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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비즈니스 센터, 인큐베이터로 각광
[e비지니스] 비즈니스 센터, 인큐베이터로 각광
  • 유춘희
  • 승인 2001.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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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시설등 초기 투자부담 없어 국내 진출 노리는 외국 기업에게 인기
미국계 인터넷 비즈니스 솔루션 공급업체 지사장인 라 사장은 요즘 출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샌드위치’ 생활을 하다 높은 연봉의 지사장으로 영입됐으니 휘파람이 절로 나오고, 본사에서 잡아준 비즈니스 센터 생활이 너무 편하기 때문이다.
“월 200만원에, 전화 대신 받아주죠, 사무실에서 필요한 책상과 캐비닛, 전화, 복사기도 대주죠. 하다 못해 클립 하나까지 지원됩니다.
본사와 화상회의를 할 수도 있고요. 고객에게 프레젠테이션할 일이 있으면 빔 프로젝터도 빌려줍니다.

그는 처음엔 비서도 두고 번듯한 사무실을 얻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본사 관리담당자가 사업규모가 커지기 전에는 비즈니스 센터가 가장 적합하다며 만류했다.
라 사장은 요즘엔 비즈니스 센터에서 사업을 시작하길 잘했다고 여긴다.
“원맨오피스이니 전화받을 직원도 없이 영업을 나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전화 응대를 못해서 생기는 손실은 돈으로 따질 수 없죠. 사무실과 거기 들어갈 비품과 사무기기를 모두 구입하면 예산도 만만치 않아요.” 홍보부터 부동산 컨설팅까지 논스톱 서비스 비즈니스 센터(Business Center)란 일반적으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정보와 인력, 시설을 집적해놓은 곳을 말한다.
처음엔 소호(SOHO)형 재택근무자를 상대로 사무실을 빌려주는 부동산 임대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업경영 및 관리 자문업’이라는 서비스 업종으로 분류된다.
전화비서 대행에서 최고급 사무실을 대여해주는 이그제큐티브 슈트(Executive Suite) 사업에 이르기까지 제공되는 시설과 서비스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다.
업무용 공간과 사무·통신장비를 제공하고 전화를 대신 받아주고 복사나 타이핑 같은 잔심부름을 해주는 것부터 시작해 인력 충원, 홍보, 마케팅, 시장조사, 법률, 회계, 부동산 컨설팅 등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의 사업이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호텔 비즈니스 센터도 장소만 다를 뿐 하는 일은 빌딩형 비즈니스 센터와 같다.
우리나라에 현대적 비즈니스 센터가 처음 등장한 것은 80년대 중반. 서울 종로 미국대사관 뒤쪽 리마빌딩 건물주인 리마산업이 건물 한층을 조각조각 나눠 방을 내고 라운지나 회의실 같은 공동사용 공간을 만들어 ‘스위트400’이라는 이름으로 분양을 시작한 게 시초다.
그리고 88년 서울 삼성동에 무역센터가 건립되면서 그곳에 ‘유니코’가 들어서 본격 경쟁시대를 열었다.
유니코 한상신 사장은 비즈니스 센터는 전화 받아주기보다는 ‘다운사이징’ 개념에서 등장한 것이라고 말한다.
“70년대 초반 미국 경제가 침체하던 때 기업을 작고 효율적인 규모로 바꾸기 시작하는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는 1만5천여개의 비즈니스 센터가 있고,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경제 중심지는 웬만한 빌딩 하나가 비즈니스 센터 건물일만큼 성업중이다.
비즈니스 센터의 핵심은 역시 ‘교통과 사무 환경’이다.
노른자위 땅에 있어야 가치가 있다.
사업 관계가 밀접한 회사나 관공서가 가까우면 좋고, 근처에 특급호텔이 있거나 지하철이 인접해 교통의 요지로 인정받아야 한다.
얼마나 멋진 건물에 있는지도 따진다.
그래야 회사 명성에 걸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강남의 무역센터나 포스코센터, 아셈타워, 강북의 종로타워나 파이낸스센터에 유명 비즈니스 센터가 들어선 것도 그래서다.
강남은 IT 업체, 강북은 금융업체가 선호하는 편이다.
서비스는 만족, 높은 이용료가 흠 그러면 비즈니스 센터를 활용할 때 무엇이 이로울까. 이 사업을 펼치는 운영자들은 한결같이 “사업체의 가벼운 몸놀림과 다양한 서비스에 따른 원가절감”을 내세운다.
한사람이 개인 사무실을 낸다고 치자. 임대보증금과 관리비, 월세, 사무실 인테리어 비용, 가구와 OA 기기도 사야 하고, 하다 못해 프린트 용지부터 복사기 토너, 접대용 커피나 생수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신경써야 한다.
그리고 전화를 받아줄 직원 한명은 꼭 필요하다.
시내 부도심에 사무실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이래저래 초기비용이 3천만원은 든다.
비즈니스 센터는 이런 걱정을 날려버린다.
반자코리아 이주성 실장은 “만약 1인 사무실에서 압정 한개가 당장 필요하면 어떡하겠는가. 결국 사장이 문방구를 다녀와야 하는데 ‘시간은 돈’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이로울 게 없다.
만약 사업이 망하면 쓰던 집기를 요즘엔 처리하기조차 힘들고, 흥하더라도 감가상각되니 낭비 요소는 생긴다”고 말한다.
비즈니스 센터는 보통 1인 사무실과 10인 이상 들어갈 수 있는 대형공간으로 나누어 임대되고, 거기에 책상과 의자, 캐비닛, 전화, 커피와 생수, 정해진 한도의 워드 작업과 복사, 팩스 수신, 신문과 잡지 구독, 호텔과 항공권, 식당 예약 서비스 등이 기본으로 따른다.
그리고 한도를 넘는 복사와 워드 작업, DM 라벨링, LAN 사용료, 화상회의 장비와 프로젝터 임대, 주차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통역이나 시장조사, 인력 선발 등 부가서비스도 따로 계산한다.
강남지역에 있는 한 비즈니스 센터를 예로 들면, 기본 서비스만 받는 것을 기준으로 1인 사무실은 최소한 180만원, 두세명이 쓸 수 있는 공간은 250만~350만원, 대여섯명이 쓸 사무실은 600만원, 10명 이상이 쓸 정도면 1천만원이 훌쩍 넘는다.
한 회사가 몇 개의 사무실을 연달아 쓰거나 사무실이 어떤 방향에 위치해 있느냐, 입주 계약기간에 따라 계산이 조금 달라지기도 한다.
한 비즈니스 센터가 지난 2000년 1년 동안 자사에 입주한(했던) 회사 42개사를 대상으로 자체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34개 업체가 “임대료와 서비스 요금이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 입주회사의 재정담당자는 “모든 게 주어지는 듯하지만 뭔가가 필요할 때는 꼭 돈이 든다”며 “아무리 비즈니스이긴 해도 너무 미국식으로 분초까지 체크하고 종이 장수를 세가면서 계산하는 데는 도리가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입주회사들은 비즈니스 센터 생활에 대체로 만족해한다.
이 조사에서도 30개사에서 “흡족하다”는 응답을 받았다.
B2B 솔루션 업체인 I사의 O사장은 “회사 본연의 업무 외에는 신경쓸 게 하나도 없기 때문에 편하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외국계 회사라는 같은 처지에서 사업 정보와 노하우를 교환하고 인맥을 넓힐 수 있는 점도 좋다”고 덧붙인다.
인식부족으로 내국인 입주자 드물어 비즈니스 센터 운영업체들이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있다.
“임대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봐달라”는 것이다.
임대료나 보증금이라는 용어도 쓰지 않고 ‘월 서비스료’라고 부른다.
유니코 한상신 사장은 “현재 임대료 중심의 서비스료가 90%를 차지하는데 앞으로는 부가 서비스 비율이 40%까지 늘어날 만큼 돼야 진정한 비즈니스 센터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비스 개발로 입주자를 ‘비즈니스 람보’로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센터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순수 국내법인이 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없다는 점이다.
내국인 창업자에게 특별한 요금을 받는 센터도 있지만 이를 문의하는 내국인은 거의 없다고 한다.
IBK 김한석 사장은 “한국 기업인에게 아직 이해가 덜돼 있고, 소유의식이 강한 한국인 특유의 기질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아예 전세를 내서 쓰고 싶은 걸 써야 하는데 회의실이나 리셉션 룸을 빌릴 때 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싫어하고, 비서를 공용으로 쓴다는 것도 꺼린다고 전한다.
비즈니스 센터는 ‘인큐베이터의 전형’이다.
시장이라는 링에 오르기 전에 사업계획을 짜고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면서 몸을 푸는 곳이다.
피봇포인트 김호경 이사는 “가격이나 편리함이나 스타트업을 하는 장소로 비즈니스 센터만한 곳이 없다”고 말한다.
김 이사는 “비즈니스 센터를 선택할 때는 시설도 중요하지만, 담당비서의 전문화한 지식과 서비스 등 ‘인적’(Human) 요인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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