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8-13 19:57 (목)
[성공과실패] 아커마이
[성공과실패] 아커마이
  • 신동호(한겨레기자)
  • 승인 2000.06.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피드'가 우리의 상품

40여개국 100여 네트워크업체와 제휴....인터넷 체증 해결사로 등장
인터넷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피드’다.
웹 서버가 느리면 고객은 금방 떠난다.
그리고 한번 떠난 고객은 여간해선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인터넷 교통량이 폭주하면서 주식거래나 경매,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업체들은 웹사이트를 빠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아커마이’는 이런 기업들의 고민을 풀어주는 해결사다.
1년 만에 225개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 지난해 10월 브리태니커는 백과사전 32권 분량의 내용을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브리태니커에겐 재앙이었고, 아커마이에겐 축복이었다.
그날 브리태니커의 웹사이트에는 무려 15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시카고에 있는 브리태니커의 웹 서버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몇시간 만에 다운돼버렸다.
다급해진 브리태니커는 다음날 아커마이에 SOS를 쳤다.
아커마이는 이번에도 해결사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작업을 시작한 지 며칠 만에 브리태니커의 웹사이트를 큰 교통체증없이 돌아가게 만들었다.
지난해 전세계 수백만명이 시청한 ‘넷에이드 콘서트’나 속옷 판매업체인 빅토리아의 ‘시크릿 패션쇼’ 같은 대형 인터넷방송 프로그램도 아커마이의 탁월한 솜씨에 기대고 있다.
애플컴퓨터는 지난해 아커마이를 통해 새 스타워즈 영화의 예고편 2500만본을 인터넷에 뿌렸다.
애플의 의장인 스티브 잡스는 “아커마이는 인터넷으로 비디오를 볼 수 있게 하는 데 최고의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극찬했다.
아커마이는 하와이 원주민들의 말로 ‘똑똑한’이란 뜻이다.
이 말처럼 아커마이가 전세계에 보유하고 있는 2천대의 서버는 스스로 가장 빠른 길을 선택해 콘텐츠를 2~10배 빠르게 전송한다.
지난해 4월 상업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아커마이는 불과 1년 만에 야후, 나스닥, CNN 등 225개나 되는 콘텐츠 제공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또한 서버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통신 등 전세계 40개국에 있는 100개가 넘는 네트워크 사업자들과도 제휴를 맺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400만달러, 적자는 5900만달러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아커마이의 주식이 월스트리트에 상장되자마자 하루 만에 450%나 뛰어 사상 네번째 폭등 기록을 세웠다.
현재 이 회사의 시장가치는 200억달러에 이른다.
애플, 시스코 시스템즈,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이 회사에 돈을 투자했다.
장기적 목표는 인터넷 배달부 아커마이는 FedEX나 UPS처럼 인터넷의 배달부 역할을 하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콘텐츠 제공업자들의 홈 서버는 단지 콘텐츠를 창조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이를 배달하는 것은 모두 아커마이가 맡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은 보조 웹 서버를 두는 것이다.
큰 상업용 웹사이트들은 피크 타임에 대비해 보조 서버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불과 1%도 못되는 피크 시간의 부하 때문에 서버와 관리자,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은 낭비다.
아커마이는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이처럼 불필요한 곳에 돈을 낭비하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전세계에 2천대가 깔려 있는 아커마이의 네트워크 서버들은 고객의 홈 서버를 감시하면서 그래픽이나 사진처럼 정보량이 많은 내용물들을 가져와 저장한다.
이용자가 아커마이 기술을 활용하는 어떤 회사 홈페이지의 링크를 클릭하면, 홈 서버는 이용자의 브라우저에 그 페이지의 텍스트, 그리고 사진이나 전자상거래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광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명령어를 보낸다.
그러면 이용자의 브라우저는 아커마이 서버에 광대역 정보들을 요청한다.
그 순간 아커마이 네트워크는 가장 빨리 정보를 보내줄 수 있는 서버가 어느 것인지 수백만분의 1초 안에 판단하고, 이용자에게 정보를 전송한다.
아커마이의 서버들은 7분마다 지구 전체 네트워크의 정보소통량을 측정해 가장 빨리 정보를 보낼 수 있는 루트를 지도로 그린다.
아커마이가 개발한 알고리즘의 강점은 이런 지도 작성작업이 중앙통제식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가동되는 서버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대의 서버가 다운되더라도 다른 서버가 이용자에게 정보를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
아커마이는 월드와이드웹을 개발한 MIT 컴퓨터사이언스랩에서 탄생의 계기를 잡았다.
지난 95년 팀 버너스-리 교수가 인터넷의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따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알고리즘의 대가인 수학과 톰 레이톤 교수를 찾아간 게 시작이었다.
레이톤 교수는 박사과정의 대니얼 레윈 등 똑똑한 학생들로 팀을 구성해 연구에 들어갔고, 마침내 지난 98년 교통체증을 피해 효과적으로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찾아냈다.
아커마이의 공동 창업자인 레이톤 교수는 그때만 해도 비즈니스에는 별 관심이 없는 수학자에 불과했다.
고등학생 시절 러시아 과학자인 크리스티안 골드바하가 1742년에 세운 “모든 자연수는 두개 이상의 소수의 합이다”라는 가설을 증명하려고 매달릴 정도로 수학을 좋아했다.
하지만 레윈은 달랐다.
레윈은 이 알고리즘을 사업화한다는 구상을 갖고 98년 5월 MIT에서 열린 50K 창업 경진대회에 참가했다.
그의 사업적 감각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100개 참가팀 가운데 최종 6개 팀에 들었고,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곧 IBM의 베테랑 경영자였던 조지 컨레이즈를 CEO로 불러들여 사업가로 변신했다.
60살의 나이에 20~30대 젊은이들과 일하고 있는 컨레이즈는 스피드와 스케일을 빨리 키우는 것을 이 회사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빨리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전세계 곳곳에 많은 서버를 설치할수록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속도도 빨라진다는 것이다.
아커마이는 모든 조직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
조직 내부에 정보의 장벽이 없어짐으로써 이 회사는 내부관리에 드는 시간을 대폭 줄이고 고객관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이 회사의 조직원이면 누구나 고객이 보낸 모든 이메일과 이에 대한 답장 및 처리 결과를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담당자가 바뀌어도 고객의 일을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아커마이는 이제 단지 속도를 빨리하는 것을 뛰어넘고 있다.
단순히 전달속도만 빨리 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를 향상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제공하는 주문형 광고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예컨대 플로리다에 있는 고객이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에 대해 물어오면 근처 자동차 딜러의 광고를 바로 전송해준다.
가입자가 고속 인터넷에 접속돼 있다면 동영상 비디오를 보내고, 저속 인터넷이라면 정지화상 비디오를 보내고, 휴대전화라면 전화기의 액정화면에 맞는 내용을 보낸다.
디지틀 아일랜드 추격에 바짝 긴장 아커마이는 최근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와 제휴한 ‘디지틀 아일랜드’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비상이 걸렸다.
아커마이와 달리 이 회사는 독립적인 네트워크를 추구한다.
현재 1200개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서버를 2003년까지 5천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때문에 재산 가치는 엄청나지만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아커마이는 고민에 빠져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