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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선진 제약국 발돋움은 시간문제
2. 선진 제약국 발돋움은 시간문제
  • 이강추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 승인 2001.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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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력 선진국에 뒤지지 않아… 중장기 계획 세워 국가 차원의 전략산업으로 키워야 머리가 빠지지 않는 항암제, 그것도 먹는 항암제인 ‘글리벡’의 탄생은 실의에 빠져 있는 전세계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었다.
성기능 개선제로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비아그라’는 갖가지 웃지 못할 사건들을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사랑의 묘약’으로 통하고 있다.
어찌됐든 성기능 부전증 환자들에게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이다.
신약은 이처럼 환자는 물론이고 환자 가족에도 새로운 삶을 안겨준다.
뿐만 아니라 신약은 일단 성공하면 제약회사나 국가경제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만들어준다.
‘비아그라’를 개발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제품을 팔기 시작한 다음해인 99년에 단일 품목으로 10억달러(1조3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화이자의 매출액은 210억달러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고, 연구개발에도 4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글리벡을 개발한 스위스의 노바티스는 의약품 매출액 세계 7위로, 99년 매출액이 127억달러에 이른다.
연구개발비에만 28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 9년 동안 1억달러를 투자해 81년 개발에 성공한 영국 글락소의 위궤양 치료제 잔탁은 특허가 끝날 때까지 매년 40억~5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덕분에 영국 내 기업순위 25위였던 글락소는 95년엔 영국 최고의 기업으로 등극했고, 세계 제약업계에서도 상위 제약기업으로 뛰어올라 영국 국가경제에 크게 이바지했다.
세계 의약품 시장 2160억달러 지난해 세계 의약품 시장규모는 2160억달러로, 주요 제약회사들은 너도나도 이 노다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 매출은 최소 20~30%의 순이익을 안겨준다.
그만큼 신약이 창출해내는 부가가치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게다가 세계적 신약을 하나 개발하면 제품당 평균 10억~40억달러의 세계 시장 매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처럼 제약산업은 국가 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에 제약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의 꽃이라고 할 정도다.
때문에 대개의 국가에서는 경제적·사회적, 그리고 국민보건적 차원에서 기여도가 높은 제약산업을 국가발전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처지가 비슷해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전 국토의 65%가 산악지대인 스위스도 제약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 노바티스, 로슈 등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를 2개나 두고 있다.
이들 제약회사는 제조 약품의 90%를 외국으로 수출하면서 국가경제에 효자 노릇를 하고 있다.
영국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있고, 최근에는 각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조선, 철강 등 기존 주력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의 하나로 제약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 선진권 다국적 제약기업들은 세계 의약품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연구개발비를 줄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수평적 또는 수직적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 기업으로 발돋움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최근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라는 세계 최대 제약회사가 탄생했고, 화이저는 워너램버트를 흡수합병하려 하고 있다.
이들 다국적기업의 연간 평균 매출액은 30조원을 넘어선다.
한 기업의 매출액이 우리나라 전체 의약품 시장 규모보다 6배 이상 큰 셈이다.
특히 세계 20대 제약기업 가운데 일본 제약기업이 3개나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일이다.
세계적 업체들은 100여년의 신약개발 경험, 풍부한 연구인력,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무기로 활발하게 신약개발 연구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신약개발이 쉬운 문제는 결코 아니다.
한개의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낮은 성공확률, 긴 연구기간, 그리고 다양안 전공 배경과 경험을 갖춘 고급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일반 공산품과 달리 후보물질을 개발한 다음에도 독성시험, 전임상시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등 복잡하고 까다로운 개발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신약개발을 개발하는 사람들만의 몫으로 돌리면 감당하기가 벅차게 마련이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 신약개발 연구투자는 적어도 1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 76년 당시 획기적인 위궤양 치료제를 개발해 10억달러의 순수익을 올린 영국의 한 회사는 계속적인 연구투자를 게을리해 10년 뒤인 80년대 중반에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비해 미국의 머크는 계획적이고 효과적인 연구개발 전략을 세워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10년 뒤인 80년대 중반에는 미국 최대의 제약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아직도 제약시장을 내수산업 정도로만 취급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제약기업들은 아직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약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
주로 외국 기업의 제품을 복제해 좁은 내수시장에서 과당경쟁을 벌이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들은 선진 다국적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신약개발 경험과 열악한 연구시설, 전문 연구인력 부족,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2~3%에 불과한 데 따른 저조한 연구개발 예산 등으로 신약 연구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그동안 국내에서도 산발적으로 연구개발에 공을 들여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는 했다.
90년대 초반부터 과학기술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시작된 체계적인 국가 차원의 신약연구 지원사업에 힘입어 이제는 상당수 신약 후보물질들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국내에서 개발돼 연구진행중인 신약개발 후보물질 중에서 몇몇 신물질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미 선진 외국에 거액의 기술수출을 하고 있다.
최근엔 독자 기술로 개발한 신약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이런 성과는 선진 다국적기업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소규모 투자를 통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제약 기술개발 잠재력은 어떤 국가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제약 분야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의 대외의존도를 벗어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실정에 맞는 효과적인 연구개발 전략을 만들어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제약기업도 우물안 개구리 벗어나야 효과적 신약개발을 위해선 우선 3단계 전략을 짜야 한다.
3~4년 안에 상품화할 수 있는, 의약품 원료의 신규 가공공정을 개발하는 단기전략이 우선 첫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중기전략으로는 일반용 의약품 따위를 5~6년 안에 상품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기전략으로는 신물질과 신의약 개발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이 밖에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학연 연계 연구를 강화·효율화하고, 연구실적의 공동활용과 산업화로의 연계, 중복투자 방지와 연구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합동연구 풍토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정부 차원에선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과감한 규제완화와 국가발전 전략산업으로 신약개발 연구자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일관성 있는 정부 정책만이 신약개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 제약기업도 이제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해외로 적극 진출하겠다는 의식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세계 기술동향에 민감해야 하고, 세계 시장 예측 등 정보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제약업계와 정부, 그리고 대학과 연구기관이라는 4개 축이 제대로 호흡을 맞춘다면 선진 제약국가로 발돋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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