45.7%까지, 일본은 68.0%에서 47.8%까지 비중이 감소한 반면, 이 감소분의 대부분을 가스와 원자력이 채우고 있다.
일본은 1970년대 1, 2차 오일 쇼크를 겪으면서 신에너지 기술 개발과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1974년 ‘선샤인 계획’을 통해 신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1978년 ‘문라이트 계획’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 제고에 주력해왔다.
그리고 1993년 기존의 선샤인 계획과 문라이트 계획을 통합한 뉴 선샤인 계획을 수립해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추구하게 되었다.
또한, 최근 고유가 지속과 청정에너지 전환의 가속화에 대비해 2006년 ‘신 국가에너지 전략’, 2007년 ‘에너지 기본 계획’을 발표한 이후 2050년까지 세계의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감축한다는 ‘Cool Earth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저탄소 사회 일본을 목표로 하는 ‘후쿠다 비전’(2008년)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1차 오일 쇼크를 계기로 1974년 수립된 선샤인 계획은 신에너지 연구개발을 통하여 에너지원을 다양화하고 석유 의존도를 낮춰 2000년까지 에너지 수요의 상당 부분을 비석유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차 오일 쇼크를 계기로 수립된 문라이트 계획은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사용의 합리화를 주요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이후 1993년에 선샤인 계획과 문라이트 계획을 통합 수립된 뉴 선샤인 계획은 지속 성장, 에너지, 환경 문제의 동시 해결에 관한 기술개발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신에너지 기술, 에너지 절약 기술, 환경대책 기술 등의 상호 중복되는 분야를 조정해 효율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선샤인 계획, 문라이트 계획 및 이를 통합한 뉴선샤인 계획 등에 누계 1조3천억엔 이상의 정책적 지원을 실시했다.
2006년에 발표된 ‘신 국가 에너지 전략’은 최첨단 에너지 수급구조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 첫째, 에너지 효율성 제고 부문에서는 에너지 효율성을 2003년 현재 37%에서 2030년까지 추가적으로 30%의 효율성 제고를 추진한다.
둘째, 석유의존도를 2003년 현재 47% 수준에서 2030년까지 40%를 밑도는 수준으로 지향하고, 수송부문에서도 2030년까지 석유의존도를 80% 수준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셋째, 일본 발전량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도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40%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넷째, 해외 석유자주 개발률을 현행 15%에서 2030년까지 40% 정도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다섯째, 부문별로 에너지 효율 향상을 촉진하기 위해 벤치마크 대상인 ‘탑 러너(Top Runner)'를 선정하는 등 업계 표준 이상의 효율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수급에만 초점 맞춰 우리나라도 1970년대 2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중장기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고 관련법 정비를 추진해왔다.
특히, 2차례의 석유 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유 소비가 계속 증가하자 정부는 탈석유 정책을 통한 에너지 수급구조의 개편을 추진해왔으며, 탈석유 정책과 더불어 원자력 발전에도 눈을 돌려 육성에 힘을 쏟아 왔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에너지 이용 합리화법’에 근거해 10년을 계획 기간으로 하는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이 1997년과 2002년 2차례에 걸쳐 수립돼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본 계획들은 단기적이며 개별 법령에 의해 연계가 약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 에너지 기본 계획’이 수립되었지만 그동안 사안에 따른 개별법 적용 및 다양한 관리주체로 인해 계획 기간이 다르고 상호 연계성이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에너지 기본법(2006)’ 제정 및 공포를 통하여 정부는 20년 이상을 계획 기간으로 하는 ’2030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 정책은 차이가 있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수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지속적인 에너지 절감과 대체 노력으로 공급은 유지한 반면 소비는 감소하는 ‘효율성 제고’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1, 2차 석유위기를 경험하면서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는 소재산업 중심의 일본 제조업을 가공 조립형 산업으로 변화시켜 왔다.
특히 산업용 중질유 가격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해 비용이 높은 에너지 억제와 다소비 산업 퇴출 및 생산 공정에서의 에너지 향상 노력을 유도했다.
또한, 에너지 절감과 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을 위한 '선샤인 계획', 기업과 민간의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는 '성(省)에너지법' 등, 에너지 효율성 강화에 중점을 둬왔다.
정책 목표 측면에서 한국은 현재의 에너지 소비를 감축하는 ‘대책’ 차원에서 머물고 있다.
반면 일본은 에너지 정책을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상업화 기회로 활용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에너지 절감 및 대체에너지 관련 기술의 개발을 통해 기술 수준의 우위를 유지하면서 시장 선점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에너지 관련 정책을 ‘대책’ 차원에서 나아가 세계 에너지 기술을 선도하는 ‘상업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결국 일본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에너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효율성 제고와 신에너지 개발을 통한 상업화에 성공함으로써 두 마리 토기를 잡는 성과를 올리게 된 것이다.
허만율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myhur112@hri.co.kr
대체 에너지 비중 늘려야
에너지 전략은 무엇보다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립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오일 쇼크 이후 에너지 관련 정책 수립 시, 미래의 국가경제구조 및 에너지의 상업화까지 염두에 두고 최소한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야 비로소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에너지 종합 대책을 마련했으나 단기적이고 개별 법령에 의해 연계가 약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도 장기적인 국가 발전 비전과 연계하여 체계적인 ‘국가 종합 에너지 전략’을 수립,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사안별, 관리 주체별로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에너지 관련 대책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한 대책 마련 및 체계적인 추진도 필요하다.
일본은 에너지 소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산업, 민생, 수송 등의 각 분야에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책으로 오늘날 세계 제일의 에너지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이 24개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에너지 효율 최고 제품을 업계 표준으로 지정하는 ‘탑 러너(Top Runner)' 제도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에너지 소비 비중이 많은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에서는 에너지 효율성 강화를 위한 상시적 점검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산업별 연계를 통한 에너지 절약 등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신재생 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
일본은 장기간에 걸쳐 대체 에너지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가시적인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 등 환경 문제에 대응하면서 산업화 측면에서도 선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지구 환경과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및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늘려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산·관·학 연계와 제도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에너지 관련 R&D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일본이 에너지 효율성 측면에서 오늘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된 이면에는 정부 차원에서 신에너지 개발 및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해 막대한 재정적 지원과 제도적 정비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4년부터 2002년까지 누계로 1조 3천억엔에 상당하는 R&D 지원을 행했으며, 이중 실용화로 연결된 프로젝트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
허만율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myhur112@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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