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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지니스] 온라인 증권사의 도전과 고전
[e비지니스] 온라인 증권사의 도전과 고전
  • 이원재
  • 승인 2000.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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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수수료로도 고객 끌어모으기 역부족… 인터넷뱅크에서 희망을 찾는다
다우기술이 대주주인 온라인 증권사 키움닷컴 www.kiwoom.com 김범석 사장은 틈만 나면 책상 한편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화면은 언제나 똑같다.
키움닷컴증권 홈페이지의 고객게시판. 항상 시끄럽다.


“주문처리 속도가 너무 느려 속터져요! 당장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다른 증권사로 옮길 겁니다!” “계좌에 들어 있던 주식 40주가 사라져버렸어요. 찾아내십시오!” “주문을 제때 내지 못해 입은 손해를 보상하세요!” 등등.

김 사장의 관심은 단 한가지, 고객의 불만섞인 글들에 직원들이 얼마 만에 답변글을 올리는지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글에 회사쪽이 답변을 해주는데, 간혹 답변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 싶으면 그날은 회사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는 호통을 각오해야 한다.

계속해서 불만을 터뜨리는 고객은 아예 직원들이 방문해 문제를 해결해주도록 한다.
왜 이렇게 정성을 들이냐고? 답은 간단하다.
한사람의 손님조차 아쉬운 상황이니까. 온라인 증권사들, 고전 또 고전 사실 김 사장은 요즘 느린 시스템을 불평하는 투자자들보다 더 ‘속이 터질’만한 상황이다.
지난 5월4일 서비스를 시작한 지 만 두달. ‘주식매매대금의 0.0135%’라는 충격적인 수수료를 내걸고 기세좋게 첫걸음을 내디뎠다.
오프라인 객장에서는 0.5%, 사이버트레이딩으로는 0.1~0.2%를 수수료로 물고 있는 기존 오프라인 증권사 손님들을 단기간에 끌어오겠다는 전략이었다.
‘기존 금융자본도 외국자본도 들어오지 않은 순수 국산 벤처증권사’라는 자존심도 꼿꼿하게 내세웠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손님이 늘지 않았다.
기존 증권사 사이버트레이딩과 비교해 10분의 1밖에 안되는 수수료인데도 이쪽으로 향하는 손님은 한정돼 있었다.
김 사장은 “현재 하루 평균 약정금액은 700억원 안팎, 계좌 수는 7천여개, 시장점유율은 0.5% 수준”이라고 말했다.
애초 기대보다는 실망스런 수준이다.
낮은 수수료 때문에 트레이딩쪽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이*트레이드코리아 www.etrade.co.kr 역시 고전중이다.
이*트레이드 성병철 이사는 “현재 계좌 수 2만여개에 사이버 증권거래 약정금액은 하루 평균 7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금력과 미국 2위 사이버 증권사인 이*트레이드의 브랜드가 손을 잡아 사이버 증권업계를 평정한다”던 출범 때의 기세등등함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5월26일 서비스를 시작한 삼보컴퓨터 관계회사 겟모어증권 www.getmore.co.kr은 말할 것도 없다.
겟모어증권 임동범 기획팀장은 “현재 약정규모는 하루 평균 200억원을 넘지 못하고, 계좌 수도 2천개에 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증권사로 출발했지만 지점을 잇따라 내면서 사실상 오프라인에도 손을 대고 있는 이*미래에셋증권만이 돋보인다.
지난 1월 영업을 시작한 이*미래에셋의 5월 약정금액은 3조4500억원, 계좌 수는 5만2천개에 이른다.
약정금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2.3%. 전체 증권사에서 11~13위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이*미래에셋쪽은 설명한다.
올해 말까지는 약정금액 기준 10대 증권사에 진입하는 것이 이*미래에셋의 목표다.
E*미래에셋만 ‘홀로 돋보이네’ 이*미래에셋은 그러나 21개의 지점을 거느리고, 오프라인 영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키움닷컴 등 순수 온라인 증권사와는 상황이 다르다.
또 4조원이 넘는 뮤추얼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미래에셋이 뒤에 버티고 있어 기본적인 수요가 유지될 수 있다.
개미군단을 상대로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다른 온라인 증권사들에 비하면 여유가 있다.
온라인 증권사들은 왜들 처음의 기대와 달리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온라인 증권사들이 정말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전체 약정금액에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온라인 고객들마저도 기존 오프라인 증권사들에게 계속 빼앗기고 있다는 점이다.
선두 벤처기업의 전산기술력으로, 파격적으로 낮은 수수료로, ‘자기 배만 불리는 기관’이 아닌 ‘깨끗한 벤처증권사’이미지로 승부를 걸어봤지만 번번이 깨지기만 한다.
기존 오프라인 증권사 가운데 온라인 약정규모가 가장 큰 대신증권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1월 26조8천여억원이었던 온라인 약정금액은 5월에 38조8천여억원으로 3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국내 온라인 증권사의 전체 약정규모는 125조9천여억원에서 156조7천여억원으로 25% 가량 올랐다.
순수 온라인 증권사들이 생겨 영업을 시작한 뒤에도 오프라인 증권사의 점유율은 계속 높아졌다는 얘기다.
0.025%라는 싼 수수료를 내걸고 온라인 거래를 강화해온 세종증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약정액수를 지난 1월 5조여원에서 3월에는 7조3천여억원까지 늘렸다.
객장없이 온라인에만 총력을 집중하는 온라인 증권사들을 쑥스럽게 만드는 수치다.
결국 온라인 증권사들은 수수료가 극단적으로 낮아진 상황에서는 수수료 인하가 손님 유치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키움닷컴은 주식거래 수수료를 0.025%로 다시 올리기로 결정했고, 겟모어증권도 현재 0.0135%인 수수료를 올릴 것을 추진하고 있다.
궁극적 해답, ‘인터넷뱅크’ 그렇다면 이들 온라인 증권사들의 살아갈 길은 영영 막혀 있는 것일까? 증권가에서는 증권거래를 중개하는 업무만으로는 제대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각자 특색에 맞는 수익원을 개발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순수 온라인을 자처하고 출범한 온라인 증권사들은 이미 각자 처지에 맞는 활로를 모색중이다.
이*미래에셋은 뮤추얼펀드쪽에서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해, 온라인거래와 간접투자에 강한 증권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키움닷컴과 겟모어증권은 정보통신기업이 대주주라는 점을 강점으로 살려 빠르고 안정적인 트레이딩 시스템을 제공하고, 대형 증권사에서 하기 힘든 개인투자자 중심의 서비스를 펼치겠다는 생각이다.
이*트레이드는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한국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등록될 올해 말까지 종합증권사로 전환한 뒤, 소프트뱅크 투자기업의 인수업무를 따내 중요한 수입원으로 삼겠다는 속셈이다.
온라인 증권사의 생존을 장기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직은 금융업종 사이의 진입장벽이 있어 이뤄질 수 없지만, 궁극적으론 은행 보험 등까지 망라해 온라인으로 종합재테크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인터넷뱅크로 전환해야 수익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안병우 수석연구원은 “온라인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디스카운트 랩 어카운트(값싼 종합금융계좌), 배너광고 허용 등 제도개선이 이뤄져 장기적으로는 인터넷뱅크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오직 빠르고 안정적일 것 ” 키움닷컴 김범석 사장 키움닷컴 김범석 사장은 “손님들이 순수 온라인 증권사에 바라는 것은 멋들어진 콘텐츠가 아니라 편하고 빠르고 안정적인 트레이딩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홈페이지를 데이트레이더를 위해 거래주문만 단순하고 빠르게 낼 수 있게 만든 사이트와 일반 금융 포털 사이트의 두개로 쪼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빠른 트레이딩을 위해서는 콘텐츠를 포기할 수도 있나? 거래 시스템에 과부하를 줄 만한 콘텐츠는 모두 빼는 것이 원칙이다. 리서치 인력도 최소한으로 가져가면서 인건비 거품을 빼고 있다. 지난 두달 동안 정말 손님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콘텐츠가 부족하면 기존 증권 사이트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나? 손님들은 생각보다 똑똑하다. 최고의 콘텐츠가 있는 사이트와 최고의 거래 시스템이 있는 사이트 양쪽을 함께 열어놓고 거래한다. 최고의 콘텐츠가 아니면 읽히지도 않으면서 시스템에 부하만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선택과 집중이 최선이다. 시스템에서 성공하면 그 다음에 콘텐츠로 옮아가는 것은 오히려 쉽다. 약정액수와 계좌 수 등이 애초 기대에 못 미치는데? 개인투자자 하나하나를 정성으로 대하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들의 불만을 바로바로 시스템 개선에 반영한다.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고 개미군단에게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주면, 2001년 3월까지 시장점유율 3%, 업계 15위 진입의 목표를 이룰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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