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18 (금)
[투자에세이] 바람둥이와 순정파
[투자에세이] 바람둥이와 순정파
  • 골드존(사이버투자분석가)
  • 승인 2000.06.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돈 조반니>는 모차르트의 유명한 오페라인데, 이 오페라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돈 쥐앙 또는 돈 후안이라고도 불린다.
한 여자에 정착하지 못하고 뭇 여성들을 편력하는 남자를 일컬어 돈 후안이라고 하는데, 이 오페라에서 돈 조반니는 세상의 모든 여자를 사랑한다.


그러나 자신의 소유욕을 달성하고 나면 또다른 여자를 찾아서 떠나버린다.
그의 애인은 2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숫자가 많은 만큼 여자의 직업이나 신분을 가리지 않고 유혹한다.

돈 조반니와 대조적인 인물로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의 주인공 오르페오가 있다.
그는 아름다운 에우리디체를 아내로 맞아 잠시 행복을 만끽하지만, 곧 아내는 뱀에 물려 죽고 만다.
그는 신에게 아내를 돌려보내 달라고 간청한다.
신들은 그의 음악과 재능에 감명받아 아내를 살려보내주기로 결정한다.
그는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결국 지옥까지 간다.
그러나 신들은 그가 지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녀를 돌아보면 안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하지만 아내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오르페오에게 성화를 부리고, 결국 오르페오는 그녀를 돌아보게 된다.
그 순간 그녀는 다시 죽음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고, 넋을 잃은 오르페오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 자결을 시도한다.
오르페오가 에우리디체를 쫓아 지옥의 끝까지 따라가듯이 한종목을 보유한 채 끝까지 가는 투자자들이 있다.
특히 매수한 뒤 증시환경의 급변으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는 애초의 마음과는 달리 장기투자로 투자전략을 바꿔버리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투자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거나 손실을 현실화시키기 싫어서 적절한 범위에서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것이다.
주식은 팔기 위해 사는 것이다 대세상승 국면이라면 이러한 고집과 끈기가 통할 수도 있다.
대세상승기에는 단기 고점에 물리더라도 어느 정도 참고 기다리면 고점을 회복한다.
대세상승 국면의 특징이 고점과 저점이 순차적으로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대세하락기라면 이와 같은 투자 방법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년을 기다려도 매수가격을 회복하기 힘들다.
대세하락기에는 반대로 고점과 저점이 차례대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지옥까지 가게 되고 만다.
이런 투자자들에게는 주식은 팔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는 발상이 필요하다.
시세의 파동은 수없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데, 매수한 뒤 무작정 기다리며 보유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시세의 변동이 큰 최근 같은 격변기에는 주식을 무한정 오래 보유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다.
주식이란 비정한 것이어서 오르페오처럼 지옥 끝까지 따라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죽음을 생각할 정도의 절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적절한 선에서 이익과 손실을 실현시킬 수 있는 자제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이들과 정반대되는 사람들이 데이트레이드족이다.
최근 홈트레이딩 시스템의 확산으로 짧은 시차를 이용해 작은 시세차익을 노리는 데이트레이딩에 많은 사람들이 몰두하고 있다.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쉼없이 날아다니며 한방울의 꿀을 얻으려고 하는 것 같은 투자방법이다.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몇몇 성공적인 사례에 현혹되어 주가의 큰 흐름을 무시한 채 작은 이익에 급급하는 것 또한 손실난 주식을 무한정 들고가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한종목에 매달려 끝장을 보는 오르페오도 곤란하지만 쉼없이 하루에도 몇번씩 이 종목 저 종목을 기웃거리는 돈 조반니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돈 조반니도 마지막 장면에서 죽는다) 애정이 있는 동안 사랑을 하는 것처럼 이익이 있는 동안 보유하면 되는 것이 주식투자이다.
결국 모든 것에서 통하는 최선이란 역시 중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