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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거품붕괴도 아랑곳없는 벤처투자
[머니] 거품붕괴도 아랑곳없는 벤처투자
  • 박종생
  • 승인 2000.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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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벤처캐피털 3분기 투자실적…25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2.3% 늘어 나스닥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여전히 벤처기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나스닥시장은 지난 4월 거품이 터진 뒤 예전의 화려했던 기록들을 단지 추억거리로만 간직하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3월 고점(5132포인트)에 견줘 40% 가까이 떨어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그 여파로 기업공개(IPO)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이에 따라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벤처캐피털들이 투자를 대폭 줄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었다.
그러나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돈을 마구 쏟아붓고 있다.
최근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와 벤처이코노믹스가 공동조사한 미국 벤처캐피털들의 3분기 투자실적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들 기관에 따르면 3분기 투자총액은 259억달러로 2분기 278억달러에 견줘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런 투자액은 전년 동기(142억달러)보다 82.3%나 늘어난 숫자다.
인터넷 거품이 터지기 이전 투자액보다도 더 많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초기’ 벤처투자 감소, ‘팽창’ 벤처투자 증가 벤처캐피털들이 올 들어 지금까지(1∼9월) 투자한 금액은 모두 799억달러로 이미 사상 최고 투자액을 자랑했던 지난 한해 수준(595억달러)을 넘어섰다.
벤처투자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지만, 벤처캐피털들의 식욕이 여전히 왕성함을 증명한다.
이는 또다른 조사기관인 벤처원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벤처원 조사에 따르면 3분기 미국 벤처캐피털들 투자금액은 161억달러로 2분기(172억달러)보다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미국 벤처캐피털들의 투자패턴은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콘텐츠와 전자상거래 부문이 인기를 잃은 반면 소프트웨어 및 통신장비, 특히 광섬유 네트워크 장비 부문이 각광을 받고 있다.
벤처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대한 투자는 3분기에 3억7850만달러로 2분기(4억6910만달러)보다 19.3%나 감소했다.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에 대한 투자도 2분기에 5억70만달러에서 3분기에는 4억838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광섬유 네트워크를 포함한 통신장비 업체들은 이 부문 주가상승에 힘입어 투자를 많이 받았다.
이 부문에 대한 투자는 2분기 23억달러에서 3분기 32억달러로 거의 10억달러나 증가했다.
이는 이 부문에 대한 지난 한해 총투자액(37억달러)에 근접하는 숫자다.
그렇다고 통신장비 분야가 계속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악셀파트너스 파트너인 짐 브레이어는 “최근 네트워크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떨어짐에 따라 올 4분기와 내년에는 통신장비 업체들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NVCA와 벤처이코노믹스는 이보다 더 상세한 조사자료를 내놓았다.
순수 인터넷 분야는 3분기에 115억달러로 전분기(140억달러)보다 17.6%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 분야가 전체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1%에서 44.5%로 줄어들었다.
반면 통신 분야는 45억달러로 전분기에 견주어 17% 늘어났다.
생명공학과 건강 관련 분야도 투자액이 각각 전분기 대비 140%, 69% 증가했으며, 컴퓨터 하드웨어와 반도체/전자 분야도 각각 51%, 16% 늘어났다.
인터넷 관련 투자에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액수가 감소했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도구(Tools) 부문은 전분기에 견줘 33.2%나 감소했으며 전자상거래 및 콘텐츠 부문과 통신·인프라 부문도 각각 25.5%, 12% 줄어들었다.
인터넷 서비스는 4.7% 감소했다.
스타트업 단계인 초기 벤처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고 팽창 단계에 있는 벤처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가 늘어나는 점도 새로운 변화다.
벤처이코노믹스 조사에 따르면 초기단계(early stage)에 있는 벤처에 대한 투자는 전체 투자액의 19.9%로 2분기(25.7)보다 6%포인트 줄어들었다.
반면 팽창단계(expansion stage) 기업에 대한 투자는 2분기에 전체 투자액의 53.7%에서 56.4%로 증가했다.
IPO 직전의 후기단계(later stage)에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18.4%에서 22.3%로 늘어났다.
주식시장 불안이 이런 변화의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만큼 투자금을 가급적 빨리 회수할 수 있는 벤처기업들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벤처캐피털들의 자금 공급원 아직은 든든 미국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몇가지 이유로 이를 설명한다.
우선 인터넷 분야 투자감소분을 통신장비와 같은 인프라 부문 투자증가분이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벤처캐피털들이 지난 2~3년간 누려온 고수익의 달콤한 기억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닷컴기업에 투자해서 엄청난 수익을 올렸으며, 이제는 통신장비 부문에서 그런 화려한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두번째는 후속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털들이 초기단계 벤처기업들에 투자한 뒤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번째는 미국 일반 투자자들이 벤처캐피털들에 여전히 돈을 몰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벤처캐피털들은 올 상반기에만 303억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지난 한해 동안 모은 금액이 512억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 일반 투자자들의 벤처투자 열기가 식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수익률은 올 들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 59.4%에 이르렀던 투자수익률은 올 1분기에 23.1%로 급감했으며, 2분기에는 3.9%까지 떨어졌다.
물론 이런 수치는 올 2분기에 나스닥시장 수익률이 마이너스 13.3%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한자릿수 수익률이 지속될 경우 미국 일반 투자자들 자금이 벤처캐피털들에게 계속 공급될지는 의문이다.
자금공급원이 차츰 고갈되고, 투자회수마저 어려움을 겪는다면 제아무리 탁월한 미국 벤처캐피털들이라도 지금과 같은 막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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