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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동정] 바이오벤처 사장 정호선
[CEO동정] 바이오벤처 사장 정호선
  • 유춘희
  • 승인 2000.06.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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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의 꿈, 생명공학에서 펼쳐요
지난 15대 국회 첫 정기국회 본회의장. 정호선(57) 의원은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나타났다.
보자기로 싼 무거운 서류 보따리에 익숙해 있던 국회의원들에겐 다소 엉뚱한 등원이었다.


정 의원의 컴퓨터 바람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10억원을 들여 마련해놓고도 창고에서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던 전자투표기를 부활시켰고, 국정감사 때 제출하는 두꺼운 자료뭉치도 디스켓으로 대체하자고 주장해 일부 실현시켰다.

그는 이제 국회의원이 아니다.
20년 동안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을 가르치다 정치에 뛰어들었던 그가 이번엔 벤처기업 사장으로 변신했다.
바이오크리에이트 www.biocreate.com라는 생명공학 회사를 차려 동물복제 기술 개발에 바쁘다.
‘정보통신 전도사’가 갑자기 생명공학을 한다니 모두들 의아해할 만도 하다.
“원래 태생이 농사꾼입니다.
토마토, 고추, 복숭아를 재배하면서 새로운 농법을 시도했던 아버지 덕분에 형제들이 늘 농사일을 했어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주에 있는 호남원예고등학교에서 과수, 채소, 화훼, 조경을 배웠죠. 그렇게 보면 생명공학 사업이 전혀 새로운 건 아닙니다.
목장을 하고 싶던 어릴 적 꿈으로 돌아왔다고나 할까요.” 바이오크리에이트는 동물복제의 권위자인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나주에 6500평의 목장을 마련했고 본사도 거기 두었다.
동물복제 기술을 응용하고 상용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능성 우유 생산, 우량종 개발, 축산 전자상거래망 구축, 유전자 형질변환 동물 생산, 유전자 보존은행 설립 등 꿈이 야무지다.
장기적으로는 인간장기 대체이식 연구와 뇌 지도를 규명하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 사장은 이제 정보기술에서 바이오로 완전히 방향을 튼 것일까. 그건 아니다.
그쪽에 벌여놓은 사업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진정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사이버 국회, 모든 주식을 거래하는 사이버 엔젤마켓, 인터넷 매장·제례 문화를 선도하는 사이버 메모리얼파크, 컴퓨터 게임을 위주로 한 사이버 올림픽 등 청사진도 원대하다.
언뜻 보기에는 허무맹랑하고 무모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의 머리에서는 착착 설계도가 그려지고 있다.
제대로만 되면 한국은 사이버 신천지가 된다.
정보통신 전도사에서 바이오벤처 사장의 길을 택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공천 탈락의 후유증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추호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이 길이 정보통신의 차선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단다.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면에서는 정보통신이나 바이오산업이나 다를 게 없잖아요. 이젠 바이오에 차세대 기술이라는 말을 더 많이 붙이고 있고…. 난 둘 다 해보고 있으니 정말 행복한 놈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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