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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딴지의 '뚱딴지, 일터' 실현
[직업] 딴지의 '뚱딴지, 일터'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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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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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는 지난 4월 초 ‘홍대 앞 시대’를 마감하고 영등포구 문래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러면서 딴지답게 ‘뚱딴지 같은 실험’을 했다.
2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건물 내부를 완전히 뜯어고쳤다.
딱딱한 사무실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미끄럼틀을 설치했다.
헬스실과 샤워장도 만들었다.
경영진 방은 통유리로 막아놓아 직원들이 항상 ‘감시’할 수 있다.
딴지의 새로운 일터문화 실험이 펼쳐지고 있는 창고를 찾아갔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대한통운 3호창고.’ 딴지일보의 새 주소다.
창고라고? 그렇다.
지난 2월 닭장처럼 줄지어 있는 창고의 한칸을 빌려 뚝딱뚝딱 한달 만에 모양새를 만들었다.
처음 찾아오는 방문객은 3호창고가 어디냐고 한번쯤 물어봐야 할 만큼 위치가 까다롭다.
하지만 흉터처럼 벗겨진 페인트칠이나 ‘똥꼬’ 모양의 허름한 지붕을 보면 기대감이 무너진다.
베니어 합판에 매직으로 흘려쓴 “여기는 딴지일보 주차장입니다”라는 팻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삐딱한 현관 입구, 거무튀튀한 현관벽은 놀이공원 유령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으스스하다.
하지만 “밀어봐”라는 ‘딴지체’ 팻말이 붙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먼저 탁 트인 ‘광활한’ 사무실이 반긴다.
실평수만 120평. 직원 30여명이 사용하는 공간치고는 꽤 넓다.
천장 높이는 단연 압권이다.
어림잡아 10여미터. 김어준 ‘총수’가 새 집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이 높은 천장이다.
좁은 곳에선 좁은 사고만 나온다는 법. 높은 천장 덕분에 흡연자들도 기를 펴고 산다.
사무실 내부를 칸칸이 구분해 놓았지만 나무 대문을 열어놓을 것인지 닫을 것인지는 개인의 자유다.
경영진 방은 복도 한쪽에 일렬로 배치돼 있다.
하지만 통유리로 돼 있어 직원들이 언제든지 ‘감시’할 수 있다.
다리는 떨고 입으로는 우적우적 빵을 씹고 눈은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 총수의 기이한 모습도 구경거리다.
딴지일보에는 볼거리가 많다.
구식 타자기, 글씨가 뭉개지다시피 한 색바랜 옛날 공중전화 안내판, 환풍기를 개조한 쓰레기통 등이 사무실 곳곳에 널려 있다.
그래도 가장 덩치 큰 볼거리는 1층과 2층 사이에 설치된 미끄럼틀. 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오르고 내릴 때 꼭 계단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엉뚱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봤을 뿐이다.
직원들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물건이 5평 넓이의 마룻바닥에 설치된, ‘존나 비싼’ 러닝머신과 축구게임기다.
사실 처음엔 헬스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서로 눈치만 보며 머쓱해했다.
하지만 탐색전도 며칠 가지 않았다.
밤샘작업과 내근 작업이 많기 때문에 헬스는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헬스실은 곧바로 샤워장과 화장실로 연결돼 있다.
그런데 화장실이 엽기적이다.
문 안쪽엔 잠금장치가 없다.
게다가 문이 반투명 유리로 돼 있어 안에서 볼일 보는 사람의 윤곽이 실루엣(?)으로 드러난다.
처음 이용하는 사람은 불안감에 떨게 마련이다.
누군가 무심결에 문을 확 열어제친다면…. 간 큰 딴지일보 직원들도 마지막 뒷처리를 할 때는 조심스럽다.
화장실 내부에 설치된 노트북도 딴지의 명물이다.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는 화장실에서 나왔다? 떠오르는 ‘화장실 단상’을 노트북에 메모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란다.
‘바’라고 이름붙인 공간은 부엌이자 사교의 장이다.
배고프면 라면을 끓여먹을 수도 있고 떡볶이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먹은 년놈들이 치운다” “치우는 데 예외 엄따”는 원칙만 지키면 밥을 해먹어도 된다.
지난 5월1일 ‘노예의 날’엔 직원 요리대회도 열었다.
태스크포스팀 이석주(30) 팀장이 개발한 ‘어쭈구리크림스튜’가 대상을 차지했다.
어, 그런데 미닫이문을 닫으니 바와 회의실이 쫙 분리된다.
회의실이 으슥한 구석에 폼재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직원들도 언뜻 보면 ‘내 멋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빨강머리, 노랑머리, 찢어진 청바지, 반바지, 슬리퍼…. 도대체 이렇게 해서 회사가 운영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총수를 만나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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