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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비지니스] 온라인 음악시장 2파전 혈투
[해외비지니스] 온라인 음악시장 2파전 혈투
  • 최욱(와이즈인포넷)
  • 승인 2001.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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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텔스만의 뮤직넷·비방디의 듀엣, 마이플레이닷컴과 MP3닷컴 각각 인수 수많은 닷컴기업들이 어지럽게 경쟁하던 세계 온라인 음악 시장이 거대 미디어 기업들의 전면 부상과 함께 독일 베르텔스만을 중심으로 한 뮤직넷과 프랑스 비방디와 일본 소니의 연합체인 듀엣 사이의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지난 5월30일 세계 주요 음반회사 중 하나인 BMG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의 거대 미디어 그룹 베르텔스만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인 마이플레이닷컴(www.Myplay.com)을 3천만달러에 인수했다.
베르텔스만은 앞서 4월2일 미국 AOL타임워너, 영국 EMI와 제휴해 새로운 음악 합작업체인 뮤직넷을 설립했으며, 여기에 온라인 미디어 플레이어 업체인 미국 리얼네트웍스를 끌어들임으로써 오프라인에서의 영향력을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베르텔스만은 또 지난 1월 세계 최대의 개인간 파일 교환(P2P:Peer to Peer) 업체인 냅스터에도 투자함으로써 온라인 음악 시장의 명실상부한 맹주가 되겠다는 야망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베르텔스만-AOL타임워너-EMI 연합이 세계 음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냅스터의 명성까지 등에 업는다면 베르텔스만의 야망이 단지 야망으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르텔스만 연합인 뮤직넷에 대항하는 또다른 연합체는 지난해 6월 유니버설뮤직을 인수한 프랑스 최대 미디어 업체 비방디와 일본 소니의 자회사인 미국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간 제휴업체인 듀엣이다.
비방디는 베르텔스만보다 먼저 5월21일 온라인 음악포털인 MP3닷컴(MP3.com)을 3억7200만달러에 인수함으로써 온라인 음악전쟁의 포문을 열기도 했다.
비방디와 소니뮤직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약 40%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듀엣의 온라인 시장 진출은 베텔스만 연합체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오프라인의 영향력 온라인으로 그동안 온라인 음악 시장은 거대 오프라인 음반업체들에게는 사업확대의 영역이 아니라 견제하고 질식시켜야 할 적대적 대상이었다.
냅스터를 선두로 한 무료 음악파일 전송업체들은 오프라인 업체들의 수익원을 갉아먹는 암적 존재로 인식됐으며, 메이저 음반업체들은 마치 공룡이 개미를 짓밟듯 소규모 온라인 음악업체들을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법원에 제소했다.
실제 냅스터의 경우 5대 메이저 음반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했으며, 막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처음 음악이 온라인의 물결을 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디지털 음악이 가져올 파급효과가 지금처럼 엄청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음악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디지털 혁명과 결합하면서 온라인 세상을 휘젓고 다녔다.
음악이 이처럼 쉽게 디지털 세계에 파고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다른 엔터테인먼트 상품에 비해 파일 용량이 작고, 따라서 전송이 용이했다는 점에 있다.
두번째 이유는 ‘가공되지 않은 형태’의 전송이 가능하다는 음악이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이다.
책이나 동영상은 원래의 형태로 다운로드될 수 없지만, 음악은 원래 형태 그 자체로 온라인상에서 다운로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음악은 이런 특성으로 순식간에 디지털 세상을 점령했고, 오프라인 음반업체들에게 가장 위협적 존재로 떠올랐다.
그러나 온라인 음악업체들의 급부상을 적대시하던 메이저 음반사들이 이제는 온라인 음악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으며, 그 계기가 된 것은 역설적으로 바로 그들이 질식시키고자 했던 냅스터와 같은 P2P 업체들이다.
P2P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파괴력과 잠재력에 놀란 오프라인 업체들이 무료로 제공되는 P2P 사업모델을 유료화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전략의 변화가 바로 뮤직넷과 듀엣의 탄생을 가져왔다.
이들 두 연합체는 이제 온라인 음악 시장을 놓고 생사를 건 혈투를 시작했다.
올해 2월 먼저 포문을 연 듀엣은 4월에 야후와 손잡으면서 유료 음악 서비스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서비스는 처음엔 유니버설과 소니의 음악을 대상으로 시작하고, 이후에는 다른 음악회사에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듀엣과 야후는 올 여름부터 미국에서 첫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비방디는 MP3닷컴 인수를 통해 듀엣을 좀더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사실 비방디의 MP3닷컴 인수는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냐하면 비방디의 유니버설뮤직이 6개월 전부터 MP3닷컴과 지적재산권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싸워왔고, 결국 MP3닷컴으로부터 5340만달러의 손해배상금을 받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올해 1월부터 비방디는 MP3닷컴 인수를 추진해왔다.
이는 오프라인 음반업체들이 온라인 음악업계를 견제하면서도 수익성 있는 사업으로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방디는 MP3가 냅스터에 비해 합법성을 인정받은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MP3가 당면하고 있는 다른 법률 분쟁에 대해서도 책임을 승계할 뜻을 밝혔다.
그 정도의 소송비용은 앞으로 온라인 음악 사업이 벌어들일 수익에 비하면 사소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비방디와 소니의 듀엣이 MP3닷컴 인수를 통해 노리고 있는 가장 큰 이익은 바로 MP3닷컴의 음악저장과 스트리밍 기술, 고객, 그리고 브랜드 가치 등이다.
MP3닷컴은 현재 약 15만명의 음악인들로부터 100만개에 달하는 음악 파일을 제공받아 서비스하고 있으며, 3월 말 현재 일일 방문고객 수가 82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비방디는 MP3닷컴과 자사가 보유한 다른 온라인 음악업체들을 모두 합칠 경우 사용자 수 4천만명, 월간 페이지뷰 건수가 1억2천만건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방디와 소니보다 뒤늦게 마이플레이닷컴 인수를 통해 온라인 음악 시장에 뛰어든 베르텔스만은 자본투자 관계를 맺은 냅스터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즉 냅스터의 엄청난 가입자를 기반으로 삼아 마이플레이닷컴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방침인 것이다.
베르텔스만의 뮤직넷 진영은 또 마이플레이닷컴의 650만명에 달하는 ‘사물함 서비스’와 B2B 서비스도 자사 온라인 음반판매 업체인 CD나우와 결합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 조사회사인 웹노이즈의 릭 듀브 분석가는 “베르텔스만의 마이플레이닷컴 인수는 비방디의 MP3닷컴 인수보다 훨씬 뛰어난 전술”이라며 “법률 분쟁에서 좀더 자유롭다는 점 역시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수익성 확보 방안이 성공의 열쇠 그러나 이처럼 거대 오프라인 음반업체들이 온라인 음악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공룡 음반업체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온라인 음악 사업이 수익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다.
음반업체들이 온라인으로 음악을 판매하기 위해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은 바로 가격을 얼마나 인하할 것인가다.
이제까지 공짜로 음악을 다운로드받던 것에 익숙한 네티즌들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 온라인 음악을 구입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복제라는 장애물도 극복해야 한다.
디지털 세계의 고질병인 해적행위를 막지 않고서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음반 공룡들이 온라인 업체들의 급부상에 놀라 디지털 세상으로 진출하기는 했으나, 오프라인에서처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을 쉽게 찾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온라인 음악 시장을 양분할 뮤직넷과 듀엣은 서로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공짜’와 ‘불법복제’라는 온라인 음악 자체의 특성과도 싸워야 하는 힘겨운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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