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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인터넷 경매 사이트 시끌시끌
[e비즈니스] 인터넷 경매 사이트 시끌시끌
  • 한정희
  • 승인 2000.06.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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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주자 옥션 이베이와 제휴…후발주자 시장재분할 공세
천원 더!” “5천원 더!” “만원 더!”
구수한 입담으로 유명한 축구해설가 신문선씨가 특이한 머리 모양과 발차기 동작으로 ‘옥션’ 광고를 할 때만 해도, 경매라는 것은 수산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광경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어떤 사이트보다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익모델 찾기에 여념이 없는 업체들에겐 ‘가보지 않은 아름다운 길’처럼 비쳐진다.


경매 사이트의 성장은 희귀품을 차지하려는 호가경쟁만큼이나 비약적이다.
지난 5월 하나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인터넷 경매산업 전망>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4.4배 늘어난 3100억원으로 예상된다.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지난해 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셈이다.
2001년 7400억원, 2002년 1조4천억원 등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는 100여개의 경매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7~8개가 시장 대부분을 분할하고 있다.
옥션을 비롯해 셀피아, 와와컴, 이세일, 야후 경매, 와옥션, 삼성옥션 등이 주요 업체로 꼽힌다.
옥션은 기발한 텔레비전 광고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인터넷 경매시장을 선점해온 강자다.
나머지 업체들은 후발주자지만, 중고품 거래나 네트워크 경매 등 틈새시장을 노리거나, 강력한 브랜드 파워, 또는 자기만의 강점을 살린 마케팅으로 꾸준히 성장해온 곳으로, 단단한 2위군을 형성하고 있다.
옥션이 이베이와 만난 까닭은? 현재 옥션의 시장점유율은 업계 내부에서도 적게는 50%, 많게는 70%에 이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독점에 맞먹는 파워다.
그런 옥션이 최근 미국 최대의 경매업체인 이베이와 마케팅 제휴를 체결했다.
라이코스코리아와 함께 체결한 이번 제휴에서 3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서로 연결시키기로 했다.
옥션과 라이코스코리아는 국내 네티즌들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베이 회원으로 가입할 경우 이베이로부터 한명당 3달러를 받는다.
국내에서 거의 독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옥션이 이베이와 손을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옥션쪽은 굳이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홍보실 김형일씨는 “이베이가 만약 삼성이나 다른 대기업과 손잡았다면 브랜드 파워만으로도 옥션에 위협적인 요소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베이가 대기업과 제휴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경쟁자들이 옥션의 이런 전략을 달가워할 리 없다.
이베이와의 제휴는 껍데기뿐이라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삼성물산 신일곤 경매팀장은 “옥션과 이베이의 제휴는 1년간의 배너광고 협약에 불과하다”며 “전략적 제휴로 보기 힘들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사이트를 보면 이베이가 진정으로 한국인을 배려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며 “이베이가 노리는 것은 싼 마케팅 비용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일 정종희 대리도 “옥션은 이베이의 명성을 얻는 대신 이베이에게 국내시장 진출의 길을 터줬다”며 “시너지 효과보다는 주가올리기에만 급급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옥션은 이런 지적을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일축한다.
특히 주가올리기 작전이라는 비아냥에 대해선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옥션 관계자는 “우연히 시기가 일치했을 뿐 코스닥 등록 때문에 제휴를 추진한 것은 아니다”라며 “단기적 주가부양책이 실패한다는 것 정도는 투자자들이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주자들 틈새시장 노린다 2위군을 형성한 후발주자들은 이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두 공룡의 제휴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제휴와 상관없이 옥션의 독주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고, 이베이도 공식적으로 한국에 진출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2위군들은 그보다는 옥션이 독점하고 있는 경매시장에서의 틈새시장 개척과 향후 경매시장의 확대를 겨냥해 장기적으로 승부를 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셀피아는 네트워크 경매라는 틈새시장을 일찌감치 선점해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네트워크 경매는 하나의 사이트에 경매상품을 등록하면 다른 회원 사이트들에도 자동으로 올라가 입찰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나우누리, 라이코스코리아, 드림라인, 유니플라자 등 9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셀피아는 경매 네트워크를 구축해주는 대가로 경매 서비스에서 얻은 수익의 50%를 챙긴다.
그밖에 맞춤형 개인경매서비스(PAS)를 도입해 개인에게도 경매 사이트를 구축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와와컴은 중고품 경매시장을 기반으로 구축한 ‘와와 마니아’를 더욱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마케팅팀 이관희 대리는 “현재 중고품 경매는 와와 마니아를 중심으로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경매하면서 올리는 사연들이 구구절절하고 기기묘묘해 독특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와는 하반기 질높은 서비스로 경매 유료화를 도입하고, 무선인터넷을 통해 입찰체크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세일은 서비스 개선 및 제휴 파트너 확대, 마케팅 강화 등을 통해 새롭게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데이콤의 ‘이트랜스이크레딧’ 시스템을 도입해 이세일의 경매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은 인터넷에서 손쉽게 입금, 송금 관련 정보나 물품 배송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한미르, 드림위즈 등 포털 서비스와 제휴한 데 이어 6월부터는 검색 포털 사이트 심마니에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천리안, 깨비메일 등에도 조만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옥션은 후발주자이지만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고급스런 경매업체의 이미지를 굳혀간다는 전략이다.
임지현 대리는 “무엇보다 고객의 신뢰감을 확보할 수 있는 경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옥션은 7월1일 ‘컬렉션 존’을 오픈한다.
국내 수집애호가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데 초점을 맞춰 시계, 음반, 골동품 등 20여개의 카테고리를 설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선발 대 후발 결전이 다가온다 옥션은 6월15일 코스닥 등록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인터넷 경매를 시작한 이래 10원경매, 역경매, 시너지경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을 선도해온 업체로서 공격적인 수성전략을 짜고 있다.
옥션은 이미 그동안 일률적으로 1.5%를 적용해온 낙찰수수료를 차등화해 2.0~3.0%로 인상했다.
옥션은 연말까지 거래액을 지난해 12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회원수는 현재 110만명에서 20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B2C 시장 확대, 원투원 마케팅 강화, B2B 사업진출 등을 하반기 주요 사업으로 잡고 있다.
현재 옥션 사이트에서는 브랜드옥션이라는 형태로 B2C를 해오고 있는데, 협력업체들을 연내에 2천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고객의 정보를 정확히 분석해 고객의 요구에 철저히 부응한다는 원투원 마케팅도 강화한다.
첫 B2B 사업으로 한빛은행과 1억여원어치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본격적인 진출을 시도한다.
옥션의 낙찰수수료 인상과 더불어 하반기에는 대부분의 업체에서 유료화가 도입될 전망이다.
그동안 확실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던 수익모델이 본격적인 실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그러면서 인터넷 경매시장을 재분할하려는 2위군들의 경쟁과, 그 속에서 강자의 지위를 지키려는 옥션의 공세가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덩치 큰 옥션이 계속 독점 지위를 유지해나갈지 아니면 시장을 조금씩 공략당할지 하반기 판세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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