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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멈출 줄 모르는 중남미 성장엔진
[커버]멈출 줄 모르는 중남미 성장엔진
  • 권기수
  • 승인 2008.09.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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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끌어주고 내수가 받쳐주고 … 6년 연속 3% 이상 성장 중남미 경제의 성장엔진은 2008년에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성장속도는 2007년에 비해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지난 8월 27일 중남미경제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유엔중남미경제위원회(ECLAC)는 2008년 중남미 경제가 2007년 성장세(5.7%)보다 다소 낮은 4.7%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 경우 중남미 경제는 40년 만에 처음으로 6년 연속 3%대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사실 1980년대 이후 중남미 경제는 주기적인 경제위기로 성장의 빈곤에 시달려왔다.
198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중남미 경제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다시 한 번 잃어버린 5년(1998~2002년)을 보내야 했다.
오랫동안 꺼져 있던 중남미 경제 엔진은 세계경제 호황 따른 수출 증가에 의해 점화되었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 개도국에서의 1차산품 수요 급증과 이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은 자원부국인 중남미 수출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특히 중남미 국가 중에서도 식량자원과 광물에너지 자원을 고루 보유하고 있는 남미 국가들은 전례 없던 1차산품 붐의 최대 수혜자였다.
경제성장의 주 엔진은 수출 지난해 교역조건은 1990년대 평균에 비해 33% 개선되었으며, 2003~2007년 기간 수출은 연평균 17% 증가했다.
수출 급증에 힘입어 무역흑자는 2003년 565억 달러에서 2006년 사상 처음으로 1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무역흑자 확대에 힘입어 2003년 이후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섰다.
수출로 시동이 걸린 중남미 경제는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증가에 힘입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중남미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소비증가는 중남미 경제성장의 가장 강력한 성장엔진으로 작용했다.
중남미 각국에서 소비는 물가안정, 고용확대, 해외거주 중남인들의 본금 송금 증가(2007년 578억 달러), 실질임금 증가 등에 따른 실질소득 확대에 힘입어 크게 늘었다.
중남미 각국의 신중한 물가안정 정책에 힘입어 소비자물가는 2002년 12.2%에서 2007년 6.1%로 하락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확대로 실업률도 2002년 11%에서 2007년 8%로 감소했다.
특히 왕성한 소비층을 형성하고 있는 중상류층이 크게 증가했다.
브라질의 경우 최근 5년간(2004~2008년) 중산층 가구의 비율이 전체 가구의 42.26%에서 51.89%, 상류층 가구의 비중도 11.61%에서 15.52%로 증가했다.
그에 반해 빈곤층 가구의 비중은 46.13%에서 32.59%로 크게 감소했다.
과거와 달리 높은 투자 증가세도 견조한 중남미 경제성장세를 이끌었다 소비 확대, 금리인하, 주식시장 발전에 따른 자본조달의 용이성 등에 힘입어 그간 주춤했던 투자는 2006년부터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2007년에 중남미는 자원부문에 대한 투자유입 증가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1천억 달러를 상회하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했다.
올해는 3각축 약화로 성장세 둔화 2008년 중남미 경제는 세계경제성장 둔화 및 글로벌 인플레 등 대외경제환경 악화로 그간 성장의 3각축 역할을 해왔던 수출, 투자, 소비가 악영향을 받으며 주춤할 전망이다.
그러나 그간 중남미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수출의 경우 아직까지 뚜렷한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
금년 상반기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7% 증가,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헤알화 강세에 따른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수출은 1차산품은 물론 제조품의 수출 증가로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1차산품 수출국인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페루, 칠레 등 나머지 남미국가들도 높은 수출 증가세를 시현했다.
그에 반해 석유생산 차질로 베네수엘라의 수출 증가세는 주춤했다.
중남미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고금리 정책은 금년 하반기부터 소비와 투자에 보다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가별로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코스타리카, 자메이카, 니카라과가 두 자리 수 물가 클럽에 가입한 데 이어 2008년 6월 현재(12개월 기준) 도미니카 공화국, 파라과이, 온두라스, 트리니닫토바고 등이 신규로 고물가 클럽에 가입했다.
이들 국가들은 대체로 식량이나 원료를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문제는 식료품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인상이 빈곤층을 양산시킨다는 점이다.
유엔중남미경제위원회는 식료품 가격 15% 인상이 빈곤층을 2.8%포인트 증대(2007년 35.1% → 37.9%)시킨다고 분석했다.
즉 1500만 명이 새롭게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물가인상 억제를 위해 중남미 각국은 금리인상, 정부보조금 지급, 물가동결 등 다각적인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2007년 10월부터 그간의 금리인하 기조를 중단한데 이어, 2008년 4월 전격적인 금리인상을 시작으로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금리인상(11.25% →13%)을 단행했다.
갑작스런 경제위기 발발 가능성은 낮아 중남미 경제는 그간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과거보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세계금융시장 불안과 글로벌 인플레의 영향 등 세계경제위기를 잘 극복해오고 있다.
과거와 달리 중남미 경제의 대외경제 위험을 나타내는 거시경제 지표는 아직까지 매우 양호한 상황이다.
무역흑자 및 경상수지 흑자 등 쌍둥이 흑자가 지속되고 있고 외환위기시 실탄으로 사용할 외환보유고도 충분한 상황이다.
브라질의 경우 8월말 현재 2053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보유, 세계 7대 외환보유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주식시장 등 국내 자본시장의 발달로 해외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으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중남미 각국의 외채상환 노력에 힘입어 외채규모도 2003년 GDP대비 45%에서 2007년에는 21%로 대폭 감소했다.
특히 국가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변동환율, 물가목표제, 재정건전화 정책 등 거시경제정책의 3각축이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중남미 경제의 체질 강화는 페루와 브라질이 에스앤피(S&P)와 피치(Fitch) 등 세계 유수의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사상 처음으로 투자적격 등급을 받은 데서도 확인된다.
종전 중남미 국가 중에서는 칠레와 멕시코만이 투자적격 등급을 인정받고 있었다.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불안요인 상존 위와 같은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경제에 대한 불안요인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최근 중남미 경제 성장세는 경쟁력 강화 등 구조변화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세계경제 호황에 따른 1차산품 수출 증가 등 국면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주요 이유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최근 중남미 경제 성장의 50%가 대외경제환경의 호조건에 힘입은바 컸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남미 국가들의 경우 1차산품에 대한 의존도는 75%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세계경제의 급속한 경기침체는 과거보다 충격은 크지 않겠지만 중남미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다.
중남미 경제의 성장 구조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은 경제성장의 동력원 역할을 하는 투자율(2006년 GDP대비 21%)이 아직까지 아시아 개도국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점이다.
또한 최근 아르헨티나 사례에서 목격되듯 아직까지 경제체질이 공고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치·사회적 혼란이 언제든지 경제위기로 비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도 중남미 경제의 고질적인 불안요인으로 지적된다.
권기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kskwon@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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