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7월, 스웨덴의 에릭슨, 미국의 IBM과 인텔, 핀란드의 노키아, 일본의 도시바 등 5개 대형 IT업체가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공동으로 연구해왔던 새로운 통신규격을 발표했다.
코드명 블루투스. 케이블없이 전자기기끼리 통신을 가능케 한다는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개념인 블루투스가 세상에 알려진 순간이었다.
블루투스는 비교적 좁은 거리에서 휴대용 PC, 휴대전화, 프린터 등을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를 무선으로 연결해 주는 기술이다.
현재 상용화 막바지에 접어든 블루투스1.0 기술규격을 보면 데이터 전송속도는 1Mbps, 전송거리는 10∼100m로 정의하고 있다.
2.4㎓의 높은 무선 주파수에 데이터를 싣기 때문에 방해물이 있어도 통신이 가능하다.
블루투스는 소비전력이 2.7볼트 전압에서 100메가와트 이하로 낮다.
이는 배터리 용량의 한계 때문에 소비전력을 아껴야 하는 휴대기기 부품에서 필수적인 조건이다.
블루투스는 이런 기본규격 외에도 다양한 부가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음성통신 기능을 지원해 블루투스를 장착한 PC끼리는 교환기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통화할 수 있다.
그리고 원하는 상대하고만 통신할 수 있도록 암호기술도 채택하고 있다.
디지털 가전제품 제어도 마음대로 블루투스의 응용 예는 무척 다양하다.
예를 들어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노트북에 장착된 모뎀에 전화선을 연결하든가 아니면 무선인터넷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와 접속 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
만약 노트북과 휴대전화에 블루투스 기능이 있다면 접속 케이블을 연결하는 번잡스러움 없이 바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무선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와 전화, 인터폰을 상호 연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밖에서 누가 인터폰을 눌렀다고 가정해보자. 블루투스가 구현돼 있지 않다면 인터폰을 받기 위해 인터폰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된 휴대전화나 전화가 있다면 그같은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인터폰과 휴대전화, 그리고 전화가 항상 무선통신을 하고 있어 어떤 것으로도 인터폰 음성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루투스는 부품 개발의 지연, 비교적 높은 가격 등으로 아직까지 실현 제품을 선보이지 못했다.
실제 제품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보통신 전시회장을 둘러보면 블루투스는 항상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다.
소위 블루투스 마니아까지 생겼을 정도다.
블루투스는 처음에는 휴대전화, 노트북, 프린터 등 한정된 전자기기 사이의 통신기술로 설계됐다.
그러나 냉장고, 전자레인지, TV 등 모든 전자기기를 연결하고 이를 다시 인터넷에 연결해 생활을 더욱 편안하고 윤택하게 만들겠다는 홈네트워킹 시대가 다가오면서 블루투스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블루투스는 전자제품 연결을 위한 배선도 필요없고 크기도 손톱만 해 지금까지 발표된 홈네트워킹 기술 중 가장 간편하고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캐너스인스탯에 따르면 홈네트워킹 시장 규모는 올해 6억달러에서 2004년에는 57억달러로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시장조사 기관은 오는 2005년 블루투스 응용기기 시장 규모가 7억달러에 이르고, 관련 반도체 시장 규모만 3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루투스만으로 새로운 거대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윈텔의 블루투스에 대한 깊은 애정 거대 시장이 예상되는 만큼 IT업체의 시장선점 경쟁도 치열하다.
블루투스 발표 당시 5개 회사에 불과했던 블루투스 개발자모임(블루투스 SIG) 참여업체는 그후 루슨트테크놀로지, 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 3Com 등이 참여하면서 지난 4월 말 현재 세계적으로 1790개에 이른다.
최근에는 블루투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주요 IT업체간 제휴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에릭슨과 루슨트테크놀로지가 블루투스를 이용한 제품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모토로라, IBM, 그리고 도시바가 기술 개발과 제품 공급 등에서 포괄적인 제휴를 맺었고,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도 응용기술 개발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경쟁사와 동거도 마다 않는 이러한 움직임은, 기업들이 블루투스 제품 개발에 얼마만큼 열정을 쏟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가장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윈텔 진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블루투스에 기반해 PC와 휴대전화를 연결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년에 선보이는 차세대 윈도우 운영체제 ‘휘슬러’에 내장되는 블루투스 기술 개발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특히 인텔의 열정이 뜨겁다.
최근 차세대 사업으로 통신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인텔은 블루투스를 이용해 휴대전화, PDA 등의 휴대장비와 컴퓨터 사이에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무선 PC카드를 개발하고 있다.
USB 시장을 석권했듯이 블루투스마저도 독식하겠다는 인텔의 의지를 보여준다.
블루투스는 애초 내년쯤이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거대 IT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어 연말에는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제품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만찮은 경쟁자들 “블루투스 나와라” 블루투스가 잠재력이 높은 기술임에는 틀림없지만 이에 도전하는 경쟁기술도 만만치 않아 미래가 꼭 장밋빛은 아니다.
블루투스가 홈네트워킹 정상에 등극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쟁기술과 싸워 이겨야 한다.
블루투스는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한 상태지만, 경쟁기술 중 일부는 이미 시장의 평가를 거쳐 급속히 세력을 넓히고 있다.
경쟁기술 가운데 리모콘에서 적용되는 적외선 통신방식을 이용한 무선데이터통신(IrDA) 기술은 블루투스의 천적이다.
IrDA는 지지 업체가 휴렛팩커드 등 150개사에 이르고, 이미 상용화돼 정보통신 장비에 채용한 무선통신 기술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데이터 전송속도는 1.1 버전이 4Mbps까지 지원하며 가격도 블루투스가 15달러 수준인데 비해 5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블루투스에 비해 통신거리가 짧고(1m), 장애물이 있는 곳에서는 통신이 불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유선 통신기술 가운데서도 홈네트워킹 분야의 정상 등극을 꿈꾸는 기술표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이 홈PNA(Home Phoneline Networking Alliance), IEEE1394, 전력선 통신기술 등이다.
이 가운데 현재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은 홈PNA와 IEEE1394다.
홈PNA는 98년 6월 표준화단체가 결성됐다.
이 기술은 기존 전화 배선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게 큰 장점이다.
지난해 3월 1Mbps급 1.0버전 규격을 제정했고 12월에는 에피그램의 기술을 기반으로 10Mbps를 지원하는 2.0버전을 제정했다.
홈PNA 1.0은 현재 가장 저렴한 홈네트워크 방안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고속 인터넷 접속방식으로 50여만명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IEEE1394는 미국 애플이 처음 제안한 것으로, 95년 IEEE 표준으로 제정됐다.
현재 컴팩, NEC, 소니 등 컴퓨터 업체들이 IEEE1394를 탑재한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판매하고 있다.
IEEE1394는 100~400Mbps의 고속 시리얼 전송이 가능해 하드디스크나 CD-롬 등 대용량 기억장치, 스캐너, 프린터, 영상기기 등에 적합하다.
차세대 멀티미디어 장비의 통신방식으로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다.
전력선 통신은 최근에 부상한 신기술이다.
가정 어느 곳에서나 전력선에 연결할 수 있어 새로운 배선이 필요 없으며 과거 원격검침과 같은 계측에 응용해온 기술이다.
현재까지는 가정자동화에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10Mbps의 고속 기술이 발표됨에 따라 홈네트워킹 분야는 물론 국가 인터넷 기간망으로 이용하자는 논의까지 일고 있다.
프로젝트명은 제품이 정식으로 출시되거나 표준화가 끝날 경우에는 공식명칭으로 바뀌게 된다.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 당시에는 제품마다 고유의 프로젝트명을 부여하나, 개발 완료 후 제품을 출시할 경우에는 펜티엄이라는 공식명칭을 붙인다. 그러나 블루투스는 기억하기 좋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 SIG에 의해 공식명칭으로 결정됐다. 우리말로 ‘파란 이빨’이란 이름은 어떻게 붙여졌을까? 그 이름은 10세기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통일한 덴마크의 유명한 바이킹의 왕 헤럴드 블루투스(Herald Bluetooth)에서 유래했다. 헤럴드가 스칸디나비아를 통일한 것처럼 블루투스 기술이 서로 다른 통신장치간에 선이 없고 단일화된 연결장치를 이룰 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또 헤럴드 블루투스가 여행가로도 유명한 것처럼 호환성을 지닌 블루투스 기술이 세계 어디를 여행하든 단일 장비로 통신이 가능하도록 모든 통신환경을 일원화시켜 주기를 바라는 뜻도 포함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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