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자라목’으로 만드는 섬뜩한 해고 명령이 아니다.
직원들에게 스스로 회사를 차려 떠나라고 독려하는 포고문이다.
인큐베이팅 컨설팅업체 이비즈홀딩스(대표이사 진삼현·정사동, 사장 고명석) www.ebizholdings.com는 최근 서너달 사이에 웹개발팀 등 세개 부서를 분사시켰다.
앞으로도 마케팅 관련 두개 부서를 분사시킬 것을 목표로 한창 준비중이다.
경리재무팀만 빼면 분사한 사업부서들이 한 사무실을 쓰는 ‘한지붕 딴살림’을 차리게 된다.
‘네트워크 회사’ 지향 분사와 아웃소싱은 구제금융 사태 이후 여러 기업들이 도입하면서 기업문화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업부서를 회사 밖으로 내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이비즈홀딩스의 이런 시도는 기업경영에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유령회사나 ‘페이퍼 컴퍼니’로 남겠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업무효율과 성과가 늘어나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고명석(38) 사장은 “디지털 시대는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라며 “굳이 한 회사 울타리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지난해 겨울 창업 때부터 모든 사업부서의 분사를 계획했다는 그는 “분사한 부서는 이비즈홀딩스의 인큐베이팅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제3의 시장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파생효과’를 극대화하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일종의 ‘네트워크 회사’ 또는 ‘버추얼 컴퍼니’가 이들이 지향하는 바이다.
단기적으로만 볼 때 파생효과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회사의 웹개발팀이었다가 지난 3월2일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봄21닷컴’은 기존 이비즈홀딩스의 웹 개발·관리 업무 외에 신생 벤처기업들의 웹사이트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주는 서비스를 수주하는 등 나름의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신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 지원 서비스를 해주던 IR센터팀과 벤처기업 정보 사이트 ‘강남밸리’ 담당 부서가 합쳐 지난 2월24일 분사한 ‘앤젤2000’은 최근 장외시장의 주가지수를 보여주는 ‘앤젤 인덱스’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사업화하기로 했다.
앤젤2000은 벤처기업 분석·평가와 인터넷 공모 대행, 장외시장 분석 등을 사업모델로 겨냥한다.
사업부서의 분사에 대해 직원들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스스로 사업의 성패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일거리는 더 많아졌지만 “좀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비 즈니스를 펼칠 수밖에 없어 성과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봄21닷컴 박성배(27) 개발팀장은 “가장 큰 변화는 책임감과 함께 자발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기술개발 업무 외에 비즈니스를 배우기 위한 직원들의 학습모임도 활발해 자기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분사를 준비중인 마케팅 부서의 서성준(31·컨설턴트)씨는 “아무도 해보지 않은 도전이란 점에서 기업조직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흥미로운 논문 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무실을 쓰는 이들 ‘딴살림 한가족’의 분사기업들은 한달에 한번씩 대표 간담회를 열어 전체 비즈니스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
” ● 분사 뒤 아쉬운 점은 없습니까? “모기업과 분사기업의 자질구레한 비공식관계가 아직 정리되지 않아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각 분사기업이 제각기 길을 갈 수도 있으니, 열린 마음과 상호 지원은 계속 유지돼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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