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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통신] 인터넷에서 직접 책을 만든다
[미국통신] 인터넷에서 직접 책을 만든다
  • 이철민
  • 승인 2000.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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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3월14일 스티븐 킹의 신작 <라이딩 더 불릿>(Riding the Bullet)이 인터넷을 통해서만 공개되면서 전자서적(e-book)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출판하거나, 망하거나?’와 같이 자극적인 제목을 단 기사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출판업계는 대응책을 찾느라 바쁘다.


전자서적의 핵심은 기존 출판업계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완벽하게 분해(Deconstruction)되고 간결(Disintermediation)해진다는 데 있다.
따라서 저자-출판사-유통사-서점-독자로 명확히 구분된 영역에서 각자 수익을 창출해온 업체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격변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기존 출판사가 전자서적을 전담하는 팀을 구성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베텔스만은 ‘랜도 하우스’(Rando House)라는 내부팀을 꾸려, 회사의 모든 책을 전자서적으로 만들어 시판할 계획이다.
반즈앤노블스는 대표적인 전자서적 서비스 회사인 ‘아이유니버스’ www.iuniverse.com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광고 보면 전자서적을 공짜로 최근에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광고를 보면 전자서적을 공짜로 볼 수 있는 ‘북페이스’ www.bookface.com라는 서비스가 특히 눈길을 끈다.
책을 내려받을 수 없고, 온라인 상태에서만 읽을 수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원하는 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게 해준다는 아이디어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동승해 진짜로 파격적인 서비스를 준비하는 회사가 등장했다.
우리에게는 <깡통들을 위한>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포 더미즈>(For Dummies) 시리즈를 출판하는 아이디지북스(IDG Books)다.
이 회사는 여러 종류의 책에서 독자가 원하는 내용을 담은 부분만 떼어내 새로운 책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대형 출판사가 이렇게 독자들에게 책의 일부를 편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출판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를 우려하는 쪽에서는 이것이 책의 기본적인 존재형태를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기대의 목소리를 내는 쪽에서는 마침내 출판사들도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수필, 시 그리고 소설 이미 아이유니버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525개나 되는 <포 더미즈> 시리즈를 전자서적 형태로 판매하고 있는 아이디지북스는 독자가 요청한 대로 편집된 책을 판매함과 동시에, 독자가 원할 경우 편집된 책을 실제로 제본해 배달해줄 예정이다.
또한 이른 시일 안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4천여편의 책들을 모두 전자서적으로 서비스하고, 추후에는 다른 출판사들까지 끌어들일 계획이다.
이미 많은 출판사들이 이런 움직임에 자극받아 독자적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독자들이 이런 서비스를 통해 사고 싶어하는 도서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길이가 짧은 수필, 시나 일반적인 실용서들의 경우와는 달리 도서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설의 경우 이런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디지북스의 시도는 자사가 가지고 있는 <포 더미즈> 시리즈의 생명을 최대한 늘려보기 위한 것일 뿐, 다른 출판사에까지 확산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전자서적이 기존 출판시장을 뿌리부터 뒤흔들 것인가. 전자서적의 도전이 성공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내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그 답은 눈을 부라리고 지켜보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작은 조짐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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