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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줄이 있어야 하나 없어야 하나
[포커스] 줄이 있어야 하나 없어야 하나
  • 김경무(한겨레)
  • 승인 2000.06.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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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 사업자 최종선정 앞두고 유·무선통신사업자 마지막 승부
“유선사업자가 IMT-2000 사업을 하려고 하면 안되죠. 하나로통신은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주력해야 합니다.
IMT-2000은 3개의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이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SK텔레콤 관계자)

“IMT-2000은 기존 이동통신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입니다.
ITU(국제전기통신연합)도 IMT-2000을 ‘유선과 무선이 결합된 새로운 멀티미디어 서비스’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기존 이동전화나 PCS사업자에게 IMT-2000 사업권을 주는 것은 또다른 특혜입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한국IMT-2000컨소시엄 초조 ‘꿈의 이동통신’이라는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유·무선통신사업자 사이에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 와중에 6월 말 늦어도 7월 초까지는 사업자 수와 선정방식, 기술표준 등 세가지 사업자 선정기준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한 정부는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현재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대결은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한국통신(016한국통신프리텔·018한솔엠닷컴), 엘지그룹(019엘지텔레콤·데이콤), 하나로통신이 주도하는 ‘한국IMT-2000컨소시엄’ 등 4자 구도로 좁혀져 있다.
기존 이동통신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사업자 선정에서는 느긋한 처지이지만, 기술표준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동기방식(미국식)으로 서비스중인 2세대 이동통신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3세대인 IMT-2000 서비스의 기술표준으로 동기식과 함께 비동기식이 복수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절대 강자의 위치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016한국통신프리텔을 갖고 있는 한국통신도 초조해 보이지 않는다.
최근 018한솔엠닷컴 인수로 무선통신 분야에서 더욱 견고한 위치를 점하게 됨에 따라, IMT-2000 사업자로 선정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엘지그룹은 무선사업자(019엘지텔레콤), 유선사업자(데이콤), 통신장비사업자(엘지정보통신)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돌출변수가 없는 한 당연히 사업자에 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다만 사업자가 3개로 정해질 경우, 한국IMT-2000컨소시엄에 사업권을 내줄 수도 있다고 보고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다.
초조한 쪽은 한국IMT-2000컨소시엄이다.
정부가 사업자를 3개로 정할 경우 신규사업자로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데다가, 이동통신사업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컨소시엄에는 하나로통신과 온세통신, 서울이동통신 등 10개 무선호출사업자와 아남텔레콤 등 3개 주파수공용통신(TRS) 사업자,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소속 211개 업체, 60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속 10만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늦어도 7월 초 IMT-2000 사업자 선정기준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연말에 가서야 사업자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어서,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사업자는 3개가 넘지 않을 듯 IMT-2000은 보통 차세대이동통신이라고 부른다.
IMT는 ‘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의 약자인데, 2000을 붙인 것은 2000년부터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뜻에서다.
통신사업자들은 IMT-2000의 개념을 놓고 ‘갑론을박’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개념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사업자 선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SK텔레콤 등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IMT-2000을 ‘2세대 이동통신에서 진화된 서비스’로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최소 144kbps 이상으로 빨라지고, 음성과 함께 영상 서비스도 가능한 이동통신 서비스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보통신부도 “현재 제공되고 있는 이동전화 등에 비해 데이터 전송속도가 고속화되고, 서비스가 고도화된 이동통신 서비스”라고 정의해 기존 이동통신사업자 편을 들어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통부는 IMT-2000의 주요 특징으로 △인터넷·영화 등 고속데이터 서비스 제공 △전세계적인 표준화 및 동일 주파수대역→글로벌 로밍 지향 △첨단 음성압축·복원기술 사용→음성품질 개선 등 세가지를 들고 있다.
그러나 ITU(국제전기통신연합)는 사뭇 다르게 정의하고 있다.
95년 3월에는 “언제 어디서나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고, 가볍고, 편리한 휴대용 통신수단”이라고 정의했지만, 99년 11월에는 “전화, 컴퓨터, 텔레비전, 신문, 도서관, 개인일기, 심지어 신용카드와도 연결되는 궁극적인 개인 액세서리”라고 바꿨다.
‘개인화된 글로벌 멀티미디어 서비스’라는 것이다.
한국IMT-2000컨소시엄은 “IMT-2000은 기존 이동통신과는 전혀 다른 멀티미디어 서비스”라면서 “사업권을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 위주로 주는 것은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일종의 특혜”라고 비판한다.
정통부가 지난 23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 안건으로 내놓은 ‘IMT-2000 사업자 선정 정책방향(초안)’에는 “4개 사업자로 할 경우 경쟁촉진 측면에선 유리하나…, 대부분 3개 사업자 선정을 선호하고…”라고 돼 있다.
또 “수요 및 사업성, 주파수 수용용량, 중복·과잉투자 방지 측면 등을 종합검토한 결과 IMT-2000 사업자를 포함한 전체 이동전화사업자 수는 장기적으로 3~4개가 적당하다고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현재 사용가능한 주파수 용량과 중복투자 방지 등의 측면을 고려할 때 사업자 수는 3개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이동통신사업자들도 3개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SK텔레콤 조민래 상무는 “중복투자 방지와 국제경쟁력 제고, 이동전화시장의 구조조정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시장규모에는 3개 사업자가 적정하다”고 말한다.
엘지와 한국통신쪽도 국가경쟁력 측면 등에서 3개가 적정 수준이라는 주장을 편다.
이렇게 되면 여러가지 측면에서 기존 이동통신사업자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때문에 매우 불리한 처지에 있는 한국IMT-2000컨소시엄쪽은 외국의 사례를 들며 ‘신규사업자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는 “재벌 위주의 기존 이동통신사업자가 다시 국가재산인 주파수를 나눠먹는 것은 공정성과 경제정의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신규사업자 참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사업자 선정방식 어떻게 사업자 선정방식으로 한동안 주파수경매제가 거론되다가 쑥 들어가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다시 준주파수경매제가 불거져 나왔다.
사업자들의 출연금 상한선을 없애고, 사업계획서 심사에서 출연금을 많이 내는 쪽에 더 많은 점수를 주는 방안이 지난 15일 정보통신정책심의회에서 거론된 것이다.
하지만 준주파수경매제도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준주파수경매제는 사실상 주파수경매제와 다를 바 없다”며 “사업계획서 심사방식 위주로 사업자를 뽑고 선정된 업체의 출연금을 대폭 올리는 방향으로 정부 최종안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공개된 정부 초안도 “(주파수)경매제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R&D 자금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경매대금이 이용자 요금으로 전가되고, 법률개정이 필요하는 등 시행상 어려움이 많다”며 “대다수가 현행 사업계획서 심사방식의 보완을 선호했다”면서 주파수경매제에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업계획서 심사방식 보완시 출연금을 활용해 경매제의 장점을 가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IMT-2000 사업자 선정기준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기술표준 문제이다.
SK텔레콤과 정보통신부를 빼고는 비동기식(유럽식)과 동기식(미국식) 두가지를 모두 수용하는 복수표준을 채택해,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야 세계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비동기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쪽은 “기술개발력 집중, 공동망 구축을 통한 중복투자 방지, 소비자의 단말기 선택시 제약 해소 등 측면에서 동기식이든 비동기식이든 단일표준으로 정해야 한다”며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내심 동기식 단일표준을 원하고 있으나, 동기식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논리에 밀려 동기식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감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확고한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 초안은 기술표준 결정방법으로 △정부가 정하는 방법 △민간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법 등 두가지를 제안했다.
초안은 “정부가 단일표준으로 정할 경우 우리나라 현재의 기술경쟁력은 동기식이 유리하나 세계시장 규모가 20~30% 수준이고, 향후 균형된 산업발전이 저해될 수 있으며, 기술료 협상의 경직성과 통상마찰의 우려도 있다”며 단일표준 채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술표준 복수표준 채택 가능성 높다 업계에서 자율로 결정하도록 하면 “비동기식으로 단일화되는 경우 동기식 운용기술 및 장비제조기술이 사장될 우려가 있고, 단말기 모뎀칩 확보가 어려워 당분간 국내생산이 곤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동기식 단일표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결국 통상마찰과 국제경쟁력 등을 고려해 복수표준을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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