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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 ‘즉석 카메라’ 디지털 변신 ‘찰깍’
[비지니스] ‘즉석 카메라’ 디지털 변신 ‘찰깍’
  • 김윤지
  • 승인 2001.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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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폴라로이드, 제조에서 디지털 서비스 제공회사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
“잘 계신지요. 저는 잘 있습니다.

흰눈으로 뒤덮인 산을 향해 죽은 애인의 안부를 묻는 장면이 인상깊게 남는 영화 <러브레터>는 우리나라에 색다른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바로 폴라로이드 카메라 열풍이다.
잊었던 기억의 현장으로 돌아가 연신 셔터를 누르며 사진이 한장 한장 나올 때마다 추억을 확인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단 한장의 사진을 찍는 순간 바로 가질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실용성과 함께 독특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진 기기로 자주 상징되곤 한다.


이렇게 아날로그의 냄새로 가득한 카메라를 만들던 회사가 대표적 디지털 회사로 변신했다.
폴라로이드는 흔히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부르던 즉석카메라 외에 새 흐름인 디지털 카메라로 제품 영역을 확장했다.
여기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미국 동부의 대표적 ‘클릭 앤드 모르타르’ 기업으로 자리잡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많은 카메라 회사들이 지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올림푸스, 제록스, 코닥, 휴렛팩커드 등이 모두 디지털 카메라를 내놓기는 했지만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꾸어가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우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했기 때문에 디지털화에 성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 한적하고 조용한 보스턴의 폴라로이드 본사에서 만난 소비자 비즈니스 담당 매니저인 버니스 크래머는 폴라로이드의 디지털화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폴라로이드는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부분(캡처), 인터넷을 담당하는 부분(인터랙션), 저장된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부분(아웃풋)이 세 축을 이루는 ‘CIO 모델’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세웠다.
디지털 카메라는 찍은 사진을 언제든지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폴라로이드는 이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웹에 올려놓으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그 데이터 이미지를 보거나 출력해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하면 e메일로 디지털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판매하는 것도 자유로워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디지털 이미지에 접근할 수 있다.
여기에 폴라로이드는 컴퓨터가 없는 사람도 손쉽게 디지털 이미지를 즐길 수 있도록, 전화선만 연결돼 있으면 이미지를 볼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폴라로이드의 비전은 사람들이 쉽게, 그리고 빨리 이미지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인터넷은 이런 비전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는 게 크래머의 설명이다.
중심이동, 서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폴라로이드의 변신은 카메라라는 제품을 파는 것에 만족하던 회사에서 디지털 생산물까지 제공하는 서비스 회사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이런 변화는 디지털화의 흐름과 그 속성을 제대로 포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날로그 제품은 제품 자체를 확장하는 것이 힘들다.
디지털 제품은 데이터로 모든 것이 변환되기 때문에 네트워크가 중요해진다.
네트워크만 갖추면 데이터를 어떤 형태로, 어디로든지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 크래머는 모든 것이 한 제품에 집적되던 방식이 아날로그 비즈니스라면, 폭넓은 사업확장이 가능한 것이 디지털 비즈니스라고 이야기한다.
현재의 디지털 이미징 서비스를 무선분야에 적용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폴라로이드는 이를 위해 세심한 준비를 거쳤다.
우선 중심이 되는 디지털 카메라 개발에 박차를 가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모두 130만개의 디지털 카메라를 판매해 K마트, 월마트, CVS 등 미국 내 대형 소매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모든 마케팅 채널을 합치면 소니에 이은 2위였는데, 그 차이는 단 300대밖에 안 됐다.
크래머의 표현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 플로리다주에서 고어와 부시의 표 차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의미없는 숫자”였다는 것이다.
서비스 구현을 위해선 사용자 성향에 따라 4개의 웹사이트를 따로 구축하기도 했다.
회사 사이트인 www.polaroid.com 외에 10대들을 위한 www.izon.com, 디지털 카메라 구매자들을 위한 www.polaroidDigital.com, 그리고 비즈니스 사용자들을 위한 www.polaroidwork.com이 그것이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을 일시에 바꾸어버린 것은 아니다.
즉석카메라 중심의 아날로그 비즈니스를 하면서, 아직은 규모가 작은 디지털 비즈니스쪽으로 차츰 초점을 이동하는 정도다.
그 이동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전환에는 두가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테크놀로지의 문제가 크다.
“만일 의류회사인 갭(GAP) 같은 곳이라면 옷을 디지털화할 필요가 없다.
비즈니스 방법만 바꾸면 된다.
우리는 제품을 디지털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어려움이 크다.
” 크래머는 기술이 응축된 제품이 중심에 있는 만큼 그 부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다음으로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바꾸는 데서 만나는 어려움이다.
예전의 즉석카메라는 비즈니스 사이클이 길어 하나의 모델이 교체되는 시간도 길었다.
마케팅도 주로 대형 소매시장들 위주로 하면 됐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는 모델이 바뀌는 시간도 짧고 상대적으로 시장도 작다.
모든 사람들이 디지털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아니어서 시장이 얼마나 확대될지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자본을 얼마나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도 조심스럽다.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인터넷 환경으로 바뀌다보니 인터넷 마케팅에서부터 사이트 환경을 꾸미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두 새로 신경을 써야 한다.
통상적으로 하던 모든 방식을 인터넷 위주로 바꾸는 것이 쉬울 리 없다.
폴라로이드도 아직은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한 것이 아니다.
언제쯤 이 모델을 완성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크래머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라며 활짝 웃는다.
“앞으로 4년간 매우 빨리 진행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하면서도, 지금의 즉석카메라 시장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앞으로 어느 것이 더 큰 시장을 형성하게 될지도 알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바뀌는 세상 속에서 변화를 주도할 준비는 돼 있다는 당당한 자신감은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누군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내릴 수 있을까. 디지털 비즈니스에 대한 정석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이 시대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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