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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타임머신] 매킨토시 포터블
[IT타임머신] 매킨토시 포터블
  • 유춘희
  • 승인 2000.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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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에서 참패한 매킨토시 포터블
지난번 ‘IT 타임머신’은 80년대 말에 나온 대우통신 랩톱을 찾아갔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애플컴퓨터는 ‘매킨토시 포터블’이라는 휴대형 제품을 선보였다.
대우의 그것보다 크기도 훨씬 작았고, 당시 최고의 마이크로프로세서로 평가됐던 모토로라의 MC68000을 채용해 성능도 더 나았다.


그러나 애플은 랩톱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자존심 때문이었다.
IBM의 ‘PC’와 애플의 ‘매킨토시’로 개인용 컴퓨터를 대별하던 때에, IBM 호환기종을 만들던 회사들이 생각해낸 랩톱이란 용어를 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애플은 매킨토시 제품군을 두개로 구분했다.
매킨토시Ⅱ 계열을 모듈러형이라 하고, 매킨토시플러스와 매킨토시SE 계열은 콤팩트형이라 불렀다.
모듈이란 교환할 수 있는 구성품을 말하는 것이니, 모듈러형은 모니터와 본체가 떨어져 있음을 염두에 둔 것이다.
모니터 위에 손잡이 같은 홈이 있어 휴대용 같긴 한데 막상 들고다니기엔 무거운 것을 애플은 콤팩트형이라 했다.
데스크톱이나 랩톱이라는 말은 끝까지 쓰지 않았다.
애플의 매킨토시 포터블이 한국에 상륙한 것은 90년 초. 엘렉스는 이 제품을 ‘개인용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워크스테이션 개념의 제품’이라고 허풍을 떨었다.
고성능에 극소형화를 실현했다고 과장되게 선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제품은 다른 IBM 호환 랩톱에서는 보기드문 전원공급장치와 표준형 키보드, 선명한 LCD 화면(120도 비켜서서 보아도 화면을 읽을 수 있었다)을 자랑했다.
특히 마우스 대신 공을 굴려 커서를 움직이는 입력장치인 트랙볼은 획기적 발명품이었다.
문제는 IBM 호환 랩톱보다 크고 무겁고 투박하다는 것이었다.
무게가 7kg 정도여서 무릎에 올려놓고 쓰기에는 무리였다.
들고다닐 수는 있었지만, 단단히 고정된 책상 위가 아니면 쓰기 불편했다.
랩톱이라고 우기지 못한 까닭이 거기 있었는지도 모른다.
애플은 성능과 크기 가운데 크기를 ‘잠시’ 접어두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매킨토시 포터블은 역사적 제품이었다.
그것은 애플 최초의 본격적인 휴대용 컴퓨터였다.
매킨토시 포터블이 나오기 전까지는 콤팩트형 매킨토시가 휴대용이었다.
등산배낭 같은 가방 속에 넣고 다녔는데, 무게가 12kg에 육박했다.
완전군장을 하고 수십리를 행군했던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자들도 견디기 힘든 짐이었다.
그 돈으로 IBM 랩톱을 사고, 매킨토시와 문서파일을 공유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결국 매킨토시 포터블은 발표 첫해 자신들이 예상했던 목표치의 3분의 1도 안되는 30만대 정도밖에 팔지 못했다.
실패로 끝난 것이다.
매킨토시 포터블의 후속타로 나온 것이 ‘매킨토시 파워북’이다.
91년 말 등장한 파워북은 데뷔 첫해 100만대 이상을 팔면서 애플에게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안겨주는 빅히트를 기록했다.
애플로서는 지옥과 천당을 오간 셈이다.
엘렉스는 애플에게 적인가 동지인가
98년 10월, 한국에 애플컴퓨터코리아가 들어오기 전까지 매킨토시는 엘렉스컴퓨터가 독점적으로 공급했다.
엘렉스는 매킨토시에서 쓸 수 있는 운영체제(MacOS)를 한글화하고,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 같은 애플리케이션도 한글화해 시스템과 묶어 팔았다.
그러나 독점공급이 낳은 폐해였을까. 판매가격이 미국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높고, 사용자 지원에 고자세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게다가 애플리케이션이 많지 않아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출판디자인이나 컴퓨터그래픽 등 한정된 분야에서만 사용됐다.
iMac이라는 예쁘고 깜찍한 제품이 나왔음에도 아직까지 매킨토시는 가정용 컴퓨터로는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매킨토시 포터블도 미국에선 소비자 권장가격이 6천달러였지만, 한국에선 관세가 붙고 유통마진이 커지면서 600만원을 넘었다.
금성사의 16비트 교육용 컴퓨터가 49만5천원하던 때였으니 엄청난 고가품이었다.
이처럼 불합리한 가격 때문에 전세계 조직이었던 MUG(매킨토시 사용자 그룹) 한국모임은 피시통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격인하를 요구했고, 엘렉스에 항의방문단을 보내 담판을 벌이기도 했다.
용산전자상가에 기반을 둔 일부 업체는 매킨토시를 공급하는 미국 내 도매업체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매킨토시를 들여다 엘렉스보다 싼값에 팔았다.
그러나 한글화 작업에서 엘렉스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데다, 정식 루트를 통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애프터서비스를 해줄 수 없다는 엘렉스의 정책에 따라 1년도 안돼 모두 시장에서 사라졌다.
엘렉스컴퓨터의 독점은 한국지사 설립 때까지 계속되다가, 지금은 두고그룹과 2원체제로 총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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