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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경제] 광통신, 벤처캐피털 기대 ‘한몸’
[해외경제] 광통신, 벤처캐피털 기대 ‘한몸’
  • 최욱 와이즈인포넷
  • 승인 2001.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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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 침체속 관련 분야 벤처투자 급증… 반도체·통신·미디어도 덩달아 혜택
올해 1분기 미국의 벤처캐피털 투자가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5월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10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의 168억달러보다 무려 40%나 줄어들었다.
또한 벤처이코노믹스와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1분기 벤처투자 규모는 117억달러로 전년동기의 267억달러보다 56%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털 투자규모가 1999년 1분기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처럼 벤처투자 규모가 급속히 줄어든 것은 주식시장 침체로 대부분의 벤처 투자자들이 자금제공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않는 대신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시장이 회복되기를 지켜보고 있다.


벤처투자 규모 99년 수준으로 회귀 신규투자가 멈춰버리자 컴퓨터 하드웨어, 반도체, 전자 등의 업종으로 유입되던 신규 벤처투자 금액이 50% 넘게 줄어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난해 초부터 거품이 붕괴된 인터넷 업계에 대한 투자가 76%나 감소했다.
게다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벤처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던 업종도 올해는 한파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강세를 보였던 생약업계에 대한 투자 역시 올해 1분기에 37%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처럼 전체적 벤처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벤처캐피털 업계가 새로운 회생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돌캐피털매니지먼트의 벤처캐피털리스트 토머스 블레이스델은 “지금처럼 벤처 업체들에 대한 가치 평가가 뚝 떨어져 있을 때 투자자들이 제대로 업체들을 평가할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비상장 업체에 투자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수많은 업체들이 파산하면서 인력을 감축함에 따라 일류급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뛰어난 경영진을 영입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벤처캐피털 업계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지난 90~91년의 경기침체기에 투자를 받은 업체들의 성공사례는 좋은 교훈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통신장비 부품업체인 베이네트웍스, 무선통신 업체인 넥스텔커뮤니케이션스, 스토리지 업체인 베리타스소프트웨어 등이 대표적 예로 꼽힌다.
베이네트웍스는 당시 벤처투자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최대 광통신 네트워크 업체인 캐나다 노텔네트웍스에 77억달러에 인수됐으며, 넥스텔과 베리타스는 각각 시장가치 117억달러, 259억달러의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물론 이들 업체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업체들 역시 막대한 차액을 챙긴 것은 당연하다.
벤처캐피털 업계의 회생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6월8일 11명의 유럽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식시장이 침체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시기가 뛰어난 신생 첨단업체들에게는 오히려 투자의 적기라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아이글로브 파트너스의 투루디 쉬프터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벤처캐피털들은 경기순환에 역행하는 투자패턴을 보인다”고 지적하며 “현재 벤처기업들의 가치가 현실적 수준임을 감안할 때 투자하기에 적합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 엑셀파트너스의 조 슈헨도프 벤처캐피털리스트 역시 “지금 적절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유럽에서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와 같은 뛰어난 투자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내비쳤다.
“벤처투자는 경기순환에 역행한다” 이처럼 벤처캐피털 업계에 새로운 희망이 조금씩 싹트고 있는 가운데,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특히 광통신 분야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벤처투자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광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는 크게 증가했으며, 인터넷 투자 역시 광통신 장비와 관련있는 업체들은 강세를 보였다.
게다가 광통신 부품과 장비 덕분에 반도체와 통신·미디어 분야도 덩달아 혜택을 입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는 아무리 시장이 암울해도 투자가치가 있는 곳에는 돈이 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PwC의 벤처캐피털인 벤처원의 데이브 위더로 사장은 “일부 벤처기업들은 이미 수십억달러를 조달했는데도 더 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말했다.
이는 곧 주식시장 침체와 기업공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털들의 기본 전략은 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불황에 투자하라’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명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지난 수년간의 지나친 투자과열 분위기를 우려해 투자적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건전한 사업계획과 장래성을 갖춘 업체들만 살아남은 지금이 최적의 투자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AT&T의 분할로 지난 90년대 초 미국 통신업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네트워크라는 장래성에 초점을 맞춘 업체들이 살아남아 번영을 누린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벤처캐피털들은 이전의 무조건적 투자에서 배웠던 쓰라린 교훈을 상기하면서 미래가치가 있는 신생업체에는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경기둔화 때 신생업체들을 키워야 하는 것도 벤처캐피털들의 덕목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제 그 덕목을 발휘할 진정한 기회가 다가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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