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결산 이사회에서 회장직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열린 포스코 결산 이사회에 참석해 회장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회장직에 올랐으며 2007년 봄에 연임해 내년 2월까지 임기가 1년 남짓 남아있다.
포스코는 “이 회장은 임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CEO는 임기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며, 현재와 같은 비상경영 상황에서는 새 인물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지만 정권이 바뀔 때 마다 포스코 총수가 중도 하차한 선례가 있는 가운데 이 회장마저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돌연 사퇴의사를 표명해 정치권의 입김이 개입되지 않았느냐는 추측을 낳았다.
실제로 김만제 전 회장은 1994년 3월부터 회장직을 맡았으나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1998년 3월 임기 만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현직에서 물러났으며,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유상부 전 회장도 김 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직에 올랐으나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 재선임이 유력한 가운데 돌연 사퇴한 바 있다.
이런 전례와 비교, 내년 2월까지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이구택 회장도 이전 총수들처럼 정권 교체 시 마다 현직에서 물러나는 전례를 따르면서 정치권 개입으로 포스코 수장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회장직 사퇴에 대해 “외압이나 외풍에 의한 것이 아니며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고 싶은 마음에서였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오늘 열린 이사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에서도 제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포스코는 오너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 이사회가 경영 중심에 있는 회사인데, 전문경영인이 자신이 데려온 사외이사에게 연임시켜 달라고 부탁한다는 식의 일부 시선이 저를 괴롭혔고 이를 불식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도 CEO 자리에 집착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고 2007년부터 이런 고민을 한 바 있다”고 밝히고 “하지만 작년부터 경영환경이 나빠지면서 바로 그만두면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활기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소회를 설명하기도 했다.
포스코의 지분구조를 보면 뉴욕 은행(Bank of New York 16.18%), 신일본제철(5.04%) 등 외국인 지분이 43.3%에 달한다.
또 지난해 6월말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4.3%, 미래에셋자산운용 4.2%, SKT 2.85%, 포항공대 2.29%, 기타 43.06%(소액주주, 기관 등)로 돼있어 지분 구조상으로 볼 때 정부의 입김이 민영화된 포스코 CEO의 거취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민영화가 됐더라도 의사 결정을 주도할 실질적인 주인이 없는 ‘공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말부터 검찰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들어간 뒤 사퇴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검찰 수사는 현재까지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회장은 회사가 검찰 수사를 받자 상당한 중압감을 느꼈고 이에 따라 사내 핵심임원들에게 사임의사를 밝혔다는 소문이 최근 확산돼왔다.
한편, 후임 회장으로는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과 함께 윤석만 포스코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임이사직을 맡고 있는 정 사장과 윤 사장이 후임 회장 후보가 되면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친 뒤 다음달 27일 주주총회 직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되는 절차를 밟는다.
상임이사가 아닌 인물이 회장 후보가 될 경우에는 CEO 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다음달 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상임이사 후보로 선임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후 같은 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상임이사로 뽑히고 곧바로 이어지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는 수순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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