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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타임머신] 데이콤 보급형단말기
[IT타임머신] 데이콤 보급형단말기
  • 유춘희
  • 승인 2000.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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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통신 전용단말기의 ‘혁명적’ 등장
집밖을 나가지 않고 원하는 정보를 얻는 방법은? 지금이야 컴퓨터 전원을 켜고 웹브라우저만 클릭하면 세계를 넘나들 수 있지만, 80년대 말에는 PC통신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쉬운 해결책은 전화. 어디에 걸어야 할지 모른다면 114를 누르거나,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찾는다.
그때는 114가 공짜였던지라 안내원의 짜증섞인 목소리를 참아내며 조심스럽게 물어야 했다.
그나마 몇번씩이나 통화중 신호음을 듣는 것에 비하면 나았다.
이때 한국데이타통신, 지금은 데이콤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회사가 새로운 해결책을 들고나온다.
“값비싼 PC와 모뎀 때문에 컴퓨터통신을 망설이던 분들께, 그 부담을 크게 덜어드립니다”며 전화선에 연결만 하면 되는 보급형 단말기를 선보인 것이다.
이 단말기는 다양한 생활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천리안Ⅱ와 PC통신 서비스 한글전자사서함, 새롭게 나온 통신서비스 데이콤 PC-Serve, 세가지를 두루 활용할 수 있는 ‘만능 통신기계’였다.
물론 워드프로세서 기능도 없는 멍텅구리였지만.이 단말기는 목돈 25만원을 주고 사거나, 월 임대료 8천원을 내고 쓸 수 있었다.
정보사용료는 따로 내야 했는데, 개인은 1만원(10시간 이상 15시간 이하는 1만5천원), 기업은 1만5천원이었고, 15시간 이상 쓰면 분당 80원씩 올라갔다.
전문정보는 따로 요금을 매겼다.
돈만 내면 되는 게 아니라, 제출해야 할 서류도 장난이 아니었다.
가입신청서, 부가통신서비스 이용청약서, 사업자등록증(주민등록증) 사본을 내야 했다.
지금은 PC통신에 들어가 가입신청만 하면 곧바로 쓸 수 있다.
한국데이타통신은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개인들이 쓸 수 있도록 컴퓨터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정보통신 사업자였다.
물론 한국통신(당시 한국전기통신공사)이 깔아놓은 회선을 빌려 썼다.
당시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보상품을 팔았던 회사는 여기말고도, 한국경제신문의 KETEL, 한국전기통신공사의 CDA(Customer Direct Access) 등이 있었다.
최대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했던 천리안Ⅱ는 85년 10월부터 데이콤네트로 이름지은 통신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경 KETEL은 처음에는 천리안의 정보제공업자였다가 88년 9월에 독립했다.
그리고 MEET(매일경제신문)와 JOINS(중앙일보)가 있었다.
지금의 ‘하이텔’은 KETEL과 CDA가 합쳐서 만든 PC통신 서비스가 기반이 된 것이다.
원조는 프랑스 미니텔
데이콤의 정보통신 전용 단말기는 프랑스의 ‘미니텔’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한국통신도 하이텔 단말기라는 이름의 전용기를 전화국을 통해 보급(판매)했다.
이들 단말기는 주로 금성사나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같은 PC생산업체에서 만들었는데, 데이콤과 한국통신이 발주하는 입찰수주전은 그야말로 전쟁판이었다.
이전투구를 방불케 하는 비방전이 펼쳐졌고, 비리설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옷을 벗은 통신업체 직원이 많았다.
미국의 정보지배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프랑스의 정보화정책(텔레마티크)은 쌍방향 정보통신서비스 ‘텔레텔’을 탄생시켰고, 텔레텔은 전용 단말기 미니텔을 낳았다.
미니텔은 82년 시범사업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400만 가입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과 미국, 호주에도 사용자를 두는 세계적 히트상품이 됐다.
미니텔의 다른 이름인 ‘비디오텍스’(Videotex)는 일반상식문제에 꼭 나오는 단어였다.
미니텔의 인기는 전략의 산물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종이전화번호부를 없애버리고 전자전화번호부를 도입했다.
전화가입자가 급격히 늘면서 책이 두꺼워지고, 수요가 폭증했다.
인건비가 만만찮은 현실에서 전화번호 안내에 드는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미니텔에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를 올리고, 다양한 생활정보를 곁들였다.
전화번호를 몰라 답답해진 사람들은 ‘억지로’ 미니텔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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