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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동포벤처'의 코리안 드림
[IT] '동포벤처'의 코리안 드림
  • 임채훈
  • 승인 2000.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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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아닌 이방인들의 코리안드림기…문화충돌 등 어려움 많지만 “한국은 인터넷 신대륙” 일년에 3억, 4억원의 연봉을 주는 직장이 있다면, 게다가 남들이 우러러볼 만한 회사라면. 그런 직장을 박차고 나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사표를 쓰고 나와 사업을 시작한다 해도 대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선 많은 이들이 불확실한 도전보다는 안정된 체류를 택할 것이다.
하지만 때로 가족과 친구들 만류를 뿌리치고 모험을 하는 이들이 있다.
최근 1년 사이에 고국 땅에 벤처회사를 차린 동포들이 그런 축에 든다.
이들은 수억원의 연봉을 주는 번듯한 회사를 포기하고 한국을 찾았다.
성공 가능성으로만 본다면 ‘기회의 땅’ 미국이 한국보다는 더 높다.
자유로운 벤처문화를 찾아왔다는 것도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의 벤처문화가 미국보다 자유롭다는 데 동의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코리안드림은 대체 무엇일까. 20년 이상 살아온 미국을 떠나 고국을 찾는 동포들이 늘고 있다.
코페이지 www.korpage.com 이종세 대표, 헬로우아시아 www.helloasia.com 허민영 부사장, 넷인베스트 www.netinvest.co.kr 스티브 김 대표의 하루는 테헤란밸리에서 시작한다.
모머스벤처스그룹 www.momusvg.com 금두경 대표와 헤이아니타 코리아 www.heyanita.co.kr 최재우 이사는 요즘 한국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미국 문화와 사고방식에 익숙한 이들의 벤처창업기는 한국에서 벤처를 하는 어려움과 한국 경제에 관한 희망으로 가득하다.
당신은 한국인인가 미국인인가? 이들 5명은 어디를 가나 ‘이방인’ 취급을 당한다.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김 대표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미국에 도착한 날부터 죽어라 영어만 파고들었다.
철저히 미국인이 되겠노라고 작심했다.
한국어가 ‘낯설어지도록’ 노력했지만 결코 미국인이 될 수는 없었다.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하는 미국인들 시선 때문이었다.
그런 소외감은 언젠가는 한국으로 돌아가리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 오면 한국인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기대를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재우 이사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택시를 탔다가 한국의 낯선 눈길을 확인했다.
어린시절을 한국에서 보냈지만 20년 넘는 미국 생활은 그의 한국말을 앙상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동포라지만 한국인이 돼가지고 그러면 쓰느냐, 그러고도 한국인이냐?” 택시기사에게 들었던 꾸중은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옹이로 남아 있다.
자아형성기를 미국에서 보낸 이들에게 한국 정서를 찾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코페이지 이종세 대표는 “가정에서 엄격하게 한국식 교육을 받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물 흐르듯 살기에는 너무 장벽이 많다.
계속 한국에서 살 거냐는 질문에 딱 부러지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이들의 정체성은 여전히 혼돈 속에 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이들이 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대부분 문화 차이에서 비롯한다.
이들에게는 한국의 기업문화가 다소 비합리적인 것으로 비친다.
최재우 이사는 “미국적인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계가 미국 방식을 쓰고 있는데 한국만 그것을 따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금두경 대표는 특히 혈연·지연으로 얽힌 비즈니스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누구 아들’ ‘누구 친구’ ‘어디 출신’이라는 것만 있으면 안되는 일도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분명 그런 일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전체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다.
” 한국의 권위적인 문화도 이들에게는 낯설다.
어떤 이들은 불리한 상황을 나이로 역전시키려 한다.
최재우 이사는 “권위적인 사람을 만나면 일부러 영어만 쓴다.
한국의 예의바른 존댓말로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들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놀라는 것도 탈권위적인 언어 사용이다.
동포벤처에서는 대부분 ‘사장님’이라는 직위 대신 이름을 부른다.
말도 가볍게 놓는다.
너무 격식이 없어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렇다보니 의견 교환이 원활하고 상사 의견이라고 무조건 따르는 경우는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들의 어눌한 한국어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한국어의 어감 차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
사업을 하는 이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수억원의 연봉을 포기하고 한국에 온 이유는? 이들의 경력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화려하다.
남부럽지 않은 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직장에서 경력을 쌓았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있었다면 연봉은 천문학적인 액수에 도달했을 것이다.
스티브 김 대표는 “컨설턴트로 계속 있었으면 여유를 가지며 안정된 직장생활을 했을 것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과감히 버리고 왔다.
이종세 대표는 “지금 회사에서 받는 돈이 시티은행에서 받던 연봉의 30%도 채 안된다”며 웃는다.
이들은 한국에 온 이유를 한결같이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한다.
안정된 삶보다는 도전하는 삶을 택했다는 것이다.
“도전하는 삶은 미국에서도 가능하지 않느냐”고 묻자 “한국이야말로 기회의 땅”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이미 인터넷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공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성공 신화가 가능하다.
이들에게는 포기한 연봉 대신 성공했을 때 돌아올 보답이 더 크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은 어떤 것인가? 이들은 미국에서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은 한국보다 인터넷 사업이 발전했다.
미국에서 성공했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난 것을 사업영역으로 잡았다.
한국도 미국처럼 흘러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코페이지는 지난 7월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미국 원페이지와 개인화 및 콘텐츠 통합 솔루션 ‘원뷰’를 개발했다.
이종세 대표는 “미국에서 처음 이 기술을 봤을 때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자신감을 나타낸다.
헬로우아시아는 고객의 로열티를 높이는 솔루션을 개발해 ASP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허민영 대표는 “미국에서 인터넷의 대세는 ASP”라며 헬로우아시아가 ASP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다.
헤이아니타는 전화를 통해 음성으로 인터넷 정보를 제공한다.
11월중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재우 이사는 “음성포털은 미국에서도 가장 각광받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한다.
모머스벤처스는 B2B 전문 인큐베이팅 업체다.
의학전문 be.md와 광고거래 사이트인 미디어스팟을 개설해 운영중이다.
B2B를 비롯한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사업을 시작했다.
넷인베스트는 인터넷 종합금융정보 서비스 업체로 18명의 애널리스트들이 증권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익을 내지는 못한다.
미국에서 한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한 업체 사장은 “예상만큼 일이 쉽게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고백한다.
한국이 미국 움직임을 따라간다면 이들의 선택은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이들 시각은 하나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다양했다.
현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이도 있었다.
금두경 대표는 현 상황을 구경제가 신경제로 이행하는 과도기로 보고 있다.
그는 “구경제 중에서도 신경제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는 곳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금 어려움을 겪는 곳은 신경제 흐름에 동참하지 않은 기업들이라고 강조한다.
이종세 대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이 과도기를 통해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60% 정도의 기업이 퇴출될 것”이라는 다소 과감한 전망을 한다.
한국의 사회문화를 탓하는 분석도 있다.
최재우 이사는 “한국에는 ‘떼거리’문화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의 주된 흐름이 있으면 다른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이들이 현상황을 위기로 보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여전히 많이 나오고 있다.
돈은 많은데 분위기에 휩쓸려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소 비관적 전망을 하는 이도 있다.
허민영 대표는 “한국 경제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경고한다.
한국 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부도날 만한 회사를 살려두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은 경영이 어려운 회사는 바로 부도를 내버린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냥 살려두면 언젠가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
” 이들의 시각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것은 이들의 이중성 때문이다.
외국인들은 한국 경제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서를 몰라 피상적인 분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인들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거나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등 극단에 치우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 두 문화를 모두 접한 이들이다.
따라서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하면서도 한발 물러선 객관적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
이들의 경험은 우리에게 거울로 작용한다.
국내의 부정적 요소들을 이들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또 우리가 보지 못하는 문제점들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 긍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쌓은 화려한 배경만 믿고 한국에 온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않다.
이들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최재우 이사는 “누군가 나에게 실력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배경이 좋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라고 말한다.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벤처 실험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이종세 코페이지 대표 1972년 서울 출생 1974년 미국 이주 1995년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제학·컴퓨터공학 전공 1995~2000년 시티그룹 IT 프로젝트 매니저 2000년~현재 코페이지 대표 최재우 헤이아니타코리아 전략기획 담당이사 1966년 서울 출생 1974년 미국 이주 1989년 스탠퍼드대학 인간생물학 전공 1990년 스탠퍼드대학 생물과학 석사 1990~95년 오라클 전문컨설턴트 1997년 노스웨스턴대 MBA 1997~2000년 매킨지 팀 프로젝트 매니저 2000년~현재 헤이아니타코리아 전략기획 담당이사 스티브 김 넷그룹 공동대표 1965년 서울 출생 1977년 미국 이주 1988년 UC 어바인대학 경제학 전공 1990~94년 메릴린치 LA지사 금융 컨설턴트 1994~99년 모건스탠리 뉴욕지사 IT팀장 2000년~현재 넷그룹 공동대표 허민영 헬로우아시아 부사장 197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출생 1994년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 경영학 전공 1995~98년 골드만삭스 아시아 투자분석가 1998~99년 하버드대학 MBA 1998~2000년 헬로우아시아 한국지사 대표 2000년~현재 헬로우아시아 부사장 금두경 모머스벤처스그룹 대표 1972년 서울 출생 1985년 미국 이주 1995년 하버드대학 경제학 전공 1995~98년 부즈알렌&해밀튼 통신담당 컨설턴트 1998~99년 루슨트테크놀로지 디지털라디오 사업개발 매니저 1999~2000년 와와컴 대표이사 2000년~현재 모머스벤처스 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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