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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유선통신과 단말기가 순이익 증가 선두
[e비지니스] 유선통신과 단말기가 순이익 증가 선두
  • 이정환
  • 승인 2000.1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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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21>조사, 첨단기술주 83개 종목 3분기 실적 대공개… 경기 탓으로 매출 증가세 대폭 둔화
살짝 뚜껑을 열어본 첨단기술주들의 3분기 기업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의 첨단기술 대표주들은 전반적으로 지난 2분기보다 순이익은 다소 증가했으나 매출액 증가세는 크게 둔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개 연중에서 3분기는 여름휴가철, 추석연휴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작게 마련이지만 올해는 경기둔화 여파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닷21>은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의 첨단기술주 263개 종목을 선정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이 가운데 워크아웃 상태에 놓여 있거나 관리대상인 종목을 제외하고 이미 결산이 끝났거나 잠정집계한 83개 기업의 실적을 분석했다.
대개 실적 발표를 1~2주 앞둔 시점에서 잠정치를 발표하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굼뜬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이외 업종들, 매출액 둔화 뚜렷 조사 결과 이들 83개 기업의 3분기 매출액은 20조1399억원으로 지난 2분기 19조7931억원보다 1.7% 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3분기 순이익은 2조5052억원으로 지난 2분기 2조280억원보다 23.5% 가량 늘어났다.
매출액에서는 반도체와 장비 업종이, 순이익에서는 유선통신과 단말기 업종이 두드러졌다.
나머지 업종들은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했는데, 특히 인터넷과 네트워크 장비 업종의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우선 삼성전자와 몇몇 반도체 장비업체가 소폭의 실적 호전을 기록했을 뿐 대부분 업종의 매출액과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반도체와 반도체장비 업종을 제외할 경우 나머지 업종의 매출액 증가율은 마이너스 2.6%로 오히려 감소했다.
개별 기업으로 보면 매출액이 집계된 59개 기업 가운데 32개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17개 업종 가운데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전자상거래 등 7개 업종의 매출이 증가했고 나머지 10개 업종은 줄어들었다.
또한 단말기와 무선통신 등 5개 업종을 제외한 11개 업종의 순이익이 둔화됐고 인터넷 서비스 업종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8월 보조금 제도가 폐지된 단말기 업종은 매출액이 47.9% 가량 줄어든 반면 순이익은 136.3% 가량 증가했다.
텔슨전자의 경우 매출은 2분기 743억원에서 이번 분기 341억5700만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순이익은 24억원에서 78억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통신서비스 업체들도 비슷했다.
SK텔레콤은 1조43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분기 1조4890억원보다 4% 가량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은 각각 5450억원(93%)과 4520억원(94%)으로 크게 늘었다.
2분기까지 1조5757억원의 매출에 175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한통엠닷컴도 매출액은 다소 줄었지만 3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최근 경기둔화로 신규 설비투자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네트워크 장비 업종은 매출이 33.7% 가량 줄어들었다.
삼우통신공업의 매출이 2분기 397억원에서 3분기 157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한아시스템도 89억원에서 28억원까지 대폭 감소했다.
삼우통신공업이 흑자로 전환한 반면 웰링크와 코리아링크의 순이익은 각각 31.4%와 57.3% 가량 감소했다.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장비 업종의 수익성 둔화도 두드러졌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종은 2분기 390억원에서 3분기 297억원으로 23.9% 가량 매출이 줄어들었고 순이익 또한 154억원에서 15억원으로 90% 이상 감소했다.
소프트웨어 업종의 순이익 감소는 대부분 메디다스의 적자 전환에서 비롯한 것이지만 한글과컴퓨터나 비트컴퓨터 등의 실적 부진도 한몫했다.
메디다스는 2분기 10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한글과컴퓨터 등 보유주식이 폭락하면서 35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아직 정확한 순이익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매출이 지난 2분기 117억원에서 67억원으로 42.7% 가량 줄었다.
비트컴퓨터도 매출액이 119억원에서 41억원까지, 순이익은 18억원에서 7.5억원까지 절반 이상 크게 떨어졌다.
인터넷 관련 업종의 실적은 더욱 참담하다.
인터넷 업종의 부진은 경기가 둔화하면서 광고 수입이 크게 줄어든데다 지나치게 많은 마케팅 비용을 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자상거래 업종은 매출액은 다소 늘었지만 과도한 마케팅 비용과 무리한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한솔CSN과 삼구쇼핑 등은 겨우 현상유지 수준에서 그쳤고 우려를 불러 일으켰던 인터파크는 54억3100만원 매출에 33억86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광고 매출이 크게 줄어들면서 방송 업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공중파 방송인 SBS는 현상유지에 만족했고 디씨에스(동작방송)는 3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엔씨소프트와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등이 포진해 있는 오락 업종은 매출액이 19.3% 줄어든 반면 순이익은 22.9% 가량 늘어났다.
하드웨어나 컴퓨터 서비스, 부품 업체들의 실적은 대부분 현상유지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기가 둔화하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대폭 줄이고 신규사업 진출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종 나홀로 약진 대부분 업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8월 이후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관련 업종의 약진이 돋보였다.
반도체 업종은 매출액이 10조8346억원에서 11조3364원으로 4.6% 가량, 순이익이 1조5858억원에서 1조7856억원으로 9.4% 가량 늘어났다.
특히 삼성전자는 8조7674억원 매출에 1조6686억원 순이익을 기록해 관련 업종의 실적을 크게 끌어올렸다.
각각 2분기 매출 8조2362억원과 순이익 1조5818억원 대비 2.7%와 5.1%씩 증가했다.
현대전자도 기대에 못미치기는 했지만 매출 2조4640억원과 순이익 660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장비업종은 매출액이 123.3% 가량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9.1% 가량 줄어들었다.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2분기 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인터파크(164.0%)였으며 반도체 장비업종인 케이씨텍(148.7%)과 신성이엔지(134.2%)가 뒤를 이었다.
순이익 증가율에서는 한솔CSN(300.0%)과 텔슨전자(225.0%), 제이씨현(225.0%)이 각각 수위를 차지했다.
현대전자와 한통엠닷컴, 한통하이텔이 각각 흑자로 전환했고 새롬기술과 메디다스가 적자로 돌아섰다.
드림라인과 LG산전, 인터파크 등은 적자를 지속했다.
조사대상 업체들의 올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지난해 전체 실적의 98.5%와 171.3%에 육박했다.
전체 실적은 지난해에 비하면 크게 호전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3분기 실적은 성장세의 둔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매출과 순이익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반도체 관련 업체들과 대형 정보통신기업의 실적 호전에 힘입은 것이다.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고 D램 가격이 계속 하락한다면 4분기 실적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적인 하강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증권 전우종 부장은 기대 이하의 3분기 실적을 장기적인 경기하락의 출발신호로 본다.
과도한 설비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대와 D램 가격 하락에 따른 전반적인 경기 침체 등으로 수익성이 계속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부장은 “적어도 2002년까지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며 “내년 경기 불황은 지난 92년과 98년의 중간 정도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그동안에는 성장성의 기대만으로 버틸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철저하게 실적장세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투자증권 이왕상 선임연구원은 “소프트웨어와 SI 업종은 하반기에도 실적호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인터넷기업은 생존을 염려해야 할 처지”라며 “일부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체들도 일단 추가하락은 면할 수 있겠지만 당분간 상승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철저하게 실적에 입각해 신중하게 접근하되 엔씨소프트와 퓨처시스템, 나모인터렉티브 등 고유의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확보한 종목들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삼성증권 김경중 코스닥분석1팀장은 대안으로 무선통신장비 업종에 주목한다.
네트워크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업종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IMT-2000과 관련해 시장 규모가 급격히 팽창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팀장은 3분기 실적을 근거로 단암전자통신과 에이스테크놀러지, 케이엠더블류를 추천했다.
실적 장세는 없다? 과거 같으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실적 호전 종목에 대한 기대감이 한참 무르익을 때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한 것같다.
호재가 없어서일 것이다.
유일하게 실적이 좋은 반도체 관련 업종은 경기 논쟁에 휩싸여 있고 무선통신 관련 종목들은 IMT-2000과 관련해 변수가 너무 많다.
미국 증시에서는 첨단주가 물러가고 전통 우량주가 부활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래도 현재로서는 실적 호전 업체들이 그나마 위안이 될 것이다.
‘주가는 궁극적으로 실적을 반영한다’는 진부한 격언을 다시 한번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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