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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블레어 집권2기 ‘산넘어 산’
[영국] 블레어 집권2기 ‘산넘어 산’
  • 김정원 통신원
  • 승인 200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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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 하락, 유로화 가입 불투명… 기업가·노동자간 정책갈등도 풀어야 할 난제 지난 6월7일 실시된 영국 총선의 승자는 또다시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이었다.
노동당은 1997년 총선에서 18년 동안 장기집권을 해오던 보수당을 누르고 압승을 이끌어낸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전체 의석 659석 가운데 413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둠으로써 창당 이래 100년 만에 처음으로 2기 연속집권에 성공했다.
그 배경은 역시 지난 4년 동안의 경제 실적이다.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이끈 노동당 정권의 4년간 실적은 정말 화려하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이 지난 25년간의 최저치에 머물렀고, 경제성장률은 3%대의 안정된 수준을 유지했다.
재정도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앞서 노동당은 마거릿 대처 총리의 보수당 정권이 집권한 이래 18년 동안 단 한번도 집권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경제성장을 전면적으로 무시한 채 노동자의 권익과 공공서비스 확대만을 주요 정책으로 삼는 극좌적 성향 때문이었다.
그러나 94년에 노동당 당수가 된 토니 블레어는 당의 고질적 병폐를 고치기 위해 중도좌익 성향의 ‘신노동당’을 부르짖었다.
그리고 기업가를 우대하는 정책을 펼쳤고, 이런 정책은 주효했다.
블레어는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의 승리가 확정되자 집권 2기에는 1기 때보다 더 혁명적인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면서, 1기 때 부진했던 교육·의료·치안 등 공공서비스 분야를 개혁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유로 조금씩 미뤄왔던 공공서비스 개혁을 경제성장과 동시에 이루어나가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공공서비스 투자 확대하겠다” 지난 4년간 노동당 정권의 경제 성적표는 우수하지만, 2기 집권이 시작된 올해 상반기 현재 영국도 미국 경제가 주도하는 세계 경제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영국의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고, 올해 연간 전체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의 3%보다 낮은 2.5% 정도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장률 하락에 크게 연연하지 않겠다는 게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의 태도다.
성장률 하락을 걱정하기보다는, 지난 4년간의 경제성장과 긴축재정의 결과로 축적된 150억파운드의 재정흑자를 그동안 미뤄온 공공서비스의 확대에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다만 공공서비스 확대정책에서 몇가지 원칙은 지키겠다고 그는 말한다.
공공서비스 확대를 위한 공익자금 투자로 야기될 수 있는 정부 빚을 국내총생산(GDP)의 40% 미만으로 억제하고, 전체 경제 흐름이 다치지 않는 수준에서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의 경제성장으로 자신감을 얻게 된 고든 브라운은 이제 그동안 졸라맸던 허리띠를 약간은 풀어도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지 않는 수준에서 공공서비스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이런 그의 생각을 드러낸다.
노동당이 해결해야 할 또다른 경제·정치적 이슈는 영국의 유로화 가입 여부다.
현재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유로화 가입을 결정하지 못한 나라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 세 나라다.
영국에서는 현재 유로화 가입 여부에 대해 지지파와 반대파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돼온 유로화 약세 추세는 유로화 가입 지지여론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유로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만 가속시켰을 뿐 기대했던 경기 부양과 유로화 가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런 유럽의 경제상황은 한개의 초국적 중앙은행이 다양한 경제구조를 지닌 유럽 여러나라들의 경기를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증명하는 것으로 비쳤고, 이는 장기적 시각에서 영국의 유로화 가입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로화 가입 지지자들은 영국이 유로화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파운드화의 지나친 강세가 초래돼 수출이 힘들어지고 미국과 유로권 국가들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에서 발언권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문제에 대해 토니 블레어 총리는 앞으로 2년 안에 국민투표를 통해 가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거 때 공약했다.
그러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토니 블레어의 이런 공약에 신중한 조건을 붙이는 태도를 취했다.
유로화 가입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더라도, 투표 시기는 경제상황에 관한 몇가지 중요한 기준들이 충족될 때로 잡자는 것이다.
그가 말한 기준이란 물가가 1.5% 내에서 잡혀야 하고, 환율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 빚 규모가 GDP의 60% 이내여야 하고, 연간 재정적자는 전체 경제 생산액의 3% 이내여야 한다는 것 등이다.
유로화 가입에 따른 이득과 손실에 대한 국민적 논의를 충분히 거친 다음,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된 뒤에야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이 고든 브라운의 생각이다.
디지털격차는 더욱 벌어져 통산부 장관에 임명된 패트리셔 휴이트는 영국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각종 정책을 계속할 것임을 다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미 대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에 대해 대폭적 세금감면을 해주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잡다하게 부과되는 각종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는 조처를 취해줬다.
영국 정부는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과 창업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런 정책들 가운데는 창업 지원을 위한 특별기금을 마련하고, 중소기업들의 전산화 자금을 지원하며, 연금기금을 벤처캐피털 자금으로 돌려쓸 수 있도록 하는 조처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영국 기업들은 통산부에 더 적극적인 지원을 바라고 있고, 아직도 많은 규제가 남아 있는 데 대해 불만이 많다.
패트리셔 휴이트 통산장관은 개인적으로 기업규제 완화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 의견을 갖고 있지만, 그가 다른 문제들, 즉 노동정책, 환경정책, 인권정책을 담당하는 장관들의 동의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기업과 노동계가 상반된 기대를 갖고 있는 노동정책에서 보수당과 차별화하려는 노동당이 기업가들에게 만족스러울 정도의 규제완화 정책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기간 내내 노동당은 최저임금을 주당 3.60파운드에서 4.10파운드로 올렸다는 점을 치적으로 내세우고, 앞으로 이를 4.20파운드까지 더 올릴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다른 유럽 국가 수준인 주당 48시간의 노동시간과 최소 4주간의 휴가기간을 법령화한 점도 자랑했다.
노동당은 집권 2기에 이런 1기 노동정책을 더 확대해 구조조정으로 피고용자 해고시 피고용자와 충분히 협의하도록 하고, 출산 유급휴가를 16주에서 28주로 늘리며, 아버지에게도 2주간의 출산 유급휴가를 주고, 유급휴가시 최저급여를 현재의 60.20파운드에서 100파운드로 인상할 것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방침에 대해 노동계는 환영하고 있지만, 기업계는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듯 노동계와 기업계의 상반된 기대를 아울러야 하는 노동당의 숙제는 정보통신산업 지원과 규제 정책에도 고스란히 되풀이되고 있다.
이는 보안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지난해 새로 제정한 법령인 ‘RIP’(the Regulation of Investigatory Powers)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조사권한 규제법’ 정도로 번역되는 이 법령의 제정으로 영국 기업들은 피고용자의 e메일을 비롯한 디지털 정보들을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
고용주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그러한 검열이 인터넷과 네트워크의 이용을 억제할 것이라는 등의 비판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노동당은 소득계층간과 지역간 디지털 격차의 해소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파악하고, 이를 위한 각종 정책을 수행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어 노동당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당 정부는 앞으로 2005년까지 3천만파운드를 들여 도서관, 슈퍼마켓, 동네 선술집, 전철역 등에 인터넷 접속시설을 갖추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런 공약이 무색하게도, 그동안 디지털 격차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왔던 브리티시텔레콤(BT)의 전화선 독점과, 그로부터 초래된 터무니없이 비싼 인터넷 접속 요금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장기간의 보수당 집권 이후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출발한 토니 블레어의 지난 4년은 경제 활성화라는 급선무를 푸는 데 온 힘을 기울일 수 있었던, 다소 쉬운 집권 기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2기 집권기에 들어선 그는 지난 4년 동안 이룬 이런 성과들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계층의 요구를 아울러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부닥치게 됐다.
이런 각계 각층의 다양한 요구를 그가 이제까지 주장해온 ‘제3의 길’을 통해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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