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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참아라, 그래야 뜬다?
[요르단] 참아라, 그래야 뜬다?
  • 김동문
  • 승인 2000.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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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열악한 인터넷 사용환경...느림보 속도에 사용료도 비싸
거의 공짜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한국. 늦게 뜨는 웹사이트는 왕따당하고, 네티즌을 기다리게 하는 업체는 길게 못 간다.
한국의 네티즌들은 가히 빛의 속도로 인터넷의 바다를 항해할 수 있다.
인터넷에 관한 한 한국은 행복한 나라다.


거기에 비하면 열사의 나라 아랍은 불행한 곳이다.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정도로 인터넷 사용환경이 열악하다.
인터넷 사용료가 가장 싼 곳이 아랍에미리트인데, 30시간에 20달러를 접속료와 통신료로 내야 한다.


사실 이 정도만 돼도 아주 양호한 편에 속한다.
시리아의 경우는 30시간 사용에 11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거의 10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아랍 국가 전체의 평균 사용료는 55달러에 이른다.
그야말로 ‘악’ 소리나는 사용료다.
이처럼 인터넷 사용료가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아랍권에 인터넷이 도입된 지 1년반밖에 안 돼 사용자 수가 적고, 기반시설도 덜 갖춰져 있다.
아랍 지역의 현재 인터넷 인구는 2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지역 전체 인구가 2억8천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1%에도 못 미칠 만큼 초보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인터넷 전용선도 보급되지 않은 실정이다.
ADSL이나 케이블TV, ISDN 등은 아직 낯선 용어에 속한다.
하지만 네티즌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전화요금이다.
인터넷 전화요금은 일반전화 요금과 차별을 두지 않기 때문에 전화사용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나마 아랍에미리트의 인터넷 사용료가 싼 것은 통신회사인 아랍에미리트통신(Etisalat)이 아랍 국가에서는 유일하게 일반요금과 구분해 인터넷 통신료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 보려면 인내력을 길러라 비싼 이용료를 내지만, 인터넷을 제대로 이용할 수도 없다.
대부분 모뎀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이 폭증하는 시간대에는 체증이 심각하다.
인터넷 서비스 공급 업체가 32KB의 모뎀속도를 지원하지만 체증시간대에는 전송속도가 10KB 아래로 뚝 떨어지기 일쑤다.
2~3페이지 분량의 텍스트 파일을 이메일로 보낼 경우에도 대개 20~30분 정도는 참고 기다려야 한다.
그래픽이 많은 홈페이지가 완전히 제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대하려면 자신의 인내력을 시험해야 한다.
현재 아랍 지역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 업체 수는 이집트가 34개로 제일 많고, 사우디아라비아가 25개, 레바논이 16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수준은 도토리 키재기 격으로 열악하다.
그나마 알제리, 오만, 카타르, 시리아, 리비아, 예멘, 수단 등은 한개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랍 지역의 정보통신 잠재력이 뛰어나다는 데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국제정보산업 관계자들은 이 지역 인터넷 인구가 2002년까지는 현재의 여섯배인 12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 인터넷 업체들의 진출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10월까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중동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들어선 인터넷 서비스 공급 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각국 정부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인터넷 사용 형편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인터넷 시대에 뒤처져 살지만 절대 다수는 그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곳이 아랍이다.
아랍 지역의 폐쇄성은 인터넷 사용 증가를 더디게 하면서 또한 동시에 잠재력의 보고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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