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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MP3 서비스 평화협정 맺다
[엔터테인먼트] MP3 서비스 평화협정 맺다
  • 이철민
  • 승인 2000.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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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스터 www.napster.com의 출현으로 전쟁터가 된 미국의 음반산업계가 또다시 격류에 빠져들었다.
이번 격류의 본원지도 MP3 파일을 둘러싼 인터넷 서비스. MP3 파일이 음반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격류가 밀려옴을 알린 것은 지난 8일 세계 최대 음반 메이커 가운데 하나인 BMG가 ‘뮤직뱅크’라는 벤처기업과 라이센스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이었다.


두 회사가 맺은 협약의 핵심은, 9월 문을 열 뮤직뱅크 홈페이지를 통해 BMG의 음반을 구입한 인터넷 이용자가 그 음반에 들어 있는 음악의 MP3 파일을 다운받아 들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무제한 무료서비스 냅스터 왕따 에이! 별거 아니라고? 그렇게 본다면 당신은 협약의 겉표지만 슬쩍 훔쳐본 것이다.
언뜻 보기엔 대수롭지않은 이번 협약은 그야말로 의미심장하다.
MP3 파일을 둘러싼 오랜 논란과 갈등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밑그림 하나가 협약의 이면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CD와 같은 음질을 가진 MP3 파일의 상업적 가능성이 발견된 이후로, 음반업계는 MP3 서비스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MP3.com으로 대표되는 서비스업체들은 이런 음반업계에 맞서 자신들의 서비스가 합법적인 것임을 주장했지만, 저작권법과 관련된 법률소송이 진행되면서 패색이 짙었다.
결국 MP3.com은 올해 초 자신의 서비스 my.mp3.com에서 주요 음반사들의 파일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 즈음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경쟁자가 등장했으니, 그것이 바로 냅스터다.
냅스터는 음반사는 물론 MP3 서비스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며 양쪽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BMG와 뮤직뱅크의 이번 협약은 바로 그런 압박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음반사와 MP3 서비스가 공멸의 위기에서 공생을 도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협약의 파장은 신속하게 번졌다.
다음날 BMG는 워너뮤직, MP3.com과 역사적인 타협안에 서명했다.
MP3.com이 두 음반사에 일정 정도의 돈(1억달러로 추산)을 지급하고, 그 대신 두 회사의 음반에 실린 음악을 my.mp3.com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공급한다는 것이다.
전날 BMG가 뮤직뱅크와 맺은 협약의 확대복사판이었다.
미국의 메이저 음반사들이 MP3 서비스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물론 냅스터는 예외다.
무제한으로 MP3 파일을 배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용인할 만큼 음반사들이 관대하지는 않다.
단지, 자사의 음반을 구매한 사용자들에게만 같은 음악의 MP3 파일을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뿐이다.
어찌 보면 냅스터는 음반사와 MP3 서비스업체 모두에게서 ‘왕따’를 당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협약을 계기로 MP3 파일과 관련된 서비스들이 다시 활성화할 것이라는 예측에는 이견이 없다.
냅스터 같은 MP3 파일 공유 서비스에 대한 음반사와 사법기관의 대응이 강해질 전망인데다, MP3 파일의 이용자층에 매력을 느끼는 광고주들이 MP3 서비스에 더 많은 광고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음반사들 역시 MP3 서비스를 또다른 수입원으로 인정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작업을 펼칠 것이다.
포털서비스 업체도 바쁘다 이런 흐름을 인터넷 포털서비스들이 흘려보낼 리 없다.
가장 눈치빠른 이가 얼마 전 ‘마이플레이’ www.myplay.com를 인수한 야후다.
포털서비스로써 1위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선 MP3를 포함한 다양한 음악, 방송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발빠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용자들이 고속인터넷을 더 많이 이용할수록,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음악이나 방송 같은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음반사와 MP3 서비스의 급진적인 협력으로 미국의 인터넷 이용자들도 형편이 폈다.
이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음반을 사지 않고 바로 MP3 파일을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아직은 공식적으로 없지만, 이른 시일 안에 이에 대한 해결책도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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