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8개국에 사무소 개설, 300여개 벤처기업 투자… 대륙간 통로 역할 자임
월든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월든)은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전통적 벤처캐피털들은 이른바 ‘한시간 내에 갈 수 있는’ 곳에 있는 벤처기업에만 투자를 해왔다.
가까운 곳에 있어야만 투자한 벤처기업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든은 이런 금기에 과감한 도전을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의 투자철학은 “Think globally, linking locally”라는 구호에 함축돼 있다.
글로벌하게 사고하고 지역적인 연계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월든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시아 지역의 벤처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미국 기업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월든은 이런 전략을 통해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중에서는 글로벌화에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0억달러 규모 ‘팩벤V’ 펀드 결성 1987년 창업한 월든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고, 아시아 8개 국가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사무소가 있는 아시아 국가는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일본, 필리핀, 대만 등이다.
한국에는 없다.
현재 2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33개 펀드를 모집해 300여 벤처기업에 투자를 했다.
올 4월에는 다른 벤처캐피털들이 투자시장 위축으로 펀드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10억달러(1조3천억원 상당)의 펀드를 결성해 주목을 받았다.
‘팩벤V’(PacVen Ⅴ)라는 이름의 이 펀드에는 미국의 주요 기관투자가나 기금인 그랜빌 프라이빗 에쿼티,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딘위터, 스탠퍼드대, MIT, IBM, 포드 기금 등이 투자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10억달러 펀드는 굉장히 큰 규모며, ‘10억달러 클럽’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월든의 리푸탄(42) 회장은 “우리의 글로벌 포커스가 투자가들의 관심을 끌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든의 창업자 겸 회장인 리푸탄은 화교 출신이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그는 싱가포르에서 대학을 다녔고, 20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MIT에서 핵공학을 전공한 뒤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MBA를 마쳤다.
그리고 84년 실리콘밸리의 월든그룹이라는 벤처캐피털에 입사했다.
태평양을 넘나들면서 사업기회를 포착한 그는 이 회사의 아시아 지부를 만들었다.
3년 뒤 그는 2천만달러 펀드를 갖고 월든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을 창업하기에 이른다.
리푸탄의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벤처투자 전략은 성과를 톡톡히 냈다.
맨 처음에는 대만과 싱가포르에 투자를 했다.
초창기 성공작은 시가총액 13억달러 기업으로 성장한 대만의 파워칩 세미컨덕터와 싱가포르의 세계적 PC 사운드카드 제조업체인 크리에이티브테크놀로지(시가총액 20억달러)에 대한 투자였다.
이 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나중에 중국의 대표적 포털로 나스닥에 상장된 시나닷컴을 포함해 센틸리엄, 엑셀러레이티드네트웍스, 프로머토리, 소노마시스템스 등이 포함된다.
월든의 투자성공 비결은 미국과 아시아 시장을 잘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우선 월든은 아시아 벤처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줬다.
특히 마케팅과 판매 부문을 지원했다.
아시아 벤처기업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월든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로를 개척해주는 것이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 미국 회사들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데도 지원을 한다.
예컨대 미국의 광네트워킹 회사인 테라웨이브 커뮤니케이션이 싱가포르텔레커뮤니케이션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월든의 역할이 컸다.
월든은 나라별로 투자규모를 미리 정해놓지 않는다.
그보다는 6개 주요 투자분야별로 할당을 해서 투자한다.
주요 투자분야는 통신, 인터넷, 아웃소싱 소프트웨어, 반도체, 생명공학,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 등이다.
대개 미국 벤처기업에 3분의 1, 아시아 지역 벤처기업에 3분의 2를 투자한다.
아웃소싱 소프트웨어는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가 중심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인도 회사들의 미국 시장 판로를 개척해주는 것이다.
반도체 분야는 대만에 주로 투자한다.
OEM 제조는 주로 대만, 싱가포르, 중국이 대상이다.
미국의 주요 IT기업들은 이들 국가에서 제조를 하는데, 이를 중요한 사업기회로 포착한 것이다.
리푸탄 회장은 “최근엔 인도, 일본, 중국에 관심이 많다”며 “인도는 소프트웨어 개발능력, 일본은 통신과 B2B 인프라 분야, 중국은 거대한 시장잠재력이 각각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국이 불안하고 인프라가 취약한 인도네시아와 타이에는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한국 탐색 끝내고 하반기 진출 계획 한국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시장탐색기를 거쳤다고 한다.
리푸탄 회장은 “최근 1년반 동안 정보수집을 했으며 올 하반기에 진출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2~3년 동안 1억달러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 시장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는 장비 제조기술, 광통신 등 부품 개발기술, 무선 등이다.
재원 조달처는 미국이 70%로 압도적으로 비중이 높고, 유럽과 아시아가 나머지 30%를 차지한다.
초창기에는 아시아 투자자들로부터 재원을 조달했다.
그러다가 94년부터 미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펀드를 조성했다.
투자회수(Exit)는 주로 미국, 홍콩, 싱가포르에서 한다.
이들 국가들은 벤처 기술과 자본 인프라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월든이 투자한 기업을 공개(IPO)하는 주요한 거점으로 활용된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기업의 매각은 곧 기업의 실패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보다는 IPO를 통해 투자회수를 한다.
월든은 97년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가 자신에겐 커다란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첨단산업을 성장의 엔진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아시아 시장에는 위험요소도 존재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표적 위험은 유동성 확보 문제와 우수한 경영자 부족 문제에 도사리고 있다.
아시아 시장은 IPO 시장의 규모가 작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제때 유동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또 벤처기업을 제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우수한 경영자 확보가 관건인데, 아시아 시장에서는 그런 경영자 풀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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