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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창간 1년 맞은 웹진 '더 럽'지 편집장 민명기
[피플] 창간 1년 맞은 웹진 '더 럽'지 편집장 민명기
  • 이용인
  • 승인 2000.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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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더럽다고 얼굴을 돌리진 마세요”
“에이 퉤퉤퉤, 세상 참 더럽다.
” 세상이 자신의 뜻과는 반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침 한번 뱉는 것으로 감정을 갈무리해버린다.
하지만 ‘더럽’지 www.therob.co.kr는 더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보겠다며 꼭 1년 전 웹진으로 태어났다.
민명기(30)씨는 지금까지 더럽의 편집장을 맡아오고 있다.


더럽은 지난 1년 동안 국내 웹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7월 동국합섬 노동자 ‘정희양씨 사건’ 때문이었다.
정씨는 ‘DMF’라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제2공장에서 근무하다 외이도선암(귀에 생기는 암)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렸다.


하지만 산업재해 판정도 받지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나고 만다.
방송국 프로듀서였던 민씨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정씨의 글을 우연히 보고선 구미 현장으로 내려갔다.
회사엔 휴가를 내고 프로듀서가 아니라 더럽의 편집장 자격으로 취재에 나선 것이다.
민씨는 심각한 정씨의 병세, 그리고 회사와 노동조합의 얽히고 설킨 공생 관계를 더럽에 폭로했다.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뒤 이어 중앙지들이 원진레이온에 뺨치는 구미공단 화학섬유업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 웹진을 만들 때엔 열정 하나만으로 시작했다.
피시통신의 ‘나도 한마디’ 코너에서 사회비판적 논객들 10여명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하지만 웹진이라는 게 결코 녹록치가 않았다.
따로 사무실을 두지 않았는데도 월급의 절반이 운영비로 싹둑 잘려나갔다.
폭주하는 서버 용량을 감당하는 것도 벅찼다.
한때는 폐간을 검토하기도 했다.
고비를 넘고 넘어 예까지 온 것은 순전히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네티즌들의 도움 덕택이었단다.
민씨는 올해 초 벤처기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빡빡한 생활 속에서도 새벽 2시든, 3시든 집에 들어오면 기사를 올려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일요일에도 생생한 보도를 위해 현장 취재에 나선다.
“제 몸 어딘가에 숨어 있는 정의감이 저를 편안히 내버려두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일이 싫지가 않네요.” 더럽은 이미 그의 생활이자 ‘취미’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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