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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해부]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
[CEO해부] 드림위즈 이찬진 사장
  • 김상범
  • 승인 2000.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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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마법사의 행복찾기'
* 이찬진 1965년 출생 1984년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졸업 1989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학사) 1990년 10월 (주)한글과컴퓨터 설립 / 대표이사 1999년 7월 (주)드림위즈 출범/ 대표이사
이경전: 포털 서비스 업체들은 저마다 미디어다, 토털 커뮤니티다 하면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데 드림위즈의 드림은 무엇입니까. 이찬진: 오래 전부터 저는 ‘생활 인터넷’이란 말을 썼습니다.
생활이란 화두를 처음부터 꺼내들고 시작했지요. 사람들이 좀더 나아지는 생활, 즉 행복을 위한 인터넷이라고 할까요. 포괄적으로 얘기하면 행복이고, 좀 축소하면 효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뭘까’ 처음 아래아한글을 개발할 때부터 가졌던 생각입니다.
그 해결방안이 컴퓨터였고 소프트웨어였지요. 이제 인터넷이 그것을 해결해줄 겁니다.
인터넷이란 미디어를 통해 사람이 편해지고 행복해지는 거지요. 좀더 인간적이고 발전적인 생활을 만드는 것이 제 관심사입니다.
이경전: 생활 인터넷이란 말을 좀더 설명해주시죠. 이찬진: 예를 들어볼까요. 살다 보면 고맙고 존경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틈틈이 연락을 드려야지 하면서도 대부분 잊고 살죠. 오래된 친구도 그렇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아마 그런 대상이 될 겁니다.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데 잘 안되죠.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에 접속하면 ‘누구씨 안녕하세요, 오늘은 김 선생님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입니다’라든가 ‘오늘 누구의 생일인데 전화연결을 할까요, 아니면 메일을 보낼까요’ 하고 알려준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런 것을 인간생활의 행복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보면 얼마나 많은 일들이 가능하겠습니까. 그런 세상을 남들보다 먼저 생각하고 구현하는 것이 저의 비전이자, 미션입니다.
이경전: 포털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정의 같군요. 이찬진: 그런 라이프 스타일, 공상과학 같은 시나리오를 누가 짜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바로 포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포털이 아니라 3세대 포털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림위즈의 서비스를 보면 이메일도 그렇고 주소록도 그렇고, 미리 설정해놓은 분류 폴더가 있는데 거기 보면 ‘은인’이란 폴더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철학이 드림위즈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경전: 포털 서비스에 벌써 세대 구분이 가능한가요. 그것도 3세대 포털 얘기를 하시니. 이찬진: 그것은 단순히 일 더하기 일이 아닙니다.
1세대 포털을 검색엔진이라고 본다면 지금이 2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부가기능들이 추가되면서 페이지뷰 늘리는 데 다들 정신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양상이 바뀌면서 인터넷의 미래는 뭘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사람들이 하고는 싶은데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못했던 것을 대신 고민하고 해결해주는 것이 3세대 포털의 역할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런 역할에 저희가 뼈대를 잡고 라이프 서비스 제공 업체들을 파트너로 모으는 거지요. 이제 엉터리 숫자 경쟁이 아니라 의미있는 사이트가 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배너광고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표현의 방법으로써가 아니라 지금처럼 무작위로 살포하는 식의 배너광고 말입니다.
수많은 광고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지요. 그러나 배너광고도 라이프 스타일 안에 녹아들어가면 광고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이경전: 드림위즈 외에 다른 포털 사이트들도 다들 그런 고민들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다들 뭔가 변신을 꾀하고 있고, 인터넷 광고비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하던데. 이찬진: 굳이 다른 회사와 비교하라고 하면 커뮤니티 사이트는 학교 앞 제과점, 그리고 검색 위주의 사이트는 도서관, 엔터테인먼트 사이트는 오락실이나 영화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저희는 생활을 영위하는 집이나 업무를 보는 사무실이고 여기에 하나 더, 훌륭한 비서가 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이경전: 비즈니스 모델을 조금은 추상적이고 철학적으로 설명해주신 것 같은데 요약하면 라이프 서비스 프로바이더이면서 수익모델은 인포미디어리 수익구조라고 보면 되겠습니까. 이찬진: 정의를 하자면 표현의 한계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경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가 인터넷 업계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찬진: 사실입니다.
지금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6개월 전부터 주장을 해왔습니다.
이경전: 온라인 오프라인 연계를 제휴의 형태가 아니라 직접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이찬진: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넌센스라고 봅니다.
몇십년씩 오프라인에서 고생하고 고민한 사람들을 이길 수가 있을까요. 온라인 기업이 우월한 지위에서 오프라인 기업과 동반자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가 이슈가 되겠지요. 저희는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제일 잘할 가능성 있을 때까지는 직접 오프라인에 뛰어들지 않을 겁니다.
이경전: 인터넷 비즈니스는 상위 한두개 업체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군요. 이찬진: 다들 얘기들을 하는 게 닷컴 기업의 90% 이상이 없어질 것이라고들 하지요. 1, 2%만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고, 나머지 가운데 3분의 1은 아예 사라지고, 3분의 1은 인수나 합병의 형태로 쪼개지거나 뭉쳐지고, 3분의 1은 기존 오프라인 기업에 인수돼 마케팅 사이트로 변할 것이라고 합니다.
6개월 전만 해도 콧방귀들을 뀌었지만 지금은 토다는 사람 아무도 없을 겁니다.
이경전: 여기저기 투자도 많이 하고 계시죠. 이찬진: 6, 7년 전부터 크고 작은 곳에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사실 투자는 버리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주식시장 때문에 변수가 생긴 것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지금도 투자를 하고 있지만 큰 돈은 아닙니다.
최대 1억 이상은 안 하고 있습니다.
릴레이션십과 영향력을 위한 투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경전: 경쟁업체들이 많은 상황이고 드림위즈는 후발주자의 하나인데 현재 경쟁업체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 이찬진: 초기 포지셔닝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다소 의문이 가는 업체들이 많습니 다.
거창하게 제너럴 포털을 주장하며 시작했지만 성인비디오를 틀고 있거나,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하겠다는 것이 결국 엔터테인먼트인, 뭐 그런 거지요. 기존 대형 포털들도 트래픽의 대부분은 메일이나 무료 개인홈페이지에서 발생하는 것들이구요. 그렇게 해서 회원이 많아지면 그 다음에 뭔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될지 의문이 갑니다.
이경전: 다른 사업자들은 ‘드림위즈는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전략이다’고 주장하는데요. 이찬진: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중에 따라하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 이경전: 달리 보면 그 전략은 인터넷 사업의 본질을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선발주자로서의 우위성이 있는 반면, 후발주자들이 얼마든지 잘 따라할 수 있다는 것이 인터넷의 본질이라는 거지요. 그러니까 따라하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이찬진: 결론적으론 선점이 중요합니다.
그건 맞는 얘긴데 거기에 저는 도전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라이프 서비스 프로바이더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말이죠. 또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기능만 제공한다는 전략입니다.
9, 10월이 되면 뭔가 달라질 겁니다.
이경전: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서비스라는 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어떤 겁니까. 이찬진: 저는 그걸 체크시트로 일일이 재는 것이 아니고 저도 사용자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겁니다.
어떻게 그걸 아느냐고 하는데 일종의 훈련을 거쳐왔습니다.
인터넷의 좋은 점은 6개월만 지나면 다 알 수 있다는 겁니다.
건전한 상식만 있다면 대부분 느낄 수 있습니다.
제 느낌은 90% 정도 맞았던 것 같습니다.
이경전: 드림위즈는 초보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의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라이프 서비스 프로바이더라는 개념에서 시작해서 인 것 같고, 또 하나가 기술적인 안정성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찬진: 자발적이고 능력있는 선수들이 모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력뿐 아니라 신념, 확신 등이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매주 전체 조회를 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비전을 공유하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조직의 그런 문화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하반기에 책을 하나 만들 겁니다 ‘드림위즈로 인터넷 하기’라는 것인데 어려운 용어는 그냥 그런 게 있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철저히 드림위즈 서비스 이용하는 법을 중심으로 엮을 겁니다.
200페이지 정도 될 것 같은데. 궁극적으로는 50페이지짜리 설명서로 만들 겁니다.
이경전: 최근에 냅스터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의 PC가 새로운 기능을 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보는데 그런 새로운 개념에 어떻게 대처하고 계십니까. 이찬진: 하이브리드 모델이고 새로운 개념인데, 자만인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저희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림위즈의 ‘지니’를 써보셨는지 모르지만 내부적으로 포털 에이전트라고 하다가 최근에는 드림위즈의 인스턴트 메신저라고 마케팅하고 있습니다.
웹이 아무리 좋아도 PC가 꺼지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컴퓨터가 꺼져 있어도 휴대전화나 다른 단말기로 정보를 알려주는, 즉 사람을 아다니는 첨병이 될 겁니다.
전체 사용자도 중요하지만 이제 리얼 사용자가 얼마나 되는가가 중요한데, 리얼 사용자를 재는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가 그 회사의 에이전트를 띄워놓고 있느냐 하는 것이 될 겁니다.
이경전: 소프트웨어 사업을 한 경험이 있으신데, 인터넷 사업과의 차이점이나 공통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이찬진: 사업이란 게 고객이 원했는데 불가능했던 것을 준다는 면에서, 즉 무엇인가 밸류를 준다는 면에서 똑같습니다.
단지 인터넷은 좀더 편하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소프트웨어 설치하는 게 귀찮게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필요한 것을 지정만하면 알아서 설치하고, 업그레이드도 알아서 하면 좋겠지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서비스나 밸류지, 프로덕트나 패키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패키지 사업을 해본 이들은 고객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인터넷 사업에서도 이러한 이해가 큰 도움이 되지요. 이경전: 드림위즈의 마케팅을 보면 비용을 그다지 안 쓰면서도 성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찬진: 광고나 이벤트, 기타 포함해서 지금의 드림위즈까지 오는 데 쓴 비용이 10억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굳이 전략이라고 말하면 어피니언 리더 마케팅을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성공했다고 봅니다.
이경전: 인터넷 기업에서 CEO의 역할을 어떻게 보십니까. 드림위즈에서 이 사장님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 이찬진: 한마디로 얘기하기 어렵지만 저희 같은 사업이라면 사장이 모든 걸 다 해야 하고 또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능력이 있고 없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빨리 해야 하니까요. 이경전: 슈퍼맨이 되야 한다는 말인가요. 다 알아야 하고 다 해야 하고. 이찬진: 스케일이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걸 다 신경써야 한다는 얘기죠.
'한글'은 어쩔수 없는 내 분신 이찬진 사장은 시종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경쟁업체나 현재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비판적 분석이 쏟아졌다. “반대 의견이 있다면 설득할 자신이 있다”며 거침이 없었다. 한 질문에 그의 답변은 상당히 오래 계속되곤 했다. 많은 비유와 나름대로의 분석을 곁들여가며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분히 냉소적이고 비아냥 섞인 비판과 분석이 많았다는 것도 이찬진식 해석의 특징이었다. 드림위즈의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 이 사장은 인터뷰 내내 ‘생활 인터넷’을 강조했다. 인터넷이 사람의 생활에 행복을 가져다주어야 하고 드림위즈가 그런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드림위즈의 이찬진 사장을 만났지만 그에게서 ‘아래아한글’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인터뷰 끄트머리에 물어봤다. “이찬진과 아래아한글의 만남은 이제 더이상 없는 것이냐”고. “제가 결정할 일은 아닙니다. 사실 아래아한글은 지금도 제 옆에 있어요. 저희 엔지니어가 여전히 개발 작업을 돕고 있잖아요.” 그러나 아래아한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오면 개발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 된다. “한글과컴퓨터의 정책에 따라 뭐 여러가지 방안이 나올 수 있겠지요. 뷰어 같은 경우나 인터넷에서 간단히 사용할 수 있는 버전 같은 것은 만들어야 될지도 모르고, 비공식적으로 엔지니어 차원에서 필요하면 도와주는 것이 있을 겁니다.” 이 사장은 “아래아한글은 어차피 저하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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