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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선장 바꾼 한국통신 순항?
[포커스] 선장 바꾼 한국통신 순항?
  • 이구순 아이뉴스24 기자
  • 승인 200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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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의사결정과 투명성 확보는 긍정적, 조직 장악력과 미래전략 수립은 물음표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KT)이 새 선장을 맞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통신시장의 ‘맏형’으로 불리는 한국통신의 선장이 바뀌자, 4만여명의 직원들은 물론 통신시장도 한국통신의 변화 가능성에 기대감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새 선장 이상철 사장은 사장선임 직후 “사람들의 눈과 귀가 한국통신과 내게 쏠린 만큼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한국통신 사장에 취임한 올해는 국내 통신시장 판도가 바뀌는 중요한 시기다.
우선 올해는 한국통신의 완전 민영화를 1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경영성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으면 주가가 떨어져, 정부 지분 매각과정에서 국부유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한국통신 주가가 1원 떨어질 때마다 국민 재산에 3억2천만원의 손실이 난다는 계산까지 나와 있다.
주식의 30% 이상을 외국에 내다팔기로 돼 있는 민영화 계획을 고려하면, 주가하락에 따른 국부 손실의 규모가 만만치 않게 커질 수 있다.


또 이 사장이 취임한 것은, 한국통신이 이미 IMT-2000(차세대이동통신), 위성방송 등 미래의 전략적 사업권을 따놓은 뒤다.
전임 이계철 사장이 이런 사업권들을 획득한 것만으로도 공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신임 이 사장은 또다른 미래사업의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성공의 성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인지 그는 지난 1월 취임사에서 “우리의 향방이 곧 한국의 장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스피드 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직은 아직 반신반의 사실 지금까지 한국통신은 비효율적 경영과 더디고 불투명한 의사결정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한국통신을 이루는 4만여 직원 개개인의 ‘맨파워’는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을 한국통신이라는 조직으로 뭉쳐놓으면 어디에 내놔도 ‘깡통’이 된다는 불명예스러운 말도 들어왔다.
물론 지금은 다르다.
우선, 40대 엘리트들로 짜여진 임원진과 엄청나게 빨라진 의사결정 속도, 전자조달로 확보된 투명한 경영행태 등을 서서히 인정받고 있다.
이 사장은 취임 뒤 가장 먼저 네트워크본부와 연구개발본부의 위상을 바꿨다.
미국 듀크대 공학박사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통신기술 연구를 담당했던 기술전문가로서 “한국통신이 살 길은 네트워크 진화방향을 확인하고 그것을 선도하는 것”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네트워크본부가 네트워크 기술의 진화방향을 연구하고, 연구개발본부가 그것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전략적 로드맵 작성을 지시했다.
전략과제별 중요성에 따른 사업추진 우선순위와 이행년도를 설정하고, 앞으로 3년간의 전략수행 구도를 설정하라는 것이었다.
이 사장은 “통신기술의 라이프 사이클이 3개월 이하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3년 이상의 장기계획은 무의미하다”며 3년간의 탄탄한 사업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50억원 이상의 투자비가 책정된 사업들을 대상으로 투자의 적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최고임원진으로 구성된 투자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투자를 결정하기 이전에 수익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에서였다.
조달체계도 바뀌고 있다.
한국통신은 올해 전체 예산 대비 조달비용을 25%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자조달 체계를 마련중이다.
조달체계 개선이 투명경영의 시작이라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기 때문이다.
경영행태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한국통신 안에선 아직 이 사장에게 완벽한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이 사장은 취임 첫날부터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고, 114 분사 과정에서는 노조와 극한대립 상황에 몰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통신 내부에선 “조직을 효과적으로 장악하는 데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의 조직장악력에 대한 평가를 미루고 있다.
이 사장은 취임 초기에 조직개편을 위한 전담반을 구성해 스피드 경영과 미래 수익사업의 구현을 위한 ‘이상적인’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2개월여의 전담반 활동에서 얻은 이 이상적인 조직개편안은 임원진에게 철저히 거부됐다.
애초 네트워크본부와 마케팅본부를 통합해 합리적 영업활동과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일선 전화국 통합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한다는 계획을 담은 이 조직개편안은 결국 인터넷 사업을 위한 e비즈사업본부를 신설하는 성과로 이어지는 데 그쳤다.
이 과정에서 조직장악을 위한 이 사장의 1차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는 게 한국통신 내부의 대체적 평가다.
또 이 사장의 빠른 의사결정은 조직의 보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114 분사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만에 이사회를 열어 분사계획을 확정한 것은 내부에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이 한국통신의 피해를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장으로서는 자신에 대한 조직구성원들의 신뢰를 포기해야 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한국통신의 한 임원은 “빠르고 명쾌한 결정은 효율적이긴 하지만 인간적으로 느끼는 우군으로서 동지의식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운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장의 이런 의사결정 방식 때문에 한국통신에는 아직 ‘이상철 사장 라인’이라는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이 최고경영자에게 반드시 도움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4만여 직원과 함께 가야 하는 이 사장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감성적 우군 진영’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은 조직장악이라는 측면에선 불리한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이 사장의 가장 큰 숙제는 뭐니뭐니 해도 미래 한국통신의 기업가치를 보장할 수 있고, 국내 최대 통신업체라는 위상을 지킬 수 있는 전략을 발굴하는 일일 것이다.
그는 취임 이후 미래 수익사업 발굴을 위한 전담반을 구성하고 e비즈니스와 유·무선 통합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설정했으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 사업 아이템을 포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미래전략의 뼈대를 세운 것 외에, 구체적 실행안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무선 자회사들과 공동으로 유·무선 통합서비스인 무선DSL(디지털가입자망) 서비스, 원폰 서비스, 무선인터넷 서비스 따위를 구상하고 있다.
PDA(개인휴대단말기)와 무선랜 등을 이용해 무선으로 기존 유선인터넷의 다양한 서비스를 싼 가격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중소기업들의 e비즈니스용 솔루션에 판매루트를 제공하는 장터를 운영하는 중개사업자로도 변신할 계획이다.
하지만 유선시장의 급속한 축소 추세를 감안하면 이런 사업계획은 한국통신의 미래전략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한국통신 안팎의 평가다.
시내망 개방 일정이 잡혀 있는 한국통신으로서는 막대한 접속수입이 감소할 것도 걱정된다.
지금처럼 한국통신이 정하는 접속료를 다 받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부가 강제로 망 개방을 의무화한다면, 후발 사업자들에게 유리한 가격으로 접속료 수입이 결정될 것이다.
지난해 전체 한국통신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던 LM(유선전화에서 이동전화로) 접속해주는 서비스의 수입 역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이동전화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이동전화에서 바로 이동전화로 연결되는 ‘MM 접속’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에 8765억원에 이르렀던 한국통신의 접속 수입이 올해 1분기에는 8641억원으로 124억원 가량 줄었다.
이런 감소세는 시간이 갈수록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게 한국통신의 예상이다.
게다가 ‘유선통신 사업자’라는 브랜드 자체가 기업가치를 추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통신이 해외 통신사업자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외사업자들이 한국통신 본체보다 이동전화사업자인 KTF나 KT아이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워밍업 끝내고, 평가는 지금부터 6개월. 이상철 사장의 지적대로 통신기술의 라이프 사이클이 3개월임을 고려하면 결코 짧지는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4만여명이 일하는 조직을 죄다 파악하고 정을 들이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사장 취임 이후 한국통신의 전망이 어떤가를 묻는 질문에, 한국통신의 한 임원은 여유를 갖고 봐달라고 부탁했다.
“배가 출항하기 위해선 시동을 걸고 워밍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취임 초기 6개월은 워밍업 기간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지금 평가하려 하지 말고 좀더 기다려달라. 배가 정식으로 출항한 다음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
” 이 임원의 말대로 지금까지의 6개월이 이 사장에게 조직장악과 경영패턴 변화를 위해 필요했던 워밍업 기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본격 출항이다.
하지만 ‘이상철호’의 앞에는 벌써 큰 암초들이 눈에 보인다.
내년 6월까지 완료해야 하는 민영화가 그의 앞에 놓여 있는 가장 큰 암초다.
이 암초를 무사히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 연말 대선과 그 결과에 따른 외풍이 이상철호를 흔드는 폭풍이 될 수 있다.
또한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노조와 대화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내부 숙제로 남아 있다.
물론 경영진을 포함한 한국통신 조직을 장악하는 것도 아직 풀리지 않은, 쉽지 않은 과제다.
한국통신의 두 아들
한국통신 가문에는 갈등관계에 있는 두 아들이 있다.
서로 자신이 가업을 잇겠노라고 장담하며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아 더 많은 투자비를 타내 명실상부한 가업 계승자가 되기 위해서다.
큰아들 KTF는 둘째인 아이컴이 태어나기 전에는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가업 계승자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었다.
KTF는 이런 자리 굳히기를 위해 내년 5월 동기식 3세대 서비스인 cdma2000-1x EVDO로 월드컵에서 자신의 기술을 세계에 뽐낼 계획이다.
이를 위해 1조원 가량의 투자비를 쏟아부었고, 정부로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늦둥이로 태어난 아이컴은 태어나면서부터 온갖 찬사를 다 받았다.
한국통신을 이끌어갈 새로운 기대주라는 평가였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완전성을 갖추지 못했지만, 비동기식 IMT-2000이라는 기술로 월드컵을 준비중이다.
아버지는 두 아들을 언젠가는 화합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둘의 경쟁을 충분히 활용해 다른 집 자식들보다 뒤지지 않는 아들을 만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아버지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유·무선사업 협력위원회’라는 가족회의를 만들었다.
아버지의 잠정적인 결정은 “둘 다 투자비를 대줄 테니 내년 5월을 목표로 경쟁해보라”는 거다.
그리고 내년 5월까지 기다려주기로 했다.
내년 5월 통신시장에서 인정받는 아들이 한국통신의 가업을 이어갈 차기 주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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