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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의e혁명] 16 신한은행
[공룡들의e혁명] 16 신한은행
  • 이정환
  • 승인 2001.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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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포털로 한번 더 '점프'

차별화된 서비스로 인터넷뱅킹 활성화, 금융상품 판매 전담할 초은행 사이트 준비중

인터넷뱅킹만큼은 가장 앞서 있다고 자랑해왔던 신한은행이 요즘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최근 스톡피아가 주관한 인터넷뱅킹 평가에서 한빛은행에 밀려 2위로 떨어진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뱅킹을 시작해 그동안 여러 평가에서 줄곧 1위를 달려왔던 신한은행으로서는 낯이 안 서는 일이다.
이번 조사에서 신한은행은 시스템 안정성과 정보제공 부문에서 조금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신한은행은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하느라 한동안 시스템이 불안했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구겨진 이미지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시장은 무한경쟁 체제로 치닫고 있고 신한은행은 또 한차례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신한은행의 인터넷뱅킹은 지난 99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인터넷뱅킹이란 한국통신이 만들어놓은 뱅크타운에 한쪽 다리를 걸친 데 지나지 않았지만 어떻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한 모험이었다.
그러나 뱅크타운은 출발부터 한계를 안고 있었다.
IMF 때 구조조정의 소용돌이를 지나오면서 국내 은행들은 인터넷뱅킹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많지 않았다.
모든 은행을 하나의 솔루션 아래 묶겠다는 한국통신의 야심찬 계획은 사사건건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거나 마찬가지죠. 한국통신이 은행들을 모아놓기는 했지만 변화를 이끌 만한 역량이 부족했어요.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으니까요.” 신한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총괄하고 있는 정충용 e뱅킹 팀장의 설명이다.
국민은행이나 한빛은행 등은 아예 뱅크타운에 가입하기를 꺼렸고 가입한 은행들 가운데서도 여력이 있는 은행들은 독립할 길만 찾고 있었다.
신한은행도 일찌감치 hp와 손잡고 그해 8월부터 독자적으로 인터넷뱅킹을 준비했다.
가입한 지 한달도 안돼 뱅크타운을 떠날 생각을 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6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지난해 2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독자적인 인터넷뱅킹을 선보이게 된다.
지난 1년의 성과는 눈부셨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신한은행에서는 한달 동안 531만3천건의 거래가 인터넷에서 이뤄졌다.
신한은행 전체거래 건수의 7.5%에 이른다.
무인점포에서 이뤄진 거래를 빼고 창구거래만 놓고 보면 32.3%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회가 479만건, 자금이체가 49만5천건, 인터넷 대출이 2만4천건이다.
특히 인터넷 대출은 창구거래를 앞지른 지 오래다.
지난해 12월만 놓고 보면 인터넷 대출이 창구거래보다 4.5배나 더 많았다.
우리나라 전체 인터넷 대출의 25%를 신한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1년 만에 일궈낸 이같은 성과는 ‘인터넷에 강한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심어놓기에 충분했다.
많은 은행들이 신한은행의 성공비결에 주목했다.
뱅크타운을 떠난 지 1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인터넷 대출, 업계 1위 우선 신한은행은 인터넷뱅킹에서 일어나는 송금수수료를 완전히 면제해줬다.
신한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면 최고 7500원(1천만원을 송금할 때)까지 아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익은 조금 줄어들겠지만 그만큼 신규고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에 저지른 모험이었다.
많은 은행들이 아무런 준비도 안돼 있을 때 신한은행은 이처럼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로 먼저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신규고객이 얼마나 늘었는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홍보효과는 확실했죠. 신한은행의 이미지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 정 팀장의 설명이다.
고객들은 쉽게 눈치채기 어려웠겠지만 신한은행은 작은 부분까지 하나하나 공을 들였다.
보안 인증만 해도 그렇다.
다른 은행들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때마다 처넣어야 하지만 신한은행은 온라인 인증서만 한번 내려받아 놓으면 계좌비밀번호만으로 모든 거래를 끝낼 수 있다.
인터넷과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른들이라도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무통장 입출금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거래내역을 통보해주는 ‘핸디뱅크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한달에 1천원만 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신한은행의 입지를 굳혀놓은 것은 차별화한 인터넷 대출이었다.
신한은행의 인터넷 대출은 99년 7월 창구거래의 18%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창구거래를 앞질렀다가 지금은 5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신한은행은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도입해 신청하자마자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얼마나 대출이 가능한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대출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신한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은 조건만 맞으면 신청하자마자 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간단한 클릭 몇번이면 계좌로 대출금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인터넷 대출은 신규고객을 창출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대출을 신청한 고객들 가운데 신한은행 고객은 5%밖에 안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95%의 고객은 다른 은행을 이용하고 있으면서 인터넷으로 신한은행에 접속해 대출을 신청한 것이다.
모든 은행계좌를 한눈에 아직 시작단계에 있지만 신한은행은 기업고객을 위한 서비스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CMS2000’은 계좌관리는 물론 수금, 지급, 외환 업무까지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기업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연계해 갖가지 회계와 재무 관리를 한자리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히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계좌통합서비스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직까지는 계좌통합을 흉내낸 데 지나지 않지만 모든 은행의 계좌를 한 화면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일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계좌통합서비스의 대상을 일반 고객들까지 넓힐 계획이다.
인터넷뱅킹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개인종합자산관리(PFM)까지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가장 큰 움직임은 통합계좌서비스가 될 것이다.
신사업추진부 김성윤 팀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금까지는 은행마다 흩어져 있는 계좌를 관리하려면 각각의 홈페이지에 일일이 접속을 해야만 했죠. 만약 통합계좌서비스가 이뤄진다면 은행은 물론이고 보험, 증권, 신용카드 등 모든 계좌 거래내역을 한 화면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처럼 정보를 긁어다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계좌들끼리 자유롭게 거래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겠죠.” 주택은행에 한발 뒤지긴 했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머니메일 서비스’도 성공한 사업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돈을 송금하면 메일을 받는 쪽에서는 인증서만 들고 은행을 찾아가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사업기반이 인터넷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대적으로 뜯어고친 고객지원서비스도 이러한 변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전화콜센터(CTI)와 인터넷콜센터(ITI)를 하나로 통합해 업무효율성을 크게 높이는 한편 고객관리(CRM)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도 열성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이런저런 신사업부문에 모두 1천억원 이상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객장 업무의 95% 이상을 인터넷으로 옮겨왔다.
“일손이 크게 줄어든 만큼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죠. 이제부터는 서비스의 싸움입니다.
” 김 팀장의 설명이다.
종합금융서비스로 시장 흔든다 신사업부문의 핵심은 아마도 5월에 문을 열 예정인 금융 포털사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이 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사업계획은 물론 이름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
다만 5월 즈음해서는 또 한차례 깜짝 놀랄 만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귀띔했다.
금융 포털사이트의 밑그림을 살짝 엿볼 수는 있다.
신한은행은 금융 포털사이트를 별도법인으로 만들어 내보낼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 다른 은행들을 널리 끌어안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금융 슈퍼마켓’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지금은 은행들이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한꺼번에 맡고 있지만 머잖은 미래에 역할을 나눠맡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쯤이면 금융상품의 판매를 도맡을 ‘초은행적’ 기관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신한은행이 일찌감치 금융 포털사이트에 눈독을 들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해관계가 얽힌 은행들을 끌어안고 새로운 유통질서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과거 뱅크타운의 사례에서 보듯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금융포털을 내세운 사이트들이 한때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곤 했지만 아직까지는 마땅한 경쟁상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는 갈수록 줄어들게 됩니다.
예대마진으로 먹고 사는 은행들은 조만간 문을 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신한은행은 서비스 수수료로 수익기반을 옮겨갈 계획입니다.
” 이래저래 신한은행에게 올해는 격변의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을 비롯해 신한증권, 신한캐피탈, 신한생명, 신한투신운용 등이 모여 독자적으로 금융지주회사를 만들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계획이 차질을 빚지 않는다면 빠르면 상반기 가운데 자산규모 60조원의 금융지주회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발 더 나아가 하반기에는 하나은행이나 한미은행과 합병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다.
그때쯤이면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상품의 교차판매에 따라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객과 브랜드를 공유하게 되면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튼튼히 갖추게 될 것이다.
신한은행의 e비즈 전략은 이러한 큰 밑그림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는 이르지만 시장을 선점해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나면 시장이 무르익었을 때 엄청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은행이 부딪히고 있는 문제겠지만 결국 최종 목표는 어떻게 변화를 따라잡고 한층 까다로워진 고객을 만족시키는가 하는 데 있다.
“질 높은 서비스로 승부하겠다” 정충용 신사업추진부 e뱅킹 팀장 인터넷뱅킹은 단순히 기존의 오프라인 금융거래를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한은행의 인터넷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정충용 팀장은 “권력의 중심이 고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변화의 방향은 명확하지 않지만 인터넷뱅킹이 은행의 업무관행을 크게 뒤바꾸어 놓을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벤치마킹하고 있는 모델이 있나. 국내나 외국이나 다들 이제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다. 미국 시티뱅크의 마이시티 정도가 그나마 배울 점이 있다. 순수 온라인 은행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어렵다고 본다. 떠들썩하게 출발했던 에그뱅크나 윙스팬이 맥없이 거꾸러졌고 국내에서도 동양종금이 실패를 겪었다. 이미 충분하게 증명되지 않았나. 이제는 어차피 서비스를 가지고 싸울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기반이 없다면 승산이 없다. 신한은행도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기반이 빈약하지 않은가. 수적으로는 뒤질지 모르지만 경쟁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선점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본다. 인터넷 대출만 해도 이미 신규고객 비중이 95%를 넘어서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내면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고객기반을 늘려나갈 수 있다고 본다. 금융 포털사이트는 수익성이 있나. 물론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예대마진은 갈수록 줄어들고 그렇다고 금융서비스로 돈을 벌기도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금융상품도 제조와 판매가 나뉘게 된다. 은행이 제조를 맡는다면 금융 포털사이트가 유통을 맡게 될 것이다. 이제는 서비스 싸움이다. 하루 아침에 판가름날 건 아닐 테고 결국 누가 먼저 충분한 노하우를 쌓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한발 앞서 시장에 뛰어든 것만 해도 몇점 먹고 들어가는 거다. 경쟁상대는 어떤가. 아직까지는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 다른 은행들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삼성이나 SK 등 대기업이 마음먹고 뛰어들게 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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