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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한국 BMC소프트웨어 지사장 손영진
[피플] 한국 BMC소프트웨어 지사장 손영진
  • 유춘희
  • 승인 2000.06.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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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의 다닐 맛 나는 한국 회사 만들기
사장을 자주 바꾸면 영업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혼선이 빚어진다.
고객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기업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BMC소프트웨어는 지난 96년 한국에 지사를 세운 뒤, 3년 동안 무려(?) 세명의 지사장을 배출했다.
그리 명예스럽지 못한 이력이다.


지난해 9월, 손영진 사장이 부임했을 때 이 회사는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았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회사가 아니었다.
’ 초대 사장이 직원들과 불화로 밀려나다시피 나갔고, 바로 전 사장은 내부관리에 치중한 나머지 영업에서 뾰족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손 사장은 부임하자마자 사장실 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곤 40명의 직원을 한사람씩 불러 만났다.
회사에 대해 직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 다 달라, 한마음을 이루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미국 회사의 한국지사가 아닌 ‘한국 기업’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했다.
복리·후생제도를 고쳐 직원들의 토라진 마음을 잡아나갔다.
모든 직원에게 헬스클럽 회원권을 제공하고, 영어학원 수강료를 대줬으며, 웬만한 병원 진료비는 회사가 부담했다.
불합리하게 돼 있던 퇴직금 정산제도도 바꿨다.
이것은 손 사장이 본사의 재정·인사책임자와 지루한 싸움에서 승리한 결과이기도 했다.
무조건 본사의 정책에 따라야 하는 지사가 본사에 맞서 이득을 챙기기는 극히 어려운 일이다.
회사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사무실에 생기가 돌고 직원들의 얼굴도 밝아졌다.
매출도 쑥쑥 올랐다.
지난 3월 끝난 99 회계연도에 매출 목표의 110%를 달성했다.
한국지사 설립 이후 최초로 이룬 목표 초과달성이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최고 성적을 뽐냈다.
회사가 안정을 찾으면서 직원들의 이직도 눈에 띄게 줄었다.
회사를 옮겨볼까 하던 직원들이 마음을 잡고, 이제는 사람을 소개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손 사장은 “장사가 잘 안되더라도 분위기가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BMC 지사장이 됐을 때 그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는 “직원들을 전도할 생각말고 당신이 행실을 똑바로 하면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 사장은 그 말을 잊지 않고 무슨 일이든 솔선수범하려 애썼다고 한다.
“사장 때문에 직원들이 부담을 갖거나 출근을 망설이면 회사가 죽습니다.
사장이란 항상 문제의 중심에 서서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구실을 자처한 사람이죠.” 손 사장은 요즘, 투자할 만한 한국 기업을 찾고 있다.
BMC의 시스템관리 제품인 ‘패트롤’의 로컬라이징이 가능하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 업체를 발굴하면 본사가 투자한다는 약속을 받았다.
직원들에게도 지분을 나눠줘 나중에 ‘대박’을 안겨주겠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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