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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업·환경부, 규제놓고 ‘널뛰기’
1. 기업·환경부, 규제놓고 ‘널뛰기’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1.06.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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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유 사용 논란 끝에 기업 완승,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등 환경정책 후퇴 잇따라
아니나 다를까. 기업들의 반발은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정부는 기업들의 반발을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
기업의 경쟁력과 환경보호의 갈림길 앞에서 기업규제는 오락가락 널을 뛴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대기중 이산화황 농도를 선진국 수준인 0.002ppm까지 낮추겠다고 큰소리쳤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7월1일부터 전국 14개 도시에서 황 함유량이 0.3%보다 높은 중유 사용을 금지하는 법령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법령은 시행 10여일을 앞두고 허리가 싹둑 잘려나갔다.
환경부가 6월20일 법령을 바꿔 14개 도시를 7개 도시로 크게 줄인 것이다.
환경부는 제외된 7개 도시 모두 대기오염 정도가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둘러댄다.
얼마 전까지 보였던 확고한 원칙론에서 서너발짝 뒤로 물러선 것이다.
법령 시행을 코앞에 두고 막바지까지 가슴을 졸였던 기업들은 이제야 한시름 놓게 됐다며 안도하는 표정들이다.


전경련 규제완화 요구 대부분 수용 중유의 황 농도를 둘러싸고 벌이는 기업들과 환경부의 신경전은 자못 오래된 일이다.
그동안 여러 공청회와 간담회에서 기업들은 한목소리로 규제완화를 주장해왔다.
“0.3% 중유는 지금 쓰고 있는 0.5% 중유보다 1리터에 20원씩 더 비싸다.
0.3% 중유를 쓰면 연료 비용이 한해 2천억원 가까이 늘어나고, 제품 제조원가도 7%나 뛰게 된다.
기업들 부담도 부담이지만 나라 전체를 봐도 가격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 하지만 이에 맞서는 환경부의 고집도 만만치는 않았다.
“0.3% 중유를 쓰면 대기중 아황산가스를 40%나 줄일 수 있게 된다.
법령을 처음 만들던 지난 96년에 다들 합의했던 사항이 아닌가. 단계별로 따르기로 해놓고 이제 와서 지킬 수 없다고 버티는 건 말이 안 된다.
” 한마디로 기업들 엄살이 너무 심하다는 게 환경부의 그동안 입장이었다.
환경부는 늘어나는 가격 부담이 고작 1리터에 10원 정도에 그칠 거라고 추산했다.
0.3% 중유를 만들어내는데 딱히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있는 시설을 조금 고쳐쓰는 수준에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또다시 지지 않고 비용편익 분석을 해보라고 맞섰다.
포항 상공회의소는 중유를 많이 쓰는 철강업체들이 연쇄도산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엄살을 떨기도 했다.
결국 그렇게 천문학적 비용을 들인 만큼 환경이 크게 나아질 것이냐는 물음에 환경부는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2천억원과 ‘아황산가스 40% 줄이기’를 맞바꾼 것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2천억원의 기회비용은 싸다고 볼 수도 있고, 비싸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들의 잇따른 환경 규제완화 요구는 그칠줄 모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5월14일 규제개혁위원회에 건의했던 환경 분야 20개 규제완화 과제는 2개를 빼고 모두 받아들여졌다.
전경련은 분기별로 한번씩 규제 완화 과제를 선정해 건의하는데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받아들여진다.
이때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환경오염을 가로막고 있는 장치들이 은근슬쩍 풀려나는 경우도 있다.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기업들은 필사적인 반면,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쪽 움직임은 둔하기 때문이다.
기업들 처지에선 당장의 비용절감이 다급한 게 사실이다.
반면 환경개선 효과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기 마련이다.
때문에 중유의 황 함유량을 제한하려고 했던 법령도 그렇게 꼬리를 내린 것이다.
이번에 규제에서 빠져나간 도시들은 모두 대기중 이산화황 농도가 환경부 목표 0.002ppm을 훨씬 넘어서는 곳이다.
심지어 0.01ppm을 넘어서는 포항 같은 공업도시들도 은근슬쩍 빠져나갔다.
규제완화의 이름 아래 환경보호 정책이 한발 후퇴하는 경우는 이 밖에도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골프 산업을 활성화한다면서 상수원 보호구역 안에 골프장 설립을 허용하기도 하고, 주민 불편을 해소한다면서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하기도 한다.
환경운동연합 김정수 정책실장은 이렇게 말한다.
“골프장에서 얼마나 많은 농약을 쓰는지, 토지거래허가제가 오랫동안 지켜온 자연을 얼마나 무너뜨리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아요. 세금 수입을 늘리거나 몇몇 이해 당사자들 손을 들어주는 데 관심을 가질 뿐이죠.” 얼마 전엔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한갈래로 환경관리공단의 업무 가운데 지정폐기물처리업 등을 민간사업자에 넘겨주기도 했다.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사업자들이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정폐기물을 불법매립하거나 불법투기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뛰어들면서 처리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도 어렵게 됐다.
오히려 가격경쟁이 벌어지면서 환경관리공단까지 처리기준을 지키기 어렵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구조조정, 민영화의 바람에 휩쓸려 공연한 환경관리공단까지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환경 규제는 좀처럼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환경 보존과 효율성 증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환경을 희생하는 만큼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얄팍한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선진국 수준에 가까워질수록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이 정도면 된 거 아니냐는 안일함이 사회적으로 퍼져나간다.
기업들은 늘상 규제가 너무 지나치다고 울상이다.
곳곳에서 법을 어기고 있지만 단속에도 한계가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만옥 연구위원은 멀리 내다보면 엄격한 환경 규제가 오히려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짧게 내다보면 비용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언젠가 치러야 할 비용을 싸게 치르는 셈입니다.
지금부터 환경산업의 경쟁력을 꾸준히 키워나가지 않으면 계속 외국에 의존하게 되고 갈수록 더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합리적 기회비용 산출방법 정립돼야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문현주 연구위원은 약간 다른 각도에서 분석한다.
좀더 유연한 환경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규제를 완화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방적으로 강요된 규제들이 오히려 규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단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런 방법으로는 자발적으로 참여를 끌어내기도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실행 가능한 환경 개선 목표를 정해 스스로 따르고 때마다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면 됩니다.
제대로 목표를 이뤄낸 기업들에게는 그만큼 충분한 보상이 주어져야겠죠. 소비자들은 그만큼 물건을 많이 팔아주고 정부는 세제 혜택을 많이 줘야 합니다.
” 문 연구위원은 스위스 등 환경 선진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이른바 자발적 환경규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발적 환경규제를 활성화하려면 기업들 도덕성도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환경을 지키는 기업이 가장 훌륭한 기업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강압적으로 규제하고 어길 때마다 처벌하기보다는 스스로 따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환경지속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22개 나라 가운데 95위에 그쳤다.
22위 일본이나 52위 말레이시아, 65위 싱가포르, 74위 태국에도 크게 뒤졌다.
때문에 대개의 전문가들은 적어도 환경쪽만큼은 섣불리 규제완화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규제를 위한 규제나 불필요하게 번거러운 규제들은 풀어야 마땅하지만 원칙없는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처럼 환경분야에서도 기회비용을 산출하는 합리적인 방법이 정립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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