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5:33 (금)
[포커스] '마이크로'하고 '소프트'하라
[포커스] '마이크로'하고 '소프트'하라
  • 김상범
  • 승인 2000.06.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연방지법 분할 최종 명령....MS는 결사항전 천명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법 위반 소송이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각) 미 연방지원법원의 분할명령과 함께 일단락됐다.
지난 97년 10월 윈도우95에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팔고, 이를 PC제조업체에 강요한 혐의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고소되면서 시작된 지리한 공방전은 일단 법무부의 승리로 돌아갔다.
미 연방지법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는 법무부 권고안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에 2개사로 분할하라는 최종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인터넷 브라우저 판매를 윈도우 운영체제와 연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사업행위 규제도 명령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4개월 안에 분할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회사가 운영체제 전문회사와 응용소프트웨어(인터넷 포함) 전문회사로 쪼개질 위기에 처한 빌 게이츠는 즉각 항소를 선언했다.
잭슨 판사 “MS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 잭슨 판사는 이날 판결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이 불가피했음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도에 강한 불신을 표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라고 강하게 쏘아붙였다.
잭슨 판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셔먼반독점법 위반 행위에 대해 줄곧 부인해왔으며, 브라우저 시장에서 경쟁사에게 피해를 줬던 사례가 다른 분야에서도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잭슨 판사는 분할 명령과 함께 7가지 사업행위 규제 명령을 발표했다.
다른 기업과 계약시 경쟁사를 배제하는 배타적 조항을 포함하지 말 것, PC제조업체에 단일한 가격과 조건으로 윈도우 사용권을 부여할 것, (PC제조업체의) PC 시작화면 설정 방법에 간섭하지 말 것, 윈도우 운영체제에 부합하는 제품을 설계할 수 있도록 기술정보를 공개할 것 등을 명령했다.
이밖에 다른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손상하는 행위, 새로운 버전의 윈도우가 발표될 때 기존 버전의 가격을 인상하는 행위, MS 이외의 운영체제에서 작동하는 제품들을 개발 또는 유통하는 기업들에 대한 협박 행위를 금지했다.
10년 넘게 전세계 운영체제 시장을 완전 장악함으로써 정보기술업계는 물론 정보사회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군림해온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미래의 길을 걸어야 할 처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빌 게이츠 회장은 법원의 판결에 항소를 선언하고 “항소기간 동안 판결 집행을 보류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발머 사장도 “이번 판결은 MS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일”이라며 “소비자에게 비용부담을 안겨주는 이번 분할명령에 맞서 투쟁할 것을 맹세한다”고 밝혔다.
판결을 둘러싼 찬반 논쟁 가열 이번 판결을 둘러싸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찬반양론이 거세게 대결하고 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관계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사인 선마이크로시스템즈는 “적절한 판결”이라며 반겼다.
전 넷스케이프 사장 박스데일도 “새 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즉각 환영의 뜻을 비쳤다.
물론 리눅스 진영은 환영 일색이다.
진보와자유재단의 토머스 레너드 부소장 같은 이는 “2개사로 분할한다고 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지위가 허물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 4개로 분할해야 한다”고 한술 더 뜨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찮다.
컴팩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이 산업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 편을 들었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규제가 미국의 경쟁력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도 불거졌다.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정부가 나서서 약화시키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발에도 미국 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법무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즉각 환영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국가경쟁력에 앞서 미국 시민을 위한 조처였다는 것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법무부는 잭슨 판사의 결정을 “소비자에게 승리를 안겨준 판결”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 분할 결정이 하이테크 분야의 혁신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넷 리노 법무장관은 분할명령이 내려진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동석한 법무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자유경쟁 체제는 수호될 것이며, 소비자는 시장에서 좀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조엘 클라인 법무차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테크놀로지 종사자들이 거둔 커다란 승리”라며 “이번 판결은 온당하고 적합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아이오와주 법무장관 톰 밀러도 “그동안 MS는 불법으로 시장에서 독점력을 행사했으며, 진작에 MS를 몇개의 회사로 분할했어야 옳다”고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당장 분할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1심 판결일 뿐 항소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미 항소를 천명했기 때문에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진 적어도 2년의 시간이 걸린다.
지난 74년 제정된 ‘신속재판법’에 따라 잭슨 판사가 항소심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법원에 사건을 보내면 최종 판결은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
대법원에 사건이 넘어가면 대법원은 이후 9개월 안에 판결하게 된다.
물론 대법원은 사건을 맡지 않고 다시 항소심으로 내려보낼 수도 있다.
거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은 이래저래 최소한 1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MS의 주가 어찌될 것인가
분할 판결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우선 8일 법원의 결정을 전후해 나타난 미국 시장의 반응은 그리 나쁘지 않다.
이날 나스닥시장은 법원 판결이 장 마감 직후로 예정돼 있었지만 전날보다 87.5센트가 오른 70.50달러로 마감했다.
또 정규 거래시간이 끝난 뒤 거래된 시간외거래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나스닥 종가보다 1.37달러 오른 71.87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9일에는 1.68달러가 내린 68.82달러에 마감했다.
이날의 하락은 마이크로소프트 자체 요인보다는 프로터&갬블의 폭락이 전체 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여파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패소했는데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않은 것은 의외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증시 전문가들은 법원의 판결이 예상했던 결과인데다가 지방법원 판결이 일단락됐기 때문에 오히려 상승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이미 소송이라는 악재가 반영될 대로 반영된 상태라는 점도 그런 예측을 뒷받침했다.
이 회사 주가는 99년 12월 1주당 12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41% 가량 폭락한 상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가 단기적으로는 보합 내지 상승이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불안할 것으로 미국 증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우선 항소심에서 분할 결정이 확정될 경우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결정대로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부문이 분리되면 OS를 맡는 회사는 수익전망이 불투명하다.
빌 게이츠 회장이나 스티브 발머 사장 등 현 경영진 대부분이 응용프로그램 회사에 남을 것이고 OS 회사의 주가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빌 게이츠나 스티브 발머 등은 분할안을 이행하기 위해 OS 회사의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OS 회사의 주가는 더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인터넷 브라우저사업과 오피스 판매에 주력할 애플리케이션 회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점이 없어진 관계로 경쟁사들이 치고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회사의 주가도 그리 낙관할 처지가 못된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심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에 최종결과는 1~2년 뒤에나 나온다.
그 사이에 결과가 번복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미국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를 전망할 때 거론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과연 무선인터넷을 비롯한 차세대 컴퓨터산업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이들 분야에서 강력한 전략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다.
이들 부문은 향후 2~3년 안에 성패가 갈리게 되는데, 항소심을 치러야 하는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역량을 여기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항소심 과정에서 불안을 느낀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인력들이 이탈할 경우에는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현재 마이크로소프트가 중점을 두고 있는 차세대 윈도우 서비스 전략이 회사분할이 가져올 불확실성 때문에 예전처럼 시장에 쉽게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앞으로 시장에서 얼마만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박종생 기자 colvits@dot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