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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칼럼] 고개 들어 세계를 보라
[DOT칼럼] 고개 들어 세계를 보라
  • 오태동 이레씨앤씨 사장
  • 승인 2001.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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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구제금융 체제를 거치면서 벤처기업들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열어제쳤다.
고질적인 재벌 지배의 경제체질을 젊고 빠른 21세기형 구조로 바꾸라는, 벤처 보국의 엄숙한 사명이 벤처기업들에게 주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껏 부풀었던 벤처 열풍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지금, 테헤란밸리를 비롯한 벤처 특구들에는 장기화된 몸살을 넘어 회복불능의 자책 증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 벤처 관련 기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벤처기업은 1만개를 넘어섰다.
앞으로 벤처기업 수는 2003년에 2만5천개, 2005년엔 4만3천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벤처기업의 비중도 같은 기간에 3%에서 30%로, 벤처기업들의 고용 인원은 18만명에서 120만명으로 각각 확대돼 우리나라가 벤처 대국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예측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내 대답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1만개 벤처기업들도 좁은 시장에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말라죽기 직전이다.
그런데 이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5만개의 벤처기업들이 무엇을 먹고 살 수 있겠는가.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벤처기업들 사이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문제에 물꼬를 터줄 수 있는 것은, 국내 시장보다 150배나 규모가 큰 세계 시장밖에 없다.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과 세계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벤처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벤처를 꿈꾸는 젊은 창업자들은 시야를 넓혀 세계 시장을 먼저 바라봐야 한다.
자금과 기술, 마케팅의 3박자 선순환 구조가 벤처기업 성공의 기본 요건이며, 그 실현을 위해서는 국내의 경직된 구조와 좁은 시장에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
담대하게 360도의 전방위적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로 진출하란 얘기다.
물론 세계 시장의 벽은 높고, 넘기가 까다롭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내에만 눌러앉아 있을 수는 없다.
자신의 스코어 카드를 재정비하고 정면승부를 걸어야 한다.
예컨대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는 기술·생산·조달의 제휴, 좀더 강한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수직적·수평적 비즈니스 모델 제휴, 아이디어 제품을 전세계 시장에 팔아줄 수 있는 강력한 마케팅 채널을 지닌 오프라인 기업과의 제휴, 일본에 초고속 통신 기술 수출하기 따위가 그것이다.
나아가 세계 기업들과 협력과 공동작업, 제휴 등을 통해 상생의 윈윈 파트너십을 만들어내야 한다.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국제화의 유형은 기술과 자금, 기술과 시장, 기술과 기술의 결합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특히 제휴 목적, 핵심 역량의 강도, 성장 단계에 따라 접근전략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몇몇 선발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은 수출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과 큰 규모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외 시장 개척 능력과 협상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세계적 수준의 틈새 하드웨어 기술을 제품화한 기업은 세계적 유통망을 가진 외국 대기업과 주문자상표부착 방식 생산(OEM) 전략이나 공동 마케팅을 통해 신속하게 세계 시장을 장악할 필요가 있다.
닷컴형 인터넷 기업은 콘텐츠나 비즈니스 모델의 수평·수직적 결합을 통해 가시적 수익모델을 단기간에 확충해나갈 수 있는 세계적 기업과 제휴를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수십년간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 대한 경험과 지식 데이터베이스,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국내 종합상사를 비롯한 대기업들과 수익배분을 포함한 협력모델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국가적 핵심역량을 최대한 결집해 글로벌한 협상력을 키워나가기 위해 국내 기업간의 효과적 협력체제를 제도적으로 구축하는 국가적 차원의 지혜도 절실히 필요하다.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 진출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CEO의 능력을 40% 정도 본다고 한다.
휴렛팩커드의 CEO인 칼리 피오리나가 “국내와 국제적 장벽을 허무는 사람이 바로 21세기형 CEO”라고 한 말도 세계화된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스스로 움츠리고 있다가는 자기 영역마저 빼앗길 수밖에 없다.
기술의 생명주기가 3개월, 아니 1개월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미 제 손안에 있는 것만 움켜쥐고 우물쭈물할 것인가. 3개월 안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세계 시장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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