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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꼭 고어가 되어야 하나?
[포커스] 꼭 고어가 되어야 하나?
  • 함석진(한겨레국제부)
  • 승인 2000.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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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미국대선에 첨단기술주 전망도 오락가락..진짜 걱정거리는 내리막 경기 “미국 대통령은 누가 돼도 우리 편.” 부시 공화당 후보와 고어 민주당 후보의 선거운동이 한창 불을 당길고 있을 때 국내 네티즌 사이에선 한 우스개 소리가 한동안 떠돌았다.
제주도 관광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곳 가운데 하나가 삼성혈이란 곳이다.
아주 오래 전 제주도의 고대 씨족인 양, 고, 부 등 3대 성씨의 시조와 관련된 설화가 얽혀 있는 곳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그 가운데 두 성씨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가 돼도 상관이 없을 수 밖에. 그만큼 국내에서도 미국 선거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는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특히 시장경기에 민감한 정보통신 분야는 어떻게 될까? 선거는 끝났지만 아직 답을 내기엔 이르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개표까지 마쳤지만 사상 초유의 재개표사태까지 겪으면서 한치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당락의 열쇠를 쥐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1차 재계표 결과는 부시의 승리를 확인해 줬지만, 고어 진영은 투표자들을 헷갈리게 만든 기표용지와 몇몇 부정선거의 의혹을 물고 늘어져 법정공방까지 벌일 태세다.
한동안 미국은 대통령을 뽑고도 누구를 뽑았는지 모르는 어중간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결과에 신경쓰는 시장 선거운동 기간 동안 증권가에서는 나름대로 두 후보의 성향을 면밀히 분석한 시장전망을 무수하게 쏟아냈다.
그동안 나온 전망들을 단순하게 도식화하면 ‘고어=첨단주, 부시=굴뚝주’로 모아진다.
고어가 되면 첨단주가 혜택을 보고, 부시가 되면 굴뚝주가 강세를 띨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런 예상은 시장에서 곧바로 반영됐다.
결국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부시의 당선이 유력했던 지난 9일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첨단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 지수가 5.4% 폭락했지만, 다우 지수는 0.4% 하락에 그쳐 전통산업주가 뚜렷한 상대적 강세를 나타냈다.
특히 제약주와 담배업체들의 주가 강세가 두드러져 부시 당선에 강한 기대감을 보였다.
세계적인 담배생산업체인 RJ레이놀즈와 필립모리스는 ‘담배주는 너무 무겁다’는 속설을 깨고 각각 3.8%와 4.1%의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금연운동가인 고어와 달리 부시가 당선되면 흡연 피해에 대한 소송이 줄어 들 것이란 희망이 많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부시가 약값 인하정책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현했기 때문에 제약주도 강세를 보였다.
제약회사인 머크가 4.3%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아멕스 제약 지수는 이날 2.2% 상승률을 나타냈다.
반면 첨단기술주들은 나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대거 하락세를 기록했다.
네트워크 장비회사인 시스코시스템즈가 8.2% 하락했으며, 광통신 장비업체 코닝도 10.4%라는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부시 당선 때 반독점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으로 마이크로소프트만 유일하게 1.5% 하락에 그쳤다.
미국증시의 이런 움직임은 아시아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돼 다음날 첨단기술주들이 개장과 함께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대만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인 대만반도체가 0.2% 하락한 것을 비롯해 일본에서는 오라클재팬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등 첨단기술주들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시장에서도 코스닥 시장 침체가 지속됐고 전통주인 제약주가 유독 강세를 보였다.
의약품 지수는 0.41%, 의료정밀 업종은 2.11% 상승했다.
또 방위산업 수혜가 예상되는 미국 대형 항공사에 부품조달과 생산업체로 참여하는 대한항공과 삼성테크윈도 주가 오름세를 보였다.
아직 판단은 이르다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두 후보에 대한 단편적인 판단으로 정보통신 첨단업종의 전망을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경고한다.
“통화정책을 다루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있기 때문에 왠만한 정치적 입김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월스트리트의 확신이다.
게다가 실리콘벨리는 성장과정에서 워싱톤의 덕을 크게 본 뉴욕의 전통산업과 달리 스스로 성장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정부와 주고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주고받을 게 없는 마당에 전망은 오로지 시장에 달렸다” (살로만스미스바니의 분석가인 리사 핀스트롬) 두 후보는 사실 첨단기술 산업에 미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데 전혀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엄청난 중국 이동전화 시장에 장비를 팔기 위해서는 외교관계가 경색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정보통신분야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기술인력의 비자연한을 3년으로 연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시세차익을 보기 위해 시장의 단기 급등락을 부추기는 일부 투자자들과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다.
후보들의 일부 정치적 성향으로 경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정보통신산업협회 대변인 코니 코렐) 정보통신 분야가 정치인들에게 무시할수 없는 돈줄로 떠오른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인터넷과 컴퓨터 업종이 담당한 정치 후원금은 지난 90년 126만달러였지만 올해는 2390만달러로 덩치가 폭발적으로 커졌다.
문제는 시장 불투명성 많은 증시 전문가들도 장기적으로는 누가 되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치가 증시에 주는 충격은 일회성에 불과하므로 당분간 약보합세를 유지하다 차기 대통령이 확정되면 증시가 전반적으로 오를 것이란 분석이다.
“누구든지 확정만 되면 불확실성의 제거라는 측면에서 주가가 크게 뛸 것”(퍼스트유니언캐피탈마켓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제이브 라이슨 )이라는 진단에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주식을 사기 아주 좋은 시점”(JP모간 증권전략가 크리스 울프)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비관론이 있다면 정치보다는 경제 자체에 원인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주가하락세가 정치 불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진짜 원인은 기업수익의 저조와 경기침체이다.
플로리다주의 재개표 결과 부시가 고어를 327표차로 앞섰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나스닥시장이 폭락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최대 컴퓨터 제조업체인 델의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시장에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
여기에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는 시장의 불확실성까지 가세한 결과이다.
”(조셉 데마코 HSBC미국법인 자산관리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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