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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이버 도박장 "나 잡아봐라"
[글로벌] 사이버 도박장 "나 잡아봐라"
  • 이코노미21
  • 승인 200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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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 온라인 도박 열병… 부릅 뜬 감시 눈길에도 나날이 성장
온라인 도박산업을 연구조사하는 ‘크리스티안슨 캐피털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850여개 온라인 도박 사이트의 매출은 16억7000만달러로, 전년도에 비해 80%나 증가했다.
2002년 매출 규모는 3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인터넷 도박시장이 번성하고 있지만, 이 새로운 ‘괴물’ 앞에서 각국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골치를 썩고 있다.
현행 법규로 명확하게 불법이라고 단정하기도 까다롭지만, 그렇다고 합법적으로 내버려둘 수도 없다.
인터넷 사업의 팽창에 기대 ‘독버섯’처럼 머리를 내밀고 있는 각국의 사이버 도박장을 찾아갔다.
대만/ 인터넷 도박의 온상 피시방 중국인의 역사와 생활에서 도박은 빼놓을 수 없는 ‘생필품’이다.
대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작은 성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젊은 학생들도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 혹은 선후배들끼리 집에 모여 마작을 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인터넷으로 마작을 즐기는 모습이 젊은층에서 많이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게임 수준의 도박이 아니라 실제로 현금이 오가는 인터넷 도박이다.
법적으로는 금지돼 있지만, ‘88카지노88’처럼 중국어로 포장된 대부분의 도박 사이트는 회원으로 가입하면 미화 30달러를 주겠다며 꾼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 난징의 엔지니어인 왕쥔이 지난 5월 파사데나 인터넷그룹에서 운영하는 잭폿닷컴에서 도박을 즐기다 상금으로 미화 100만달러를 거머쥐었다는 소식도 도박꾼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왕쥔의 1년 수입이 5000달러 수준인 점에 비춰보면 그야말로 일확천금을 거머쥔 셈이다.
인터넷 도박을 부추기는 곳이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피시방이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에는 하루가 무섭게 피시방이 들어서고 있다.
피시방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도박 사이트를 알선해주거나 도박 프로그램 다운로드를 도와주는 일도 만연한다.
도박장처럼 변한 피시방은 청소년들의 범죄소굴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불법 영업에 대해 시당국은 도박 사이트나 포르노 사이트를 알선하는 피시방을 적발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검찰과 경찰도 적극적인 소탕작전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대만의 웹사이트들조차 도박이나 선정적인 사이트를 개설하지 말자는 자정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엄청난 수로 불어난 피시방들을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처럼 보인다.
대만=김정환 통신원 innovative@hanmail.net, 윤영택 통신원 yoon1967@yahoo.co.kr 요르단/ 아랍 도박꾼들 ‘인터넷 원정 도박’ “이르바하! 일어봐!” 우리말로 치면 “이르바하! 돈을 따라!”에 해당하는 도박장이나 경품 사이트의 구호이다.
도박을 허용하지 않는 이슬람 세계에선 상상하기 힘든 구호다.
도박은 법적으로나 종교적으로 금기사항이고, 아랍 국가들은 공식적으로 오프라인 카지노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를 어기면 엄한 처벌이 따른다.
당연히 도박 사이트 개설도 금지돼 있다.
대부분의 아랍 지역에서는 내수용이든 외수용이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하면 금세 추적을 받고, 이내 폐쇄돼버린다.
아랍 국가에서 공식적인 아랍판 사이버 도박장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만 경품을 내거는 게임 형태의 도박만이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도박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카지노 도박장이 법적으로 허용된 나라들이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자치지구와 이집트, 레바논 등이 대표적인 국가이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형식상으로 내국인에게는 금지돼 있지만, 실제 카지노와 사이버 카지노가 모두 허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이집트 사이버 카지노는 메리요트, 나일 힐튼, 쉐라톤, 뫼벤빅 등의 고급 호텔에서 운영하는 것들이다.
외국에서 개설돼 아랍어나 영어로 서비스되는 치고 빠지는 도박 사이트는 단속권한도 없고, 내국인 이용자의 실태도 파악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요르단 등 일부 아랍 국가들은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하지 않고 있어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라고 할 수 있다.
국제전화요금도 아랍 지역을 단일권으로 규정해 동일요금을 적용하기 때문에 싼 편이다.
아랍의 도박꾼들은 이집트나 레바논, 요르단 등의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를 이용해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다.
사이버 세계가 막 붐을 타고 있는 까닭에 아랍 지역 대부분의 나라들은 관련 법규나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요르단에도 경찰청 안에 컴퓨터범죄단속반을 구성했지만 아직까지 활동성적은 미미한 편이다.
요르단=김동문 통신원 yahiya@hanimail.com 이스라엘/ 축구도 도박이야! 이스라엘에서도 도박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하지만 비밀 도박장이 종종 경찰에 발각되기도 하고, 공해상에서 도박을 하다 걸리는 일이 허다하다.
도박을 완전히 뿌리뽑기는 어느 나라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합법적이기는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거의 도박 사이트로 취급받는 사이트들이 상당수 있다.
대표적인 게 축구 도박 사이트인 ‘토토’이다.
이스라엘에서 대부분의 도박들은 스포츠, 그 가운데서도 축구와 관련이 있다.
매주 벌어지는 빅 게임이 끝나면 축구장에서는 한바탕 난동이 벌어지곤 한다.
토토는 16개 이스라엘 축구 클럽팀의 승패를 미리 점치는 것이다.
한번에 6천원을 걸어, 인터넷상에서 승리, 패배, 무승부 등 세가지 가운데 하나를 찍는다.
배팅액이 얼마 안되는 것 같지만 대박이 터지면 6천만원까지 상금을 탈 수 있다.
한켠에서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자치지구의 카지노로 흘러들어가는 막대한 도박 이익을 이스라엘 정부로 돌리자는 주장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도박 합법화를 위해 정부에 맹렬한 로비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적 전통이 강한 이스라엘에서 업계의 로비가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성일광 통신원 msillbus@mscc.huji.ac.il 미국/ 번성은 하는데 처벌 법규는 없고… 미국에서 도박은 이미 인터넷의 하부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제 포커를 치기 위해 일부러 택시를 타고 친구집에 갈 필요가 없다.
신용카드와 마우스만 있으면 사생활이 보장되는 집안에서 24시간 블랙잭, 슬롯머신, 포커판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도박 사이트는 슬롯머신, 포커처럼 기존 정통 도박양식을 도입한 것에서부터 빙고, 경마 등 스포츠를 응용한 것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일부 사이트는 유명인사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풋볼 스타에서 배우로 변신한 부바 스미스의 사이트, 오토바이 경주선수였던 에벨 크니벨을 내세운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이국적인 가상여행을 제시하며 도박을 즐길 수 있게 만든 곳도 있다.
물론 미국에서도 웬만한 도박 사이트는 막아놓았기 때문에 온라인 도박이 합법화된 남미나 카리브해 국가와 접속해 인터넷 도박을 즐기는 게 대부분이다.
온라인 도박 사업의 호황으로 덕을 본 곳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이다.
온라인게이밍시스템, 크립톨로직, 이그제큐턴의 자회사인 이로터리 등은 도박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주면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에서도 온라인 도박업체나 도박꾼을 처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아직 이들에 대한 법체계가 완전히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도박 전문 변호사인 라스베이거스의 토니 카봇은 “특히 남미나 카리브해 연안 등 미국 밖에 있는 도박 사이트의 경우 형사기소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가 골머리를 앓는 날들이 쉬 끝날 것 같지 않다.
이용인 기자 dragon@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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