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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넷 통제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이슈]인터넷 통제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 박득진
  • 승인 2008.09.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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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명분 각종 규제법 줄줄이 … “쓴소리 없는 웹2.0은 무용지물” 구글의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후보를 결정지은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데는 인터넷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블로거들이 취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시설과 공간을 협찬했다.
물론 구글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할 예정이다.
웹2.0의 시대라고 한다.
열린 인터넷 시대다.
이른바 ‘모든 사람이 제공되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생산해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웹 환경’이 웹2.0이다.
웹2.0의 근본 개념은 사용자가 직접 참여해 이끌어가는 문화, 집단지성, 정보의 공유를 뜻한다.
블로그에서 주로 사용되던 매우 간단한 배급(RSS)이나 트랙백, 비동기 자바 스크립트 등의 기술을 중심으로 진화된 형태의 웹이다.
그런 웹2.0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다.
대통령과 네티즌들의 악연 가장 대표적인 회사는 미국의 유튜브. 회원수 7200만명의 유튜브는 한국 네티즌의 연주나 영상이 히트를 치기도 했고, 한국 가수를 흉내 낸 외국 청소년들의 영상이 히트를 쳐 국내 언론들이 이를 소개하기도 했다.
구글에 16억5천달러에 인수합병됐으며, 1년 반 전인 2006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이기도 하다.
한국의 아프리카, 판도라TV 등이 이에 속하고, 사회적 네트워크 형태의 싸이월드 같은 것들이 웹2.0을 상품화한 것이다.
미국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인들도 웹2.0을 이용한다.
유명한 정치인들은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 이외에도 블로그나 싸이월드 등을 통해 젊은 층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때로는 유권자들이 자발적인 UCC를 제작해 정치인들을 비판하거나 지지하기도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대한민국 네티즌들은 ‘악연’이 쌓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정을 거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싸이월드는 비판글로 문을 닫았고, 청와대 홈페이지와 한나라당 홈페이지가 해킹당하기도 했다.
지난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UCC의 위력과 진화는 상상을 초월했다.
정부가 ‘과잉진압하지 않았다’고 발표하면 인터넷에는 전경의 군홧발에 짓밟히는 여성의 동영상이 공개됐다.
시위대가 아닌 경찰의 폭력성이 여과 없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이다.
과거 집회의 과잉진압은 어느 정도 보도의 통제가 가능했지만, 소수의 취재진들이 보지 못하는 영역들을 다수의 집회 참가자들은 자신의 ‘디지털’에 담고 있었다.
정부만 당황했던 것은 아니다.
언론과 방송도 당황했다.
언론들의 보도에 만족하지 못했던 네티즌들은 캠코더와 노트북을 들고 UCC 유통업체인 아프리카 등을 통해서 집회 현장을 생중계했고, 자체 기자단을 만들기도 했다.
수십만의 시민들이 집안에서 시청 앞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이에 한겨레와 경향 등 신문사들이 집회 중계를 시작했고, 급기야는 방송사들까지 현장 생중계에 나섰다.
하지만 ‘속보’면에서 방송사들은 네티즌들의 자체 생중계를 따라가지 못했다.
현장에서 찍어와 중계차에서 중계하는 방식은 화질은 좋을지 몰라도 현장감과 속도 면에서 네티즌들에 밀렸다.
버락 오바마가 대선후보로 지명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구글의 CEO 슈미트는 언론의 문제도 지적했는데 바로 인쇄 비용의 증가, 광고 수입의 감소, 효율성 등이다.
촛불집회의 과정에서 개인 방송들은 비용·효율성 면에서 방송국에 우위를 보인 셈이다.
기업활동에서도 중심 차지하는 네티즌들 사용자들의 활동은 현대의 기업에게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호의적인 유저들은 기업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상품에 대한 피드백을 해준다.
최근엔 사용자들이 직접 상품제작이나 기업홍보의 주체가 되기도 한다.
세계의 게임회사들은 제품을 출시하기에 앞서 한국의 사용자들에게 베타 테스트를 한다.
게임을 즐기는 한국인들은 기꺼이 신상품을 먼저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프로그램상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게임을 평가한다.
미국 게임업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한국에서 새로운 게임을 발표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평가를 제대로 하는 유저들이 많은 곳이 최대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1998년에 발매된 스타크래프트는 세계 판매량 950만장 가운데 450만장이 한국에서 팔렸다.
사용자들의 열정은 PC방 창업 열풍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보급, e스포츠의 등장 등 사회경제적으로 기록적인 영향을 미쳤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폴 샘즈 최고운영자(COO)는 “e스포츠는 아직 한국 이외에는 대중화되어있지 않다”며 “한국의 좋은 콘텐츠와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기자재나 컴퓨터 역시 기업들은 사용자의 판단을 의식한다.
기자들이나 사진동호회에 제품 홍보를 위해 테스트를 하게 하고, 제품의 평가를 받거나 ‘사용기’를 통해 제품 홍보의 효과를 얻는다.
회사의 홍보보다 테스터들의 평가를 더 신뢰하는 사용자들의 심리도 작용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한 단계 더 발전해 사용자들은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UCC 브랜드’가 생기는 것이다.
일반 사용자들의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직접 인용해 만든 상품들인데, 모닝글로리, 행남자기, LG화학, 웅진쿠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자들의 제품은 인기를 끌고 있다.
IT쪽에서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SKT와 KTF는 사용자들에게 아이디어를 얻고, 사용자들을 기업 광고에 등장시킨다.
특히 KTF는 적절한 ‘사용자 배우’를 찾아내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으로 뛰어다닌다.
인터넷 ‘신뢰’ 저해사범은 누구? 하지만 사용자들을 이용한 활발한 기업활동들의 기본은 바로 ‘사용자 맘대로’라는 부분이다.
사용자들이 제품을 평가하면서 좋은 점만 언급해야 한다면 사용자들의 평가, 사용자들의 재생산 UCC들은 스스로의 생명력과 신뢰를 잃게 될 뿐더러 기업의 상품 경쟁력과 완성도, 신뢰도 역시 함께 떨어뜨린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주 압박 운동으로 네티즌들을 구속한 서울지검의 ‘인터넷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의 이름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정부가 인터넷 문화의 ‘신뢰’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한 행위가 사실은 비판과 쓴소리들을 막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것이든, 언론에 대한 것이든, 정부에 대한 것이든 비판과 쓴소리가 없는 UCC는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쓴소리를 막아서 스스로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정부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UCC의 상업화에 성공한 아프리카의 대표 문용식씨가 구속됐다.
당국은 ‘저작권 침해’로 구속 사유를 설명했지만 아프리카를 개발한 (주)나우콤은 “과잉 압박 수사로 촛불집회의 확산을 막으려는 정부 당국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촛불집회의 생중계’라는 한국 웹2.0의 진화가 정부에 의해 제지당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통제들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18대 국회에는 사이버 모독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정보보호법 개정안(명예훼손 시 사이트 폐쇄), 불법 복제물을 올린 카페나 블로그를 폐쇄할 수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 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한 축임이 분명한 웹2.0의 제어, 한국 경제에 득일까 실일까? 그리고 신뢰를 잃는 것은 누구일까? 박득진 기자 madgon@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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