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17:12 (화)
[성공과실패] 넷퍼셉션
[성공과실패] 넷퍼셉션
  • 신동호(한겨레)
  • 승인 2000.07.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릭' 그 순간이 돈이다
실시간 퍼스널라이제이션화 소프트웨어 '그룹렌즈'...소비자 주권 시대의 경쟁력
혼다 어코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중형차다.
토요타 캠리를 사려고 자동차 사이트를 한참 클릭하고 있을 때, 혼다 어코드 할인판매 광고가 번쩍거린다면 누가 이를 클릭해보지 않겠는가.

텍사스에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가고 있다.
텍사스 주민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자동적으로 에어컨 광고가 뜨도록 만든다면 에어컨 회사는 얼마나 수지가 맞을까.
두달치 비타민을 산 사람에게 6주 뒤 자동적으로 이 약에 대한 광고를 이메일로 보내면 어떨까.고객 개개인의 요구와 기호 파악 가능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 넷퍼셉션은 이런 일들이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이 회사는 지난 97년 1월 최초로 인터넷 소매상을 위한 실시간 퍼스널라이제이션(개인화) 기술인 ‘그룹렌즈’의 판매를 시작했다.
넷퍼셉션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와 엔진은 인터넷 소매상들이 고객 개개인의 요구와 기호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클릭을 하고 있는 각 개인에게 적당한 상품을 실시간으로 추천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고객의 실제 상품구매율과 충성도를 높이고, 한꺼번에 더 많은 상품을 사게 하고, 더 효과적인 광고를 가능하게 한다.
수천명의 영업사원이 일일이 고객을 상대로 하는 판매활동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하는 것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미국의 큰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은 대부분 실시간 퍼스널라이제이션 기술을 도입해 이런 일 대 일 마케팅을 하고 있다.
현재 넷퍼셉션의 퍼스널라이제이션 기술을 이용하는 곳은 베텔스만, 시디나우, 에그헤드, 이토이즈, 제이시페니, 프록터앤갬블, 타워레코드 등 170개에 이른다.
이는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최소한 두배 이상 많은 숫자다.
넷퍼셉션은 1992년 미네소타대의 한 연구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유스넷 토론 그룹에 쌓여 있는 많은 정보 속에서 각 개인들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필요한 정보만을 골라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룹렌즈란 이름이 붙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공동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즉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의 집단을 찾아내고, 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박경리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이문열의 어떤 소설책을 샀다면, 이문열의 소설을 산 다른 사람에게도 박경리의 소설을 추천하는 것이 공동필터링이다.
넷퍼셉션의 사장인 스티븐 스나이더(45)는 14살 때부터 펜실베이니아대 물리학과에서 프로그래머로 일을 한 컴퓨터 마니아이다.
그는 드렉셀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딴 뒤 보스턴컨설팅그룹,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다 미네소타대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하면서 이 대학의 컴퓨터과 교수인 존 리들(38)과 함께 그룹렌즈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다.
소프트웨어를 3개로 쪼개 성능 보완 수익 높혀 지난해 초 넷퍼셉션은 수익을 높이고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그룹렌즈 소프트웨어를 전자상거래·전화센터·광고 타깃팅 등 세개로 쪼갰다.
넷퍼셉션이 그동안 가장 많이 판매한 솔루션은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위한 ‘넷퍼셉션 포 이코머스’(Net Perceptions for E-commerce)와 ‘넷퍼셉션 레코멘데이션 엔진’(Net Perceptions Recommendation Engine)이다.
이 소프트웨어와 엔진은 사이트를 찾는 인터넷 이용자가 방문했던 곳, 구매한 물건 등 브라우징 패턴을 파악하고 있다가, 이를 이 사람의 과거 구매경력, 기호, 관심과 대조해 적당한 상품들을 실시간으로 추천한다.
개인의 선호를 예측해 특정 상품을 검색하는 고객에게 성능과 가격이 비슷한 제품을 추천하거나, 이미 구매한 상품에 덧붙여 그 고객에게 추가로 상품을 추천하기도 한다.
또 광고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간접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이 소프트웨어는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 전략의 효율성을 스스로 평가하고 수정할 수 있는 결정지원 기능도 갖추고 있다.
넷퍼셉션의 매출은 대부분 인터넷 솔루션에서 나오지만 웹사이트, 전화, 상점, 휴대전화, 이메일 등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총동원해 고객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넓힐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넷퍼셉션 포 콜센터’(Net Perceptions for Callcenter)는 전화판매 사원이 모니터를 통해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로 고객과 상품, 가격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면서 통화중인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비슷한 다른 상품을 소개해주고, 추가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추천해준다.
‘넷퍼셉션 포 마케팅 캠페인’(Net Perceptions for Marketing Campaigns)은 개인화된 광고 이메일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이다.
넷퍼셉션이 제공하는 솔루션의 연간 이용료는 최저 5만달러에서 수십만달러까지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마다 퍼스널라이제이션 바람이 불면서 넷퍼셉션의 매출액은 97년 300만달러, 98년 4500만달러, 지난해 1억5천만달러로 무섭게 늘고 있다.
하지만 초기 마케팅 비용과 연구개발비 때문에 아직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넷퍼셉션의 주식은 올 초 한때 66.50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지금은 지난해 하반기 수준인 16달러로 내려앉았다.
넷퍼셉션은 전체 328명의 직원 가운데 연구개발인력이 116명으로 가장 많다.
세일즈와 마케팅이 90명, 고객 지원은 64명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사들인 파이어플라이나 안드로미디어 등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기술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넷퍼셉션은 오라클, 비그넷 등 소프트웨어 업체 그리고 IBM, 휴렛팩커드 등 하드웨어 업체들과 제휴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간접적인 판매 비율을 높이고, 기존 애플리케이션과 통합해 소프트웨어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제휴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덕분이다.
넷퍼셉션의 수석연구소장이면서 전략가인 리 거드스는 “21세기에는 모든 기업이 퍼스널라이제이션 중심의 전략으로 바꾸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할 것”이라고 말한다.
“전자상거래로 인해 구매의 주도권이 판매자에게서 소비자에게로 넘어감에 따라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어떻게 하면 더 빨리 편하게 찾을 수 있게 해주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속도가 승패를 좌우하는 전자상거래에서는 실시간 추천 기술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실시간 퍼스널라이제이션 기술을 이용하는 아마존과 드러그스토어에서 인터넷 이용자들이 실제 구매로까지 연결되는 비율은 각각 8.3%와 7.9%인 데 반해, 이 기술을 이용하지 않은 비욘드나 릴, 제이크루는 각각 4.5%, 3.5%, 3.4%에 불과하다.
퍼스널라이제이션을 채택한 시스템은 고객의 정보가 쌓이고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많아질수록 더 예측의 정확도와 지능이 높아진다.
따라서 일찍 퍼스널라이제이션 전략으로 바꾸는 사이트가 더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쿠키를 이용한 정보수집 규제하면 치명타 그러나 퍼스널라이제이션에도 복병은 있다.
사이트에서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쿠키나 IP어드레스 등을 이용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상세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정보가 유출될 경우 심각한 프라이버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만일 누군가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유출해 악용할 경우 넷퍼셉션은 치명타를 맞을지도 모른다.
아직 미국에서는 이를 규제하려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쿠키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을 규제하려 하고 있어 넷퍼셉션을 긴장시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