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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획] 전자화폐 춘추전국시대
[IT기획] 전자화폐 춘추전국시대
  • 김상범
  • 승인 2000.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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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 노력이 최후 승자 가릴 것
“지갑 속의 두툼한 지폐와 주머니 속의 동전들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화폐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단 하나의 전자화폐가 모든 지급수단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화와 인터넷이 만들어낸 새로운 화폐개혁의 도래가 멀지 않았다.


화폐의 가치마저 디지털 신호로 저장해놓고 조금씩 꺼내 쓸 수 있는 전자화폐에 대한 예찬론이 뜨겁다.
인터넷의 확산과 함께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전자화폐의 필요성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전자화폐가 실제로 발행되고, 또 쓰이고 있다.
전자화폐 춘추전국시대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전자화폐는 현실에서 유통되는 통화로까지 상승을 노린다.
사이버 머니, 전자지갑, 그리고 전자화폐 인터넷 쇼핑몰이나 유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불수단은 신용카드나 무통장입금, 계좌이체 등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신용카드 정보를 아무 거리낌없이 노출하려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
게다가 콘텐츠 구매의 경우 몇백원 단위의 결제가 보통인데 신용카드는 이런 소액결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무통장입금이나 계좌이체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데, 몇백원이나 몇천원을 내기 위해 은행을 찾아야 한다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안정적인 결제수단 확보가 손꼽히는 이유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전자화폐다.
전자화폐는 실제 현금가치를 전자적 정보(디지털 정보)로 변환해 특정 장치나 장소에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쓸 수 있는 지불수단이다.
미리 현금을 지급하고 그만큼의 가치를 받아두는 선불방식으로, 현금을 이미 지불한 상태라는 것을 증명한다.
전자화폐는 인터넷 환경에 맞는 장점을 두루 갖고 있다.
1원 단위의 소액결제까지 가능하고 신용카드처럼 자신의 신분정보를 드러내야 할 필요도 없다.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수시로 결제가 가능하고, 저장 금액이 소진되면 다시 신용카드나 계좌이체를 통해 재충전이 가능하다.
‘언제 어디서나 신분의 노출없이 소액결제가 가능한 인터넷용 화폐’인 셈이다.
전자화폐의 이름은 꽤 많다.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에서 사용된다고 해서 사이버 머니, 사이버 화폐라고도 부른다.
화폐의 가치가 전자적 형태로 특정 장소나 장치에 저장된다는 의미에서 전자지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자지갑은 전자적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일종의 소프트웨어인데, 전자화폐의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전자지갑은 개인이 자신의 PC에 저장하는 방식과 전자지갑 발행업체의 메인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다시 구분된다.
전자화폐 춘추전국시대 전자지갑은 가장 먼저 나타난 전자화폐로, 가장 많은 서비스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전자지갑을 이용하려면 먼저 서비스 제공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전자지갑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설치해야 한다.
자신의 PC에 전자지갑을 설치한 뒤에는 다시 해당 사이트에 신용카드나 계좌이체 등의 방법을 통해 일정 금액을 송부하고, 해당 서비스 업자로부터 그 금액만큼의 전자정보를 받아다 자신의 PC에 설치한 전자지갑에 입력한 뒤 조금씩 빼 쓰면 된다.
이니시스의 ‘이니카드’, 아이캐시의 ‘아이캐시’ 등이 대표적이다.
전자지갑을 개인 PC에 설치하지 않고 서비스 업체의 메인 서버에 저장해주는 서비스도 최근 등장했다.
이런 서비스는 개인이 전자지갑을 PC에 설치해 일일이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준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엔-캐시 www.n-cash.net 의 ‘엔캐시’, 드림엑스 www.dreamx.net 에서 제공하는 ‘드림캐시’, 씨포켓닷컴 www.cpocket.com 의 ‘씨포켓’ 등이다.
‘이코인’ www.ecoin.co.kr 의 경우 서버 저장 방식의 전자지갑 서비스이면서, 오프라인에서 실물카드를 구입해 사용하는 선불카드 구입 방식을 겸한다.
전자화폐는 기본적으로 선불결제 방식인데, 최근엔 후불제 전자화폐 서비스도 선을 보였다.
인포허브가 제공하는 ‘와우코인’ www.wowcoin.com이 대표적이다.
현재 017 서비스에서 적용되는 와우코인은 사용자가 콘텐츠를 구입한 후,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나중에 휴대전화 요금에 대금이 가산된다.
전자화폐 성장의 열쇠, 범용성을 확보하라 전자지갑 방식의 전자화폐가 이처럼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운명이 모두 밝은 것은 아니다.
전자화폐 시장은 어차피 한두개 업체가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범용성없는 화폐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전자화폐도 가장 큰 활용범위를 갖고 있는 곳으로 사용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가장 이른 시간에 가장 많은 가맹 사이트를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아직은 승패를 점치기 힘들다.
초기시장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느 전자화폐든 사용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시장에서 결정날 것”이란 명제는 지금 전자화폐 시장에 가장 잘 들어맞는 얘기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가 꼭 이들 가운데서 나오란 법은 없다.
전자지갑 형식의 전자화폐는 과도기적인 방식이며 결국은 모두 자연스럽게 사장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범용성을 앞세운 차세대 전자화폐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IC칩 기반 전자화폐, 최후의 모델? 최근 뜨거운 이슈로 주목받는 전자화폐가 바로 IC칩을 내장한 실물카드 형태의 전자화폐다.
인터넷에서만 활용이 가능한 전자지갑 형태의 전자화폐가 결국은 사장될 것이라는 지적은 바로 이 IC칩 기반의 전자화폐에서 비롯한다.
최근 전자화폐라 하면 IC칩 기반의 전자화폐를 일컬을 정도다.
IC칩 전자화폐의 가장 큰 장점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전자화폐가 갖고 있는 장점은 모두 수용하면서 그 사용범위를 현실세계인 오프라인까지 확대했다는 것이다.
이 전자화폐는 전자상거래에서는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소액결제가 가능해 일반 상점은 물론 피시방, 지하철, 버스, 심지어 공중전화나 자판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IC칩을 읽을 수 있는 장치만 설치하면 사실상 모든 거래에 사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IC칩에는 개인정보까지 입력할 수 있어 화폐 이상의 활용가치를 갖는다.
조개와 돌에서 주화, 지폐로 변천해온 화폐가 완전히 새로운 화폐로 대체되는 최후의 화폐개혁이 임박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몬덱스코리아의 박기원 차장은 “전자지갑 형태의 전자화폐는 사실 화폐라고 보기 힘들다.
화폐라면 유동성이 있어야 하고 즉시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국제적인 범용성이 필요하다”며 IC칩 전자화폐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전자화폐의 이런 가능성 때문에 카드회사나 은행 등 금융권은 물론 이동전화, 물류, 유통업체 등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국내 IC칩 전자화폐 시장은 비자카드 계열의 V캐시, 마스터 계열의 몬덱스, 금융결제원 중심의 K-캐시 등 세곳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비자는 13개 회원사를 주축으로 최근 SK텔레콤과 삼성물산, 롯데칠성, 싱가폴 NETS를 주요 주주사로 끌어들여 ‘V캐시 컨소시엄’을 결성한 데 이어, 자본금 15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몬덱스코리아는 지난 5월 말부터 삼성동 코엑스몰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등 가장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 조흥, 주택, 한미, 하나, 한빛 등 여섯개 은행과 BC카드, 국민카드, LG카드, 삼성카드, 현대캐피탈 등을 주요 회원사로 거느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LG텔레콤과 제휴해 올 하반기부터 PCS를 이용한 전자화폐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카드 가맹점은 현재까지 100여곳에 이르고, 연말까지는 1천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융결제원이 중심이 돼 추진하는 K캐시도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21개 시중은행과 일곱개 카드사, 전자화폐 공동망센터, 시스템제공자, 가맹점 등이 연합해 공세를 펼 차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K-캐시는 국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한데다 정부 주도의 강제성이 내재돼 있어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IC칩 기반의 전자화폐가 당장 시장에서 거대한 폭풍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도 적지 않다.
IC칩 전자화폐가 대중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인프라가 먼저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모든 가맹점에서 IC칩을 해독할 수 있는 단말기를 갖춰야 한다.
충전식 선불카드여서 충전기도 충분해야 한다.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PC에도 카드리더기를 장착해야 한다.
가맹 사이트마다 별도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지적은 흘려들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도 전자화폐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국가가 없다는 점도 이런 지적에 설득력을 더한다.
드림라인의 이상헌 대리는 “전자지갑 형태의 전자화폐는 과도기적 방식”이라면서도 “그러나 자체적인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에 적응해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궁극적으로 IC칩 전자화폐가 큰 그림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며 “하지만 1, 2년 안에 그림이 완성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전자지갑이든 IC칩이든 전자화폐가 화폐로서 기능하기 위한 제일 조건은 범용성 확보라는 것이 업계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몬덱스와 비자의 한판 승부 미래형 화폐로 주목을 받고 있는 IC칩 기반의 전자화폐는 전세계적으로 몬덱스와 비자간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양강 구도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몬덱스코리아와 비자인터내셔널코리아가 각각 세력확장에 나서며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다. 몬덱스는 마스터카드가 대주주로 있는 전자화폐 전문기업. 98년부터 국내 전자화폐 시장을 노리다 올 초 몬덱스코리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시장장악에 나섰다. 현재 국민, 조흥, 주택, 한미, 하나, 한빛 등 여섯개 은행과 BC카드, 국민카드, LG카드, 삼성카드, 현대캐피탈 등을 주요 회원사로 확보하고 있다. 몬덱스코리아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을 전자화폐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5월31일부터 상용화 서비스에 들어갔다. 현재 100여개 가맹점을 확보한 상태. 오는 8월에는 몬덱스 서버에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들을 위한 전자화폐 결제 시스템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이 오픈하면 인터넷 업체들이 별도로 전자화폐 처리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고도, 몬덱스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곧 IC칩에 개인인증 서비스도 추가할 계획이며, 연말께는 휴대전화를 이용해서도 전자화폐 충전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몬덱스코리아의 박기원 차장은 “2005년부터는 마스터나 비자, 일반 신용카드도 IC칩 카드로 바뀔 것”이라며 “IC칩 전자화폐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강조했다. 몬덱스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비자도 잰걸음을 놀리고 있다. 비자는 지난 5일 국내 13개 회원사를 주축으로 SK텔레콤, 삼성물산 등 모두 18개사가 연합한 대규모 전자화폐 컨소시엄을 출범시키며 본격적인 돛을 올렸다. 이 컨소시엄은 조만간 전자화폐 합작사인 ‘V캐시’를 세우고, 올 하반기에는 전자화폐를 발급할 계획이다. 초기 자본금 150억원으로 시작하는 V캐시는 3개월 후에는 400억원으로 증자하고, 이를 기점으로 단말기 보급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비자인터내셔널코리아의 정도영 이사는 “인터넷에 초점을 맞추고, 삼성물산 같은 전문기업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n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놀이시설,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을 시작으로 단말기 보급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자와 몬덱스 외에도 금융결제원이 주도하는 ‘K-캐시’도 오는 7월부터는 발급될 예정이어서 하반기부터 전자화폐 전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IC칩 전자화폐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78개가 개발돼 활용중이다. 그러나 실제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국가는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자화폐 주도권 경쟁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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