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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한글과컴퓨터 재벌 품에 안기나
[포커스] 한글과컴퓨터 재벌 품에 안기나
  • 박종생
  • 승인 2000.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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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 1천억대 지분 매각 결정… 삼성이냐 SK냐 추측 난무
한국의 인터넷 대표기업 한글과컴퓨터는 누구 품에 안길 것인가. 한컴 대주주인 메디슨이 한컴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벤처업계는 지금 한국 벤처기업 사상 최대의 M&A 건으로 술렁거리고 있다.
한컴을 인수하면 한국의 ‘한글에서 인터넷까지’를 장악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때문에 과연 어느 기업이 한컴의 주인이 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이미 몇몇업체에 인수의사 타진
한컴 M&A는 지난 13일 메디슨 이민화 회장의 입을 통해 불거졌다.
이 회장은 이날 한국기업평가가 메디슨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BB+)으로 하향조정한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이에 대한 해명을 하기 위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어떤 주식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자, 이 회장은 측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컴이 가장 유력하다”고 구체적인 회사이름을 밝혔다.
그는 “장내 매각은 충격이 크기 때문에 장외 매각을 할 것”이라며 “한컴과 시너지효과가 있는 회사에 연내에 매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증권가는 물론이고 벤처업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메디슨이 어느 지경에 빠졌길래 한컴 지분을 내놓아야 하는지, 그리고 한컴의 미래는 어디로 갈 것인지 설왕설래했다.
이 회장의 이날 발언은 불쑥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메디슨은 이미 한컴 매각을 위해 몇몇 업체에 인수의사를 타진해놓은 상태다.
메디슨 손길준 자금부장은 16일 “한컴 경영에 도움이 되는 곳에 매각할 계획”이라며 “몇군데 업체와 의사타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업체명은 거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컴 인수에 나설 업체는 크게 두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인터넷 관련 업체여야 한다는 것과 자금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메디슨 관계자들은 이민화 회장이 한컴과 시너지효과가 있는 업체에 매각한다고 말한 것은 인터넷 업체를 두고 한 말이라고 풀이한다.
한컴은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한글에서 인터넷까지’를 표방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인터넷 업체를 지향하고 있다.
한컴이 자회사로 네띠앙(지분율 42.48%), 하늘사랑(50%), 한컴리눅스(45%) 등을 거느리고 있는 것만 봐도 현재 한컴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요소는 자금력이다.
어떤 업체든 돈이 있어야 인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현재 한컴의 시가총액은 7273억원이며 메디슨, 무한기술투자, 메디다스 등 메디슨그룹의 지분은 19.7%(960만주)다.
따라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인수자금이 1432억여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막대한 인수자금 벤처업계 인수는 곤란 한컴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벤처기업, 대기업, 외국기업 등 크게 세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막대한 인수자금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메디슨과 무한기술투자의 관계자들 얘기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한기술투자의 한 관계자는 “벤처기업에서는 힘들 것”이라며 “대기업이 유력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새롬기술 같은 곳은 돈이 많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컴에 사업적으로 도움이 되고 한컴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울 수 있는 업체여야 하는데 새롬기술은 현재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적대적 M&A를 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토를 달긴 했다.
외국기업의 경우에는 한컴이 지난 9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팔릴 위기에 몰렸다가 국민기업 살리기 운동으로까지 번졌던 점을 감안하면 메디슨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기업에 팔릴 경우 이민화 회장의 명예에 큰 손상이 갈 것이라는 점도 이런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언제는 국민기업화하겠다고 해놓고서 자기가 어려우니까 외국업체에 파느냐는 비난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길준 자금부장도 “가능한 국내 업체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삼성과 SK다.
삼성과 SK는 재벌그룹 중에서 인터넷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LG 등 다른 재벌들도 인터넷 진출에 야심을 품고 있어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
쟈딘플레밍증권은 16일 메디슨의 한컴지분 매각방침과 관련해 “한컴은 한국의 폭발적인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시장에 빠른 진입을 하기 원하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M&A 가치를 갖고 있다”며 “현금흐름이 풍부한 삼성, SK 등 재벌그룹이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는 여기에 덧붙여 “마이크로소프트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MS 워드 지배력이 떨어지고, 한국에 인터넷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이며, 차이나닷컴도 후보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컴 M&A는 이런 몇가지 요인이 잠복돼 있어 이른 시일 안에 성사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한컴이 지난 5월18일 자사주 매입결의를 했기 때문에 규정상 3개월 뒤인 8월17일까지는 대주주 지분을 매각할 수 없어 이때까지는 M&A가 성사되지 않을 전망이다.
한컴의 M&A를 돌이킬 수는 없을까. 현재로서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메디슨이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메디슨은 지금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8일 메디슨의 신용등급을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향조정한 것이 ‘메디슨 위기’에 불을 당기기는 했지만 실상은 메디슨이 그 불씨를 잉태했다 고 볼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메디슨에 대해 “관계사에 대한 투자와 운전자금에 대한 부담이 있고, 3월 말 현재 차입금이 지난해 매출액을 넘어서는 2463억원에 이르는데다, 단기차입금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등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며 “지분투자를 통한 관련 사업 다각화의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한기평은 또 “실질 경상수익력이 약화된 가운데 자금수요 대부분을 외부차입과 투자유가증권 처분에 의존하는 현금흐름을 보이고 있어 지분매각 등이 현실화하지 않으면 추가차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한기평의 평가요지는 기업이 영업을 통해 창출한 매출을 통해 현금흐름을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소홀히 하고, 이보다는 외부차입금을 통해 벤처투자에 나서고 있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짐은 1분기 보고서에서 어느 정도 감지가 됐다.
메디슨의 영업이익은 올 1분기에 65억원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1분기(19억원 적자)보다 적자폭이 세배 이상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올 1분기에 206억원 적자로 지난해 1분기(118억원)에 견줘 실적이 대폭 하락했으며, 지난 96년 1월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메디슨은 대개 상반기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올해만큼 대규모 적자가 난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메디슨 지나친 벤처투자로 화 자초 영업활동과는 별개로 벤처투자에서도 투자회사들이 매출을 크게 일으키지 못하는데다, 코스닥이 침체하면서 이들 회사의 지분에 대해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잡지 못해 메디슨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한기평의 분석에 따르면 메디슨은 현재 40여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는데, 평가차익이 99년 말 3913억원에서 올 3월 말 현재 2014억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메디슨은 올해 안에 1500억여원을 유가증권 매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컴 지분 매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컴은 메디슨의 유가증권 평가차익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디슨이 초음파의료진단기기 시장점유율이 국내에서는 75%, 세계시장에서도 8.5%에 이를 만큼 경쟁력있는 회사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나친 벤처투자로 부작용을 자초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민화-전하진의 '사랑과 갈등' 딱 2년 전인 98년 6월15일, 한글과컴퓨터의 이찬진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 자본을 유치하기로 하고 아래아한글을 포기하겠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한다. 이 소식에 네티즌들은 아래아한글을 살려야 한다며 ‘국민운동’을 일으켰다. 당시 벤처기업협회 회장이던 이민화 회장도 아래아한글지키기운동본부를 결성해 200억원의 자금을 모아 한컴을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이찬진 사장은 이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것이 이민화-전하진 두 사람을 연결짓는 고리가 됐다. 이민화 회장은 새로운 경영자를 채용해 한컴의 경영권을 맡기고, 이찬진 사장은 연구개발만 담당하게 했다. 한달 후, 30대 1의 경쟁을 뚫고, 지오이월드라는 회사를 운영하던 전하진 사장이 CEO에 채용됐다. 연봉 4천만원에 해마다 2만주씩 스톡옵션을 받는 조건이었다. 전 사장의 낙점은 순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종 경합자인 이유재(현 게임네트 사장)씨와 10시간에 걸친 면접 후에도, 이민화 사장이 포함된 심사위원 6명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두사람이 따로 만나 담판을 지었고, 이 자리에서 학교 선배인 이 사장이 양보했다고 한다. 전하진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개발보다는 마케팅을 중시하는 쪽으로 한컴의 색깔을 바꿨다. 독특한 제품판매 전술을 선보여 매출 올리기에 성공했고, 회사의 정체를 소프트웨어 회사보다는 인터넷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때마침 불어온 코스닥 바람과 불법복제 단속은 한컴을 지옥에서 천당으로 바꿔놓았다. 전 사장은 단박에 IT업계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부쩍 커버린 전 사장과 벤처업계의 대부인 이 회장 사이가 삐그덕거린다는 얘기가 돌았다. 전 사장이 이 회장만 만나고 오면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이 회장이 전 사장 후임자를 찾고 있다, 한컴의 재기에 대해 이 회장은 ‘시류를 잘 탄 것’으로 평가절하한다는 등의 소문이 퍼졌다. 한달 전쯤에는 한컴 내부에서 전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이런 갈등설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한컴 내부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고용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막말로 자르면 그만이지 신경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한컴 경영에 깊숙이 참여한 적이 있는 또다른 관계자는, “전 사장의 거취를 두고 여러가지 얘기가 오간 것은 사실”이라며 “사장 자리를 누가 대신하더라도 전반적인 주식침체 상황에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대안부재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사람의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경험을 우선하지 않고 밑바탕부터 생각하는 사유형이고, 전 사장은 시장감각이 탁월한 기발한 아이디어맨이라는 것이다. 또 이 회장은 정치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신중한 스타일인 데 반해, 전 사장은 전략을 고민하기보다는 순발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이런 차이가 두사람 사이를 벌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전국민을 상대로 한 제품을 갖고 있는 한컴의 사장은 이민화 사단의 전방위 연대장”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회장이 메디슨 보유주식을 내놓겠다고 한 것은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한컴 경영에 대한 불만이 가중된 데 따른 조처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이 평소, 한컴은 중장기 전략이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곤 했다는 것이다. 유춘희 기자 point@dot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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