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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트랜드] 안티사이트
[웹트랜드] 안티사이트
  • 김수화(웹패턴테크놀로지)
  • 승인 2000.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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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받으면 찾아가세요 채팅방에서 용케 만난 여학생과 대화를 나누다 마무리단계(?)로 전화번호를 물어볼 참에, 갑자기 통신이 뚝 끊겼다 치자. 어느 텔레비전 광고의 한장면처럼 컴퓨터를 박살내고, 전용선 서비스 회사를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요절내고 싶을 것이다.
살면서 열받는 것이 어디 이뿐이랴. 예, 즉시 취소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분명히 확인을 했건만 취소한 상품이 집으로 배달된다든지, 새로 구입한 자동차를 번번이 수리센터로 보내야 한다든지 등등…. 이럴 때 어디 가서 분풀이라도 하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가 없다.
그런 곳이 사이버 공간엔 수두룩하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속에 응어리진 것을 마음껏 발설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안티사이트(anti-site)들이다.
미스코리아는 저체중, 영양실조? 미스코리아 대회는 굳이 여권신장을 부르짖는 페미니스트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여성의 상품화 또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의 논리로 공격의 대상이 되어왔다.
안티미스코리아 사이트 http://myhome.netsgo.com/antimiss는 역대 미스코리아들의 선발기준 및 출전 미녀들의 키와 몸무게를 분석해, 그들 대부분이 극도의 영양실조와 비정상적인 발육상태에 있었음을 고발한다.
또한 남성 위주의 몰개성적인 미의 기준을 조리있게 꼬집고 있다.
안티피라미드 사이트 http://antipyramid.org는 다단계판매 회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자의 체험기를 싣는 등 피라미드판매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각 제품의 공장도가, 수입원가 및 소비자가를 비교해 소비자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고 있다.
최근 안티사이트의 가장 대표적인 공격 대상이 초고속 통신회선 판매사(두루넷, 하나로, 드림라인 등)들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티사이트들은 각사의 통신 서비스 품질을 측정하고, 소비자들이 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 현대, 기아, SK 등이 공격의 주 대상이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부당함에 대응하기 위한 안티카 사이트 www.anticar.co.kr가 대표적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피해를 봤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소개하고, 리콜방법 및 자동차 관련 무료 법률 상담 등을 제공한다.
안티애니콜, 안티구몬, 안티트라제 등 기업이나 조직이 아닌 특정 서비스 및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트들도 많이 운영되고 있다.
안티사이트의 공격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기 연예인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들 사이트는 해당 연예인들의 인기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특정 언론사나 단체를 대상으로 한 사이트들도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국내 사회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www.antikorea.pe.kr, 왜곡된 문화를 비판하는 www.bullman.co.kr 사이트도 생겨나고 있다.
남자 그리고 20대들의 공간 안티사이트들은 대개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운영된다.
사회병리 현상에 대해 고발정신이 투철하고 참여정신이 높은 네티즌들이 스스로 만들어간다.
그렇다면 누가 참여정신이 높을까? 랭크서브 www.rankserv.com 의 이슈·주장 카테고리에 들어 있는 45개의 안티사이트(연예인 안티사이트 제외)를 대상으로 참여자들의 성향을 분석(남녀 각각 1천명을 선정해 일주일 동안 45개 사이트를 방문한 기록 분석)해보면, 안티사이트가 남자와 20대들의 공간임을 알 수 있다.
먼저 남녀 비율을 보면 사이트 방문자 357명 가운데 남성이 85.6%를, 여성은 14.4%를 차지했다.
남성의 참여비율이 여섯배 가까이 높았다.
사이트들 가운데에는 비판을 넘어 욕설이나 협박까지 올리는 곳이 많았는데, 이들 공간에서 남자들이 더 자유분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대의 참여(48.2%)가 두드러진다.
10대들의 참여가 낮은 것은 이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연예인 관련 사이트를 제외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비판이나 기업들의 활동에 대한 접촉기회가 적은 것도 한 이유로 분석된다.
30대(28.5%)와 40대(14.6%)의 참여비율을 보면,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 성향이 강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안티사이트는 울분과 분노를 배출하는 해소 기능을 하지만, 그것이 주목적은 아니다.
점점 분화되고 개인화돼 가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들을 하나로 엮고, 그들의 정당한 권리와 요구를 내세울 수 있게 하는 공간의 의미가 더욱 크다.
또 ‘나는 나’를 표방하는 문화공간의 장으로 이용되며, 사회의 왜곡현상에 대해 따끔한 경종을 울리는 것, 그것이 바로 안티사이트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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