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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실탄 넘치는 일본, 이상무!
[포커스] 실탄 넘치는 일본, 이상무!
  • 홍승민(와이즈인포넷)
  • 승인 2001.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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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44조엔 여유, 경상수지 흑자 기조, 외환보유액 풍부... 경제붕괴 가능성 희박
닛케이지수가 12000엔선 밑으로 떨어지고, 엔달러 환율은 120엔대를 넘어서는 등 일본의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일본 경제마저 위기국면으로 빠져들면서 세계 경제를 벼랑으로 내몰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13일 일본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 미국 나스닥의 2000포인트 붕괴 여파로 약세를 이어가며 전날보다 351.67엔(2.9%) 하락한 1만1819.70엔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16년 동안의 최저치다.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에 해당하는 토픽스(TOPIX) 역시 전날보다 2.9% 하락한 1170.58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이처럼 주가가 급락세를 이어가자 일본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한 새로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했다.
일본 연립여당의 긴급경제대책이 발표된 지 불과 며칠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증시를 살리기 위한 대응책이 강구되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가평가제가 불안감 핵심 토픽스가 지금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던 지난 98년 말과 99년 초에도 일각에서 일본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하자, 그렇게 될 경우 세계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당시 일본 정부는 대규모 공적자금을 은행권에 투입함으로써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다시 국제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런 불안감이 재연되고 있다.
부실채권이 늘어나고 주가가 급락하면서 일본 은행권의 재무구조가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일본을 짓누르고 있는 불안감의 핵심은 오는 4월 주식시가평가제도가 도입되면 은행권 손실이 증대되면서 일부 은행이 도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닛케이 평균주가가 12000엔선 이하로 폭락하면 오는 2001 회계연도에는 심각한 사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부가 구제에 나서기 전에 상당수 대형 은행이 도산하는 것이다.
일부 은행은 해외 은행에서 빌린 돈을 상환하지 못함으로써 국제 금융시장 전반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물론 사업 운영자금을 은행에 의존해온 상당수 부실 기업은 연쇄 부도 사태에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열도는 공황상태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서둘러 매각함으로써 금리가 폭등할 것이고, 국내 저축을 해외 안전자산으로 옮기려 함에 따라 엔화가치는 폭락할 것이다.
미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악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경기침체가 아시아 각국에 미칠 영향은 가히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 일본의 경기둔화로 아시아 각국이 97년 금융위기 이후 또다시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기둔화로 태국의 수출이 1월에 3.9% 감소하고, 지난해 중반까지 매달 20~30%의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의 수출도 1월에 1%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아시아 각국의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99년과 2000년 초 미국의 급격한 수요 증가로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의 수출이 20~30% 증가했으나, 이후 수요가 둔화되면서 이들 국가의 지난해 4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12% 감소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의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한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더욱 불안하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달러 환율은 지난 3월9일 29개월 만에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10000루피아선을 돌파한 데 이어 12일에는 장중 한때 11000루피아선을 꿰뚫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루피아화 폭락을 저지하기 위해 단기물 개입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등 다각적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도네시아 증시도 지난 3월9일 3.3% 하락한 데 이어 낙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붕괴 위기까지 치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금융권 불안에 대처할 수 있는 막대한 실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금융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마련한 70조엔의 자금 가운데 44조엔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3월 말까지 이 자금을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언제든지 은행 인수와 자본 투입을 결정할 수 있다.
은행권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채무상환이 힘들 것이라고 단정짓는 것도 섣부르다.
일본 은행은 혹시라도 있을 은행권의 자금난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3월16일 0.25%의 재할인율 금리로 은행권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지난 98년 일본은행이 직면했던 것과 같은 국내외 대출시장의 자금경색 현상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모든 조처들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일본 정부는 채권발행을 늘려 더욱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물론 유수한 신용평가기관들이 현재 GDP 대비 약 1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일본의 막대한 공공부채로 일본의 재무건전성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일본이 이러한 부담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한 국가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가계는 1400조엔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3640억달러에 이른다.
정치 지도력 부재도 증시불안 한몫 하지만 일본의 경제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는 아킬레스건이 남아 있다.
정치 지도력 부재가 바로 그것이다.
닛케이지수 12000엔선이 무너지자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이것이 나스닥지수의 급락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일면 일리가 있는 것이다.
미국 기술주들의 급락에 따라 일본 기술주들도 대규모 매도공세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일본 전자업체들의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는 은행주들도 덩달아 매도세에 시달렸다.
그러나 일본이 이처럼 미국의 기술주 재앙에 취약한 이유는 상당 부분 일본 내부 사정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일본 증시 급락세를 주도한 주범은 무엇보다 은행과 기업의 상호 보유지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은행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일본 정부의 무능력도 증시 불안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결국 증시 불안은 일본 정치경제의 펀더멘털의 문제인 것이다.
최근 전세계가 겪고 있는 경기 주기의 하락추세는 과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본격 정보화 시대, 글로벌화 시대에 들어선 이후 맞는 첫 침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기주기 조정 속도나 그 의미가 불투명하다.
더욱이 이번 침체는 인플레이션이나 중앙은행의 전형적 인플레이션 억제조처와는 뚜렷한 상관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차이점들로 볼 때 과거 경험에 비춰 미래를 전망하는 데는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일본 경제의 네가지 불안요인 닛케이지수 폭락 : 12000엔선 붕괴되며 16년 만에 최저치 경신 은행권의 막대한 부실채권 : 64조엔 규모로 추산 모리 총리의 지지도 하락 : 9% 세계 최대의 공공부채 : 2001년 3월 말 현재 666조엔 추정 일본 경제의 네가지 안전망 가계의 막대한 자산 : 1380조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 2000년 중 12조6천억엔 막대한 외환보유액 : 2월28 현재 3637억달러 대규모 공적자금 : 3월 말 이전 활용가능한 재원 44조엔 (자료:A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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