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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리스크 크면 리턴도 크다
[머니] 리스크 크면 리턴도 크다
  • 이경숙
  • 승인 2001.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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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고수익 A&D주 투자요령… 기술적 분석 따르고 심리전 조심해야
증권가의 ‘팜므 파탈’(치명적 미인)인 A&D(인수 후 개발) 관련주가 여전히 강력한 매력을 발휘하고 있다.


상장된 부실 굴뚝기업을 인수해 첨단기업으로 변신시킨다는 A&D 관련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리타워텍 주가조작 사건 등으로 숱한 개미투자자들을 울리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우회등록 규제의 철퇴도 맞았으나, 여전히 건재하는 주가를 자랑한다.
물론 개중엔 유니씨앤티, 동신에스엔티처럼 내리막으로 내달리는 종목들도 있다.
하지만 부직포 업체인 한올, 이형철근 업체인 제일제강, 유통업체인 서능상사와 같은 종목들은 여전히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모두 A&D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종목들이다.
개미투자자들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위험하고, 멀리하기엔 너무 매력적인 A&D 관련주의 마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 사이트 게시판에서는 “불확실한 장세에선 역시 A&D가 최고”라며 투자를 부추기는 사람들과 “점잖은 분은 마음 상하니 이런 이전투구판은 멀리하는 게 상책”이라고 투자를 말리는 사람들 사이에 격론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A&D 관련주의 주가 차트는 오르락내리락 요동을 친다.
이를 바라보는 개미투자자들의 마음은 지하철 환풍구 위에 서서 치맛자락을 제멋대로 펄럭이는 마릴린 몬로를 보고 있을 때처럼 초조하다.
‘잡을 것인가, 말 것인가.’ A&D주, 전형적인 머니게임 종목 하기야 요즘처럼 조정국면이 길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있는 증시에서 높은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테마 주식 가운데 하나가 A&D 관련주인 것은 사실이다.
투자자들이 A&D 관련주를 완전히 무시하는 건, 낚시터에 간 낚시꾼이 낚싯줄을 던지지 않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러나 반드시 유념해야 할 철칙이 있다.
기술적 분석에 충실히 따르고 심리전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능상사의 최근 주가는 A&D 관련주를 둘러싼 심리전을 잘 보여준다.
2월 들어 들썩들썩하던 주가는 서능상사 관계자가 A&D설을 부인했다는 보도가 나가자 2천원대에서 살짝 주춤했다가 이내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뒤이어 “주당 액면가를 5천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할 예정이며 외자유치를 검토중”이라는 공시가 나가면서 주가는 연초보다 427%나 오른 9910원까지 튀어올랐다.
연일 상한가를 치던 주가는 서능상사 관계자가 “주가급등이 외자유치에 부담이 된다”고 토로하면서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5월 중순 외자유치 결렬 발표 뒤 4천원대에서 흔들리던 주가는 웬일인지 6월 초 다시 상승세를 탔다.
열흘 남짓 지나자 1천만달러 해외BW 발행을 계약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널 뛰는 주가에 따라 개미들의 환호성과 비명이 오갔다.
이처럼 A&D 관련주는 전형적인 머니게임 종목이다.
더군다나 A&D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행이기에 아직 실적을 낸 기업이 하나도 없다.
따라서 기본적 가치를 평가할 근거 또한 없다.
증권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여는 더 기다려야 A&D 관련주들의 가치평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작하는 기업들이 그렇듯 적어도 3년은 지나야 기업 실적이 제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미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는데 3년이나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는 투자자라면, 유용한 도구가 기술적 분석, 특히 심리지표와 이격도 분석이다.
심리지표는 최근 12일 기간의 전일 대비 상승일수를 누계해서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심리지표 상승일수 3일 이내(심리지수 25%)는 매수시점, 상승일수 9일(심리지수 75%) 이상은 매도시점을 가리킨다.
이격도는 현재 주가가 이동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낸다.
이 지표로 지금의 주가가 과열 국면인지 과매도 국면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D주만큼 증권가 격언이 잘 들어맞는 종목이 없다고 말한다.
대신증권의 정윤제 수석연구원은 ‘주식은 천장에서 가장 싸게 보이고 바닥에서 가장 비싸게 보인다’는 격언을 인용한다.
“가치평가가 어려운 A&D주는 전적으로 수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술적 분석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A&D주 투자는 거꾸로 가야 손해보지 않습니다.
” 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달리는 마차에는 올라타되 뛰어내릴 땐 남보다 빨리 뛰어내려라’는 격언을 전한다.
“A&D 관련주의 재료에는 기업인수합병 같은 은밀한 정보가 많습니다.
일반 투자자는 그런 정보를 얻기가 어렵죠. A&D 관련주 매매에 나설 땐 시세에 따라 재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 이익만큼 손해볼 각오도 단단히 해두어야 한단다.
M&A 시장 성숙을 위한 통과의례? 고위험 고수익의 A&D 테마는 앞으로 더 큰 흐름을 이룰 전망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데, M&A 시장은 아직 무르익을 시점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해야 할 대기업과 은행들은 자동차, 유화, 철강, 조선, 반도체의 구조조정 과제를 아직 끝마치지 못한 상태라 M&A를 할 만한 여건이 아니다.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야 할 중소기업들은 A&D를 피해갈 수가 없다.
실제로 A&D 테마는 한계에 부닥친 기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A&D 소식 전후에 한올은 자본잠식 상태였고 서능상사나 제일제강도 1분기 영업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었다.
성장을 위해서라도 A&D는 유용한 기법이다.
코스닥 등록기업 코아텍을 인수해 엔터테인먼트 지주회사로 변신한 로커스홀딩스는 영화제작·연예 매니지먼트 업체인 싸이더스, 영화제작·배급업체인 시네마서비스, 음반제작·유통업체인 예전미디어를 인수해 사업의 시너지를 꾀하고 있다.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즈 역시 기술력 있는 업체나 사업부를 흡수하는 A&D로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A&D 시장은 결국 본류인 M&A(인수·합병) 시장으로 전이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견한다.
대신증권 정윤제 수석연구원은 A&D주를 이렇게 평가한다.
“돈 버는 길이 궁극적으로 A&D주를 향해 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A&D는 다만 거치고 지나가야 하는 산일 뿐입니다.
뒤이어 올 M&A 시장이야말로 선물·옵션처럼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할 겁니다.
” 5월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M&A 사모펀드는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A&D와 M&A 시장의 발육을 더욱 촉진시킬 전망이다.
아직은 위태로워 보이는 어린 ‘팜므 파탈’ A&D 시장이 기업 구조조정의 산파인 M&A 시장으로 자라날 수 있을 지에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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