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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 뉴뉴씽:세상을 변화시키는 힘(마이클 루이스)
[지식창고] 뉴뉴씽:세상을 변화시키는 힘(마이클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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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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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월스트리트를 뒤엎었나
80년대는 월스트리트의 시대였다.
투자은행을 비롯한 금융자본이 미국 경제를 쥐락펴락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실리콘밸리의 시대라고 일컫는다.
미국 경제의 헤게모니는 금융자본가에서 엔지니어에게로 넘어갔다.
변화를 요구하는, 심지어 기존 질서의 파괴 자체를 즐기는 ‘기술 게릴라’들이 기습공격을 감행해 얻어낸 화려한 전리품이었다.

인터넷 혁명의 선두에 넷스케이프, 그리고 설립자인 짐 클라크가 있었다.
일반인들을 인터넷 대열에 동참시킨 브라우저가 없었다면, 엔지니어들의 반란은 아마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뉴뉴씽>(마이클 루이스 지음, 굿모닝미디어 펴냄)은 돈키호테만큼이나 돌출적이었던, 그랬기에 ‘새롭고 또 새로운 무엇’(뉴뉴씽)을 지칠 줄 모르고 생산해낸 클라크의 ‘벤처신화’를 그리고 있다.
빈곤에 허덕였던 어린 시절 클라크의 어린 시절은, 낡은 틀을 무너뜨리기 위해 예비된 사람처럼 극적이기조차 하다.
대체로 순탄한 과정을 밟아왔을 법한 월스트리트의 화이트칼라와는 달리, 그가 자란 세상은 온통 잿빛으로 도배돼 있다.
클라크의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 가족을 저버렸다.
어머니마저 가족을 돌보지 않아 자식들은 늘 빈곤에 허덕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선생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가 퇴학을 당했다.
그는 해군에 입대한 뒤 인생의 첫번째 전기를 마련한다.
해군에서 운영하는 고교과정에서 수학적인 잠재력을 발견한 것이다.
6주 만에 클라크는 신병들에게 대수수학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고, 8년 만에 물리학 석사학위와 컴퓨터과학 박사학위를 따낸다.
하지만 이후에도 굴곡진 삶은 멈추지 않았다.
“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구소에서 해고되고, 결혼생활도 두번이나 실패하는 등 정상인이 되는 것은 그에겐 너무 힘겨운 과제였다.
1년반 동안의 정신적 혼란기를 거쳐 그는 79년 몇명의 괴짜 스탠퍼드 졸업생들과 함께 자동차, 항공기를 3차원 그래픽으로 설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칩을 개발한다.
대기업들이 새 칩을 외면하자 그는 아예 실리콘그래픽스라는 회사를 차려버렸다.
실리콘그래픽스에 주목한 것은 할리우드쪽이었다.
회사는 떼돈을 벌었다.
그러나 엔지니어들이 손에 쥔 건 거의 없었다.
벤처투자가들이 회사 지분을 야금야금 잠식했던 것이다.
클라크는 미국 자본주의의 ‘이상한’ 규칙에 분노했다.
또다시 아웃사이더가 된 그는 ‘새롭고 또 새로운 것’을 찾아나섰다.
그래서 94년 몇명의 대학생 프로그래머들과 만든 것이 넷스케이프였다.
미국 경제의 한복판에 던진 폭탄 넷스케이프는 월스트리트, 나아가 미국 경제의 한복판에 던진 메가톤급 폭탄이었다.
18개월 동안 아무런 수익도 올리지 못한 회사의 주가가 단 3개월 만에 12달러에서 140달러로 뛰었다.
클라크는 물론이고, 그를 믿고 따랐던 엔지니어들은 수십억달러를 거머쥔 갑부가 됐다.
지은이는 “그 뒤로 이어진 ‘광란’에서 자본주의의 오래된 투자 관행은 쓸모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4분기에 걸쳐 이익을 낼 때까지는 공모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성장가능성만 있다면 ‘가미가제식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다.
엔지니어들이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이었던 연봉이나 복리후생 따위는 스톡옵션으로 빛을 잃었다.
투자자, 엔지니어를 가릴 것 없이 앞다퉈 룰렛게임에 기꺼이 참여했다.
‘도박의 시대, 모험의 시대’는 그렇게 시작됐다.
무엇보다도 클라크가 기뻐하고, 지은이가 동의했던 부분은 넷스케이프가 열어제친 미국 경제의 ‘권력 이동’이었다.
가장 근본적인 부의 창조자는 이제 “수천명의 기업 노예떼를 몰고다니는 산업가도 아니고, 월스트리트의 위대한 독재자”도 아니다.
주인공은 “주말 내내 지하실에 처박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괴짜들”이다.
처음엔 클라크가 무릎을 꿇고 투자가들에게 애원했다.
이제 처지가 바뀌어 투자가들이 ‘돈되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달라며 클라크에게 매달리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외디푸스의 비극이 지배한다 사실 월스트리트 기준으로 볼 때, 클라크는 뛰어난 관리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변덕이 죽 끓듯 해서 주위 사람들은 그의 비유를 맞추기 위해 쩔쩔매는 형편이었다.
그런데도 그의 주위에는 실리콘밸리의 일류 엔지니어들이 모여들었다.
클라크는 변화를 믿었고, 변화는 성장의 또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뉴뉴씽>에 소개된 실리콘밸리의 비사들을 통해 ‘뒤집어 읽기’를 시도하면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도 있다.
내로라하는 벤처투자가였던 글렌 뮬러는 94년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사업을 망하게 할 것이라는 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신설 회사들은 ‘낡은’ 회사들을 몰락시키고, 젊은이들은 늙은이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실리콘밸리는 외디푸스의 비극이 끊임없이 재현되는 무대이며, 그곳에서 기술은 살인무기이다.
그래서 <뉴뉴씽>은 한 개인의 가벼운 성공담쯤으로 치부할 수가 없다.
p49 변화는 부의 다른 표현이다.
……. 클라크에게 조바심은 상업적으로 선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참을성이 있다면, 이 세상에 새로운 기업이라고는 없을 거야”라고 그는 말한다.
참을성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격동하는 것으로 만든다.
p106 클라크는 실리콘밸리가 무정부 상태에 적합하기를 원했다.
그는 자신의 창조력과 파괴력을 이용하기를 원했다.
그는 수천개의 사업계획서를 살펴보고 초연히 앉아서 그중에 몇몇이 성장하는 것을 기대하는 벤처투자가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의 파트너 몇몇은 그를 미친사람으로 취급했다.
p168 얼마 지나지 않아 클라크는 미국 자본주의의 규칙에 대해 극심하게 분노했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칼자루를 쥐는, 조작된 경기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해내는 주방장들, 즉 뛰어난 엔지니어라는 것을 뼛속 깊이 믿었다.
p239 주식시장은 가장 숨가쁜 가능성에 대해서 상상하도록 요구받고 있었다.
그것은 과거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하고, ‘과거 기록’에 대한 언급은 모두 감춰버리고, 단지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상상만으로 모든 것을 투자하도록 요구받고 있었다.
p356 실리콘밸리에서 클라크에게 벌어진 일은 행운 이상이다.
그것은 기술을 믿고, 혼돈 속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를 좋아하는 클라크의 성격과, 기술과 혼란 두가지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상호작용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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