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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얼어붙은 대북정책에 남북경협 ‘발목’
[커버]얼어붙은 대북정책에 남북경협 ‘발목’
  • 박득진
  • 승인 2008.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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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사업 없이 지난 정부 성과로 연명 … 10·4공동선언 실천이 해답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 일지
‘실용정부’를 표방하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으로 북한이 핵포기를 할 경우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높여주겠다는 ‘비핵개방3000구상’을 제안했다.
북한은 지난 6월, 6자회담의 9·19 합의에 따라 핵신고를 마쳤으며, 영변의 원자로를 폭파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미국은 올 봄 북한에 쌀 50만톤을 지원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며 십수년간을 끌어온 북핵문제에 종지부를 찍을 태세다.
나아가 북미관계 정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실용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실용적인 세일즈에 성공했을까? 정부의 대북관계 업무는 7개월째 ‘실종’상태다.
‘통일부는 개점휴업 중’이라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다.
김하중 통일부장관은 새 정부의 비핵·개방 3000구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만들지도 못하고 있으며, 이렇다 할 사업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더부살이 3달 만에 현판식 지난 6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조촐한 현판식이 거행됐다.
통일부가 지난 3월 외교통상부가 사용하는 별관으로 ‘더부살이’하듯 입주했고, 석 달이 지나서야 통일부의 간판을 다는 ‘현판식’을 진행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통일부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일부가 간판 다는 데만 3개월 걸린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통일부는 통일부대로의 고충이 존재한다.
통일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조직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을 넘나들었다.
‘중환자실’에서 ‘회복실’로 옮겨졌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소신껏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당국 간 대화는 물론 추진하고 있는 사업도 없으며, 민간교류 역시 정부의 통제를 받아 침체기를 맞고 있다.
해마다 진행되는 이산가족 행사도 무산됐다.
남북은 지난해 11월 열린 적십자회담에서 올해 500가족의 상봉과 160가족의 화상상봉을 합의했지만 올 들어 아직까지 이산가족 상봉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국이 오랜 세월을 논의해 만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금강산 면회소가 최근 완공됐지만 면회소가 언제 사용될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북은 10년 만에 따로 따로 입장했으며, 정부는 민주노동당과 전교조의 집단방북신청마저도 불허했다.
매년 광복절의 통일부는 바빴다.
남북이 함께 맞는 ‘광복절’이기에 남북이 함께 하는 행사가 많았다.
이산가족 상봉도 있었고, 남북을 오가며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들도 풍성했다.
대통령의 광복절 담화는 일제로부터 벗어난 광복절을 기념하며 민족의 화해와 평화, 공동 번영을 강조했고 굵직굵직한 협력의 제안들이 포함됐다.
하지만 광복절 행사가 아닌 ‘건국 60주년 기념행사’로 진행된 광복절 행사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고, 통일부는 역시 한가했다.
‘광복절’ 아닌 ‘건국절’에 북한은 없었다 지난 8·15 ‘건국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북한’을 언급했다.
하지만 뉘앙스는 달랐다.
대통령은 “북한이 전면적 대화와 경제 협력에 나서기를 기대한다”며 북측이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듣기에 따라 ‘우리 정부는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데 북한 정부가 나서지 않아 대화가 경색됐다’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변화도 거듭 촉구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고, 나아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면 우리는 유라시아 태평양 시대의 중심이 될 수 있다”며 “해양시대와 대륙시대를 동시에 열면서 통일한국은 세계중심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시 구체적인 제안이나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통령은 이어 “저는 얼마 전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서 ‘북한이 하루빨리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 한국과 미국이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대북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엔가입 이후 남북은 서로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했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라고 말하고 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민감하게 말하는 체제전환(regime change)을 요구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건국절 이후에는 바로 한미연합 UFG (을지 Freedom Guardian, 을지연습)로 또 한 번 남북이 티격태격했다.
북한은 을지연습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해 “동족을 주적으로, 선제타격대상으로 규정하고 저들 주도의 군사작전을 떠벌인다”며 을지연습을 ‘북침전쟁연습’으로 규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1일 을지연습 종합상황실과 한미연합 지휘소를 잇달아 방문하고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하지만 만의 하나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날 밤에라도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대비태세를 항상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티격태격’이라는 표현은 마치 대놓고 싸우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는 그렇지도 못하다.
서로 따로 따로, 서로 반응 없이 각자의 목소리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서로 말만 조심하고 사전 조율이 있었다면, 을지연습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었다.
이번 연습은 다른 때와는 달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앞서 한국군 주도로 이뤄진 첫 훈련이기 때문이다.
대화 채널이 있었다면 서로 이해하고 좋게 갈 수 있는 접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는 잘 굴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지난 22일 브리핑을 통해 최근의 남북관계에 대해 “잘 안 된다고 사람들이 말하는데 실제로 팩트에 근거해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대변인의 설명에 따르면 작년 16만명의 남북 왕래 인원이 올해 7월까지만 벌써 11만 5천명이 오갔으며, 교역액 역시 작년 18억달러인데, 올해 벌써 11억달러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객은 작년 34만5천명인데 반해 올해는 7월 말까지 20만명을 기록했다.
개성공단 가동기업수와 생산액은 작년 65개 업체 2억 달러에서 올해 6월 말까지 72개 업체 1억 2천만 달러로 그야말로 ‘괜찮은 수준’이라는 결과다.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한껏 웅크리고 있었는데, 수치로 환산해 보니 지난 6개월간의 남북관계 성적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호년 대변인은 “당국간 대화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교류와 협력은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는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남북 당국간 대화 경색을 우려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렇다.
사실 개성공단만 보더라도 아직 ‘후퇴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숫자가 아니라 ‘수치의 흐름’이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는 2004년 12월 255명으로 출발해 2년 후인 2006년 11월 1만명, 2007년 11월 2만명을 돌파하고 올해 7월 3만명을 넘어섰다.
수치를 보면 개성공단이 출범한 2004년 말, 미미하게 시작해 해를 거듭할수록 엄청나게 불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72개사가 가동 중이지만 공장 건축 중인 곳만 50개(개성공단 1단계 건설 완료)다.
이 공장들만 준공되더라도 고용되는 인력과 생산량은 다시 한 번 두 배를 쉽게 달성하게 된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급격하게 늘어가던 남북왕래가 올해 상반기로 ‘종료’됐다.
금강산 관광도 ‘종료’됐다.
개성공업지구 이후의 건설과 경협 논의 역시 ‘중단’상황이다.
이전 정부의 경협내용 중 ‘일부’가 가동 중일 뿐이다.
통일부 대변인은 그것만으로도 ‘남북관계가 아직 좋다’고 발표했다.
현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했던 지난 정부가 남겨 둔 성과로 연명하며 ‘아직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수치만 보면 ‘정상’ ‘생산’을 위해선 ‘투입’이 필요한데 투입이 중단됐다.
북한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고, 우리 정부는 뜬금없이 19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를 주장했다.
간과해서는 안 될 사실은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 남북 경제발전에 대한 ‘해답’이 있다는 것이다.
10·4남북정상선언 제5항에는 규모 있는 남북협력사업들을 담고 있다.
우선 해주와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경제특구(해주특구)건설, 해주항 활용,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담은 대규모 사업 내용이 담겨 있으며, 개성공단의 1단계 건설 완공 및 2단계 개발 착수와 더불어 군사분계선 일대에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대규모 협력지대가 건설되는 전망을 펼쳐 놓았다.
철도, 고속도로 개보수 문제, 남포와 안변 조선협력단지 건설 문제, 농업·보건의료·환경보호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사업으로 경제협력의 폭과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남북 경협 확대에 따라 현재 차관급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의 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시키면서 다양하게 진행되는 경제협력사업을 책임있게 관장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치군사적 문제들도 보다 책임 있게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로 했다.
10·4남북정상선언에 담겨진 경협 내용은 이명박 대통령이 8·15 건국 60주년 경축사에서 말했던 ‘대륙으로 연결되는 철도와, 유라시아 태평양 시대의 중심국가’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10·4공동선언이 6자회담 9·19공동성명 이후 나온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실질적으로 십 수 년 간 끌어온 북핵문제의 실질적인 종결국면이며,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유라시아 태평양 시대의 중심국가’들은 바로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한 중·미·일·러와 남북의 6자이기 때문이다.
6자라는 틀은 유럽연합을 탄생시킨 석탄철강공동체(ESEC)보다 파괴력이 크다.
성공은 성공을 부르고, 또 다른 투자를 부른다.
향후 동아시아의 외교·군사·경제 모든 분야에서 경험할 확연히 ‘다른 시대’를 전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경협 또한 좀 더 속도를 내야만 하는 시점인 셈이다.
박득진 기자 madgo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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