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6:14 (목)
[특집] 오프라인은 구원의 동아줄인가
[특집] 오프라인은 구원의 동아줄인가
  • 한정희
  • 승인 2000.06.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릭 앤 모르타르’를 위한 닷컴기업들의 승부수… 그래도 문제는 수익모델이다 한때 닷컴이라는 꼬리표는 마법의 램프처럼 보였다.
주문을 외우며 살짝 쓰다듬기만 해도 금은보화가 쏟아질 것 같았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닷컴을 세우고, 기업들은 뒤질세라 닷컴으로 변신했다.
닷컴의 마법은 그만큼 강렬했다.
가상의 수요자들이 한창 생길 때만 해도 마법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듯 했다.
그러나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마법은 깨졌다.
닷컴들은 유리구두를 벗어둔 채 왕궁을 떠나야 했던 신데렐라처럼 당황하고 있다.
마차는 호박으로 변하고, 말들은 생쥐로 돌아갔다.
누가 현실로 돌아간 닷컴에게 유리구두를 돌려줄 것인가? 전략적 제휴를 넘어 직접 진출로 닷컴들은 곤경에 처해 있다.
문제는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닷컴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새로운 사업구상이 필요했다.
온라인 기업들의 오프라인 진출은 그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방향이다.
그러나 모두들 동의하고 있는 이 방향 앞에서 닷컴기업들은 주춤하고 있다.
어떻게 진출할 것인가? 어떻게 진출해야 성공할 것인가?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과 전략적인 제휴를 체결한 사례는 적지 않다.
주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거나 인프라 확보를 위해 오프라인과 손잡았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오프라인 물류망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결제를 위해 금융사와 제휴관계를 맺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이런 전략적 제휴형태를 넘어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라인 기업들이 직접 오프라인 사업을 벌이거나, 이 영역을 과감하게 개척하고 있다.
살기 위해 수익모델을 찾아야만 하는 닷컴들이 이제 전통적인 비즈니스 영역인 오프라인에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증권정보 전문 사이트 팍스넷은 지난 2월 온라인 공간이 아닌 오프라인 공간에 팍스트레이드센터를 개장했다.
팍스트레이드센터는 국내 최초의 주식투자 전용 사무실로, 개인사무실에 사이버객장, 증권교실, 동호회를 접목시킨 일종의 증권방이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PC방처럼 주식투자자들은 이곳에 모여 정교하게 분석된 증권정보를 볼 수 있다.
회원들은 이곳에서 정보를 얻고, 서로 투자자문을 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7월부터는 시스템트레이딩 신호에 의해 직접 매도매수를 할 수 있고, 주식초보자들을 위한 가이드도 마련된다.
팍스트레이드센터는 현재 30여개의 지점업체를 거느리고 있으며, 전국의 피시방을 대상으로 지점업체를 늘려가고 있다.
팍스넷은 현재 지점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사이버증권몰에 입점한 증권사한테서는 입점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작은 증권거래소와 같은 이 개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모델로, 온라인의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실험장이 되고 있다.
우먼플러스 잡지 창간으로 재미 온라인 업체가 전통적인 오프라인 영역에 진출해 주목받는 경우도 있다.
여성 전문 포털 우먼플러스는 지난 4월 오프라인 여성잡지 를 창간했다.
마케팅팀 김형석 대리는 “오프라인으로 묶어내야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며, 이들을 위해 여성생활과 밀접한 매체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강조한다.
우먼플러스의 고민은 회원들의 지속적인 방문을 위해 볼꺼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거였는데, 오프라인 잡지가 그런 고민을 풀어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 대리는 오프라인 잡지 창간을 “온라인 쇼핑의 카탈로그화”라고 표현한다.
그는 “기존 오프라인 잡지는 단편적인 정보를 전달할 뿐 부가적인 서비스나 커뮤니티 형성이 불가능하지만, 온라인은 가능하다”며 “이런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고 말했다.
실제 우먼플러스는 잡지 창간이후 온라인 매출이 30% 정도 더 늘었고, 한달 광고수익만도 3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인터넷 전문 인큐베이팅 업체가 아예 오프라인 업체를 인수해 주목을 끈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인큐베이팅 전문업체인 미래랩은 문구전문업체 바른손을 인수했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업체가 온라인 업체를 인수한 경우는 많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미래랩의 최선희 홍보과장은 “캐릭터 사업은 쭉 관심을 가져왔던 분야”라며 “바른손은 이미지가 좋고 캐릭터 비즈니스로 성공한 케이스여서 우리와 컨셉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인 오프라인 사업계획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경우는 특수한 케이스로 업계에서도 관심이 많고 기대도 많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미래랩은 아직 구체적인 사업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바른손 인수와 관련된 온라인 사업들이 하반기의 중심적인 방향이 될 것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전자상거래 업체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사례는 일찍부터 있었다.
인터파크는 전자상거래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초기단계부터 용산전자단지에서 구매업무를 대행하는 5개의 제휴매장을 활용하면서 매장 개설의 효과를 누렸다.
지난해에는 20여개의 직영점을 열어 컴퓨터 관련 기기를 소비자들이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비록 지금은 초창기에 비해 많은 지점들이 철수했고, 대학로에 남은 매장도 책과 CD 판매에 치중하고 있지만, 이를 완전히 철회할 생각은 아니다.
인터파크는 온라인 사업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오프라인과의 수직적 결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르면 8월중 가시화할 전망이다.
인터파크 김선민 홍보팀장은 “구체적으로 서적사업과 관련해 오프라인 사업을 직접 벌일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는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전자책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업체가 직접 오프라인에 진출했다가 이를 분사한 경우도 있다.
골드뱅크는 지난해 ‘미스터피씨’라는 이름으로 선인상가에 컴퓨터 기기 매장을 개설했다가 4월 EC사업본부에서 '즐겨찾기'라는 전자상거래 전문쇼핑몰이 분사하면서, 미스터피씨를 ‘즐겨찾기’ 내 직영매장 형태로 계속 운영중이다.
온라인 업체의 오프라인 직접 진출을 대세라고 말하긴 어렵다.
모두들 하반기에는 새로운 제휴나 진출을 이야기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례가 있지는 않다.
오프라인 진출 이유도 외견상으로는 엇갈린다.
온라인만으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진출은 당연하다는 주장과, 온라인 업체의 오프라인 진출은 온라인 영역의 시너지 효과를 확대하기 위한 주장이 맞선다.
사실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하는 것 같지만, 속을 뜯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이런 입장차이는 온라인 업체들이 수익모델이 있느냐 없느냐, 있다면 어떤 성격의 수익모델이냐에 따라 생겨난다.
팍스넷이나 골드뱅크, 옥션처럼 나름대로 수익모델이 있고, 선점업체의 이점을 지속적으로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업체들은 오프라인 진출이 이런 온라인 수익구조를 굳건히 지지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골드뱅크 서병일 홍보팀장은 “골드뱅크는 파이낸스 포털로서 금융거래 수수료라는 실질적인 수익모델이 있는 상태”라며 “오프라인 진출은 이런 온라인 수익모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업체들은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다다르지 않는 한 직접적으로 오프라인에 진출하기보다는 관련 분야와 제휴를 맺는 데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확실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지 못한 온라인 업체의 오프라인 진출은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진출 분야가 다양하고, 다소 실험적이다.
우먼플러스의 잡지 창간이나, 인터파크의 출판 관련 사업, 이쎄일이 준비중인 오프라인 경매업체와의 통합경매 따위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줌마닷컴의 이강민 홍보실장은 “사이트를 운영하다 보면 회원들의 요청사항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우선 사람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이를 기반으로 먹고, 입고, 생활하고, 교육하고, 노는 모든 오프라인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오프라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비쳤다.
이는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방향과 일치한다.
대부분의 닷컴들이 올 하반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모델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면 오프라인 진출의 구체적인 모습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포털업체들의 브랜드 마케팅은 전초전일 뿐 포털업체들은 올 상반기부터 그 전초전으로 오프라인을 통한 브랜드 마케팅을 활발히 펼쳤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이들 포털업체는 의류업체와 라이센스 계약을 맺어 티셔츠나 모자 등에 자사 로고를 넣는 방식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오프라인 진출을 위해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높이고, 회원들의 소속감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하반기에는 온라인 회원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사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네띠앙은 7월중 ‘네띠앙 멤버십카드’를 발급한다.
네띠앙카드는 주요 타겟에 맞춰 가맹점을 모집하고, 대출업무는 물론 극장, 패밀리레스토랑, 미용실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쪽으로 오프라인 사업의 가닥을 잡은 셈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오프라인 진출을 올해 안에 가시화한다는 계획이다.
홍보팀의 조은형씨는 "대부분의 포털업체들이 오프라인 진출의 복안을 가지고 있지만, 전략적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라며 “더욱 탄탄한 오프라인쪽과 제휴를 맺기 위해 포털업체들간의 물밑작업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 다각적인 실험이 펼쳐질 곳은 전자상거래 분야다.
인터파크의 출판 관련 사업은 이미 막바지 준비단계에 와 있고, 사업범위도 서점을 직영하거나 책을 직접 출판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어떻게 가시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옥션도 인터넷경매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전략적 제휴는 물론 인수합병이나 지분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경매업체인 이쎄일도 자동자, 귀금속, 미술품 등 고가품에 대해선 전문업체와 제휴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한단계 더 나아가 오프라인에서 기반을 다진 전문 경매업체와 통합경매를 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시너지를 얼마나 내느냐가 관건 온라인의 오프라인 진출은 대부분 전략적인 제휴라는 형태를 통해서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모델이 다양해지면서 온라인의 오프라인 진출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결국 문제는 또 다시 수익모델이다.
온라인 기업들의 오프라인 진출은 그것이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궁극적으로 수익모델이 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온라인의 오프라인 진출은 수익모델로서의 가치를 얼마나 평가받느냐에 따라, 하반기에 대세를 이루게 될지 아니면 한번의 실험으로 그칠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진정한 제휴는 ‘파이 키워서 나눠먹기’
온라인 기업들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이 기존 오프라인 업체와의 제휴다.
그러나 지금까지 업계에 무성했던 이른바 ‘전략적 제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제휴의 내용이 단지 마케팅 차원의 홍보전략쯤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실질적인 전략적 제휴가 요구되면서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창출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제휴를 삐딱하게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시장 파이의 크기는 그대로 둔채 각자 영역에서 나눠먹기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터넷이라고 하는 가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잠재된 파이는 온라인 오프라인의 제휴를 통해 ‘키워서 나눌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런 제휴만이 진정한 제휴라고 강조한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최근 한 포털업체는 오프라인 학습지 업체와 제휴를 추진중인데, 부모와 학생이 필요한 학습용품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이를 학습지 교사가 가정방문을 할 때 전달해주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학습자들은 부가서비스를 받아서 좋고, 학습용품업체는 물류비용이 절감되며, 포털업체는 회원서비스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회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업체가 영어학원과 제휴를 맺어, 회원들에 한해 영어학원 수강료를 인하해준다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영어학원으로서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수강생으로 모을 수 있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온라인 업체는 회원들에게 서비스를 강화하고 학원입점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의 크기를 키워 나눠먹는 전략이다.
온라인 업체와 오프라인의 제휴는 앞으로 서비스 분야에서 더 유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숙명여대 문형남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휴에 익숙하지 않다.
제휴하자고 하면 일단 손해보지 않을까 하는 피해의식이 고개를 쳐든다.
하지만 같이 하려고 생각하면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제휴의 모델이 나올수 있다”며 비즈니스적인 사고의 유연성을 주문했다.
그는 특히 “몇군데서 성공적인 모델이 나오면 비슷한 모델들이 뒤를 이을 것”이라며 “비즈니스 모델도 유기체처럼 환경변화에 적응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