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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딴지 김어준 총수에 딴지걸기
[직업] 딴지 김어준 총수에 딴지걸기
  • 이용인
  • 승인 200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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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은 연애처럼 참고 기다리는 것" 딴지일보는 이사를 하면서 직원도 5명에서 30여명으로 늘었다.
아직 공개할 시기는 아니지만 ‘특별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명실공히 ‘벤처기업’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건물에 대한 ‘뚱딴지’ 같은 실험은 전문경영인으로 탈바꿈한 김어준 총수의 첫 작품인 셈이다.
내부 설계가 독특하다고, 참신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모두들 직원들에게 “창의적으로, 창조적으로 사고하라”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얘기하지만, 이런 요구를 하려면 먼저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올 2월 투자자들이 투자의사를 밝혀왔을 때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이 일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었다.
기존의 익숙한 사고로 보면 투자우선 순위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도 있다.
게다가 그는 이제 딴지일보의 1인 총수가 아니다.
그에게 자금을 대준 투자가들이 있고 냉혹한 벤처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명제가 있다.
‘실험’은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더 ‘위험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장에는 보이지 않아도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너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오는 비효율성이나 손실이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얻는 것이 더 많다.
바로 창의성과 자발성이다.
그건 돈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콘텐츠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딴지일보는 더욱 그러하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연봉을 준다.
스톡옵션은 덤으로 줘야 하는 것이지, 인내하고 참으라고 주는 족쇄는 아니다.
그렇다면 사기다.
9월엔 사이트를 폐쇄하고, 10일 동안 모두 휴가갈 거다.
그런다고 회원들이 도망가는 것도 아니다.
"
애초 기대했던 장난기어린 ‘딴지체’의 말투는 없었다.
그의 진지함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이쪽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김어준씨는 원래 좀 특별한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지 않을까. "그건 결코 아니다.
인터넷이 가져온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권력이동이다.
과거엔 꿈도 꿀 수 없었던, 안티사이트처럼 권력의 일부 기능이 개개인의 마우스로 옮겨오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인터넷 기업들도 권력이동의 속성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이 3명이든, 300명이든 벤처기업이라면 직원들이 사장실에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안되면서 패러다임의 이동을 꿈꾸는 것은 우습다.
"
그래도 기업은 동호회가 아니다.
공적인 틀인 만큼 최소한의 규율이 필요하다.
그의 생각은 지나치게 낭만적이지 않을까. “기업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는 초보경영자라 이 바닥의 쓴맛을 모르는군”이라고 비아냥댈 수도 있다.
"아직도 틀이 잡히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고, 자기 할 일을 찾아서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게 몇개월이 걸릴지, 아니면 1년이 걸릴지 모른다.
나도 사람인데 속이 탈 때가 있다.
하지만 답답함을 참아내는 것은 운영자의 몫이다.
초보경영자는 아니다.
직원 20명의 여행사를 운영하기도 했고, 회사에서 봉급쟁이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얻은 결론이 “사업은 연애와 같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였다.
100% 확신할 수 없지만 이게 옳은 길인 것 같다.
"
딴지일보 직원들은 총수에 대해 묘한 카리스마를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 딴지를 걸었다.
직원들은 언론이나 딴지일보를 통해 알려진 ‘비범한 김어준’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남들보다 훨씬 쉬울 수도 있다.
"카리스마가 있다면 아마 수염 때문인 것 같다.
(웃음) 일을 하다 내가 잘못했으면 곧바로 인정한다.
직원들이 혼란스러워할 때도 모아놓고 “우리가 갈 길이 이것이다”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나는 정말 직원들을 믿어준다.
그게 아마 카리스마일 것이다.
"
그는 자신의 ‘실험’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지 실험으로만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그게 그가 인터뷰 내내 그렇게 진지했던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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