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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 인네트
[기업공개] 인네트
  • 이원재
  • 승인 2000.06.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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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구축 머리와 손발 빌려드립니다
올해 매출액 50% 성장기대....신규사업 성장성 입증이 관건
“인네트는 골드 러시 시대의 곡괭이 설계자입니다.

인터넷 열풍은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골드 러시에 곧잘 비교된다.
그런데 그 말미에는 꼭 이런 말이 붙곤 한다.
“골드 러시의 최대 수혜자는 곡괭이장사와 청바지장사였다.
” 인터넷 열풍의 수혜자는 결국 인터넷 업체 자체보다는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장비 업체들이라는 것을 빗댄 것이다.


야후, 아마존 등 미국의 대표적인 닷컴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모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세계1위 장비 업체 시스코의 두둑한 주머니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인네트는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싶지만 자체적으로 인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에게 컨설팅 및 구축작업을 대신해주는 일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망을 구축하려는 기업을 찾아가 기업특성에 맞는 네트워크를 설계해주고, 필요하면 장비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아예 구축을 대행한다.
“광부들에게 장비를 던져주는 것만으로 채굴작업이 시작될 수는 없죠. 금광의 위치와 특성에 맞는 장비를 찾아주고, 각 장비의 특징과 사용법을 교육시키는 등 방대한 사전작업이 있어야 합니다.
” ‘넷’이라는 금광에서 노다지를 꿈꾸는 광부들에게 곡괭이를 쥐여주는 일, 진짜 노다지는 여기에 있다고 인네트는 주장한다.
‘시스코 전문가’ 이미지로 IMF도 무사통과 모두가 힘겨워하던 IMF 시절. 도산하는 중소기업들이 속출했지만, 인네트는 이 시기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97년 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98년 14억원으로 늘었고, 99년에는 44억원까지 올랐다.
환율인상에 따른 환차손,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상승 등을 감안한 당기순이익도 97년 6억원에서 98년 10억원으로 늘었고, 99년에는 29억원까지 상승했다.
물론 한파에서 완전히 비켜서지는 못해, 매출액은 97년 196억원에서 98년 140억원까지 줄었다.
그러나 99년 다시 297억원으로 성장했다.
성장의 원동력은 네트워크 시장 자체가 IMF에도 흔들리지 않고 팽창했다는 데서 나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97년 5050억원 규모이던 국내 네트워크 시장은 98년 7500억원, 99년 9500억원까지 늘어났다.
공공기관·대기업·대형 금융사 등이 네트워크 구축에 뛰어들었지만, 관련 인력 및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구축 대행회사의 활동공간을 넓혀주었다.
인네트는 SK텔레콤 드림라인 한국통신 등 통신업체를 비롯해, 대신증권 교보증권 한국선물거래소 등 금융기관, 행정자치부 국회도서관 등 공공부문의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는 등 폭넓은 수요자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해 기반을 다졌다.
인네트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하는 미국 시스코와의 연관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인네트쪽은 “시스코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80% 정도인데, 인네트의 경우 네트워크를 설계할 때 90% 이상을 시스코 장비에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시스코 장비 전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해당 장비를 쓰는 기업들을 수요자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인네트는 현재 시스코가 발급하는 SI인증을 갖고 있으며, 곧 한단계 높은 파트너십 단계인 실버파트너 인증을 받을 공산이 크다.
네트워크 통합 ‘대박 성장’은 기대 말아야 인네트는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458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2001년에는 매출액이 557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매출규모는 늘어나지만 성장세는 다소 둔화하리라는 전망이다.
네트워크 시장 자체는 안정적으로 커나갈 것이고, 이에 따라 네트워크 통합시장도 당분간 일정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원천기술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성을 의심하는 의견도 많다.
2001년 이후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안정적인 매출은 가능하지만, 신기술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업종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인네트의 컨설팅 사업은 매우 노동집약적이어서 매출이 늘어날수록 담당인력도 늘어나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투자자들이 ‘넷’자 들어간 기업들에게서 기대하는, 기하급수적인 매출성장이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VoIP 등 신규사업 성공 여부에 관심 결국 성장성을 보여주려면 신규사업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인네트는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사업을 가장 핵심적인 신규사업으로 제시한다.
인네트가 주목하는 VoIP 사업은 기업 내에서 전화는 전화선, 인터넷 등 데이터는 네트워크로 따로따로 전달되는 것을 한 네트워크로 통합해 통신비용을 줄이는 솔루션이다.
인네트는 올해 25억여원의 매출이 이쪽에서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지금까지 실적은 농협의 1억원에 불과하다.
인네트는 이밖에 전화망으로 운영되는 콜센터를 인터넷 기반으로 할 수 있게 하는 웹콜센터 솔루션과 통합메시징시스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규사업에서 큰 수익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영증권 노근창 코스닥팀장은 “VoIP 사업이나 웹콜센터 등은 지나치게 많은 업체들이 진출하고 있어 경쟁을 뚫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공모가 2만원, 확정공모가 3만5천원 인네트의 공모청약 날짜는 6월28~29일 이틀간이다.
액면가 500원인 이 종목의 주당 공모가는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한 수요예측 결과 3만5천원으로 확정됐다.
인네트가 코스닥 등록 예비심사 때 적어낸 희망공모가 2만원보다 1.5배 높다.
기관투자가들이 주가를 높이 평가해 높은 가격을 써냈기 때문이라지만,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VoIP란
네트워크의 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해 데이터뿐만 아니라 음성까지 함께 실어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 가장 큰 장점은 기존 네트워크를 그대로 활용해 전화 서비스까지 통합 구현함으로써 전화나 팩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인트라넷 환경에서 시외전화 및 국제전화 서비스를 시내전화 요금으로 받을 수 있게 해준다.
팔짱끼고 장사하는 미국 통신장비 업체들?
1등 업체에게는 마케팅이 필요없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거의 미국업체들이 점령하고 있다.
대형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들어가는 장비 가운데 80% 가까이를 시스코가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를 3com이나 휴렛팩커드 등이 나눠 갖고 있다.
국산 장비들은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기관에 들어간다.
시스코 등 미국업체들의 마케팅 능력이 뛰어나서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시스코는 아예 독자영업을 하지 않는다.
3com조차도 직접 영업하지 않고 국내 딜러를 통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장비를 홍보하고 팔아주는 일을 인네트를 비롯한 국내 네트워크 통합 업체들이 사실상 맡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통신 등 덩치가 큰 수요자의 경우 국내 네트워크 통합 업체들이 각각 다른 외국사 장비를 갖고 들어가 용역을 따내기 위한 경쟁을 벌이곤 한다.
시스코 장비에 강한 인네트가 시스코 장비를 이용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설득하면, 경쟁업체는 다른 미국업체 장비와 솔루션을 이용하도록 꼬드긴다.
미국 기업들의 ‘대리전’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비를 국산화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기에는 기술이 축적돼 있지 않다.
인네트 관계자는 “장비 국산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지만 실현되지 않는 것은 그만한 기술이 국내에 축적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성능 좋은 외국장비를 들여다 제대로 구축해주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인네트는 오히려 시스코와의 관계가 깊다는 점을 내세우는 쪽으로 사업방향을 틀었다.
원천기술을 갖고 세계 1위 자리를 꿰차고 나면 얼마나 편하게 장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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