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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이버 콜라텍’을 만들자
[문화] ‘사이버 콜라텍’을 만들자
  • 김수화(웹패턴테크놀로지)
  • 승인 2000.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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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의 인터넷 중독에 컴맹 부모들 냉가슴…청소년을 위한 사이버 공간 필요
사례1: “엄마가 뭘 알아”
컴맹인 이아무개씨 딸(초등학교 6학년)은 집에 돌아오면 채팅에 열을 올린다.
이씨는 그때마다 “채팅, 그만 좀 해라”며 타일러보지만 그럴 때마다 되돌아오는 딸아이 핀잔에 주눅이 든다.
“엄마가 채팅이 뭔지나 알아? 요즘 애들 프리챌이나 세이클럽에 하루 한시간씩 안 가는 애들이 없어.” 이씨는 꿀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프리챌이 뭔지 세이클럽이 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사례2 : “저, 컴퓨터로 숙제 했어요”
보험회사에 다니는 박아무개씨는 하루의 대부분을 밖에서 일한다.
저녁 늦게 퇴근해 집에 들어오면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은 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너, 또 오락 하는구나”라고 다그치자 아들이 한심하다는 투로 바라본다.
“아니야, 숙제 하는 거야. 요즘엔 컴퓨터로 하는 숙제가 많단 말야”. 아들이 하루에 몇시간씩 컴퓨터나 인터넷에 매달려 있는지 통 알 수가 없으니 할 말이 없다.
세대차이, 그리고 인터넷 학부모, 특히 주부들의 경우 인터넷이라는 낯선 매체의 등장으로 자녀들을 이해하기가 더욱 어려운 세상이 됐다.
수많은 웹사이트 이름이 이제는 일상의 대화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나 어제 세이클럽에 갔는데, 거기서 남자애 만났다”는 딸아이 말에, 세이클럽이 무슨 카페 이름인지, 쇼핑센터 이름인지 모르는 부모는 당혹스럽다.
국내에만 무려 12만개가 넘는 웹사이트가 있다.
부모들 입장에서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이란 단지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가 아닌가의 문제일 뿐이다.
어떤 사이트에 자녀가 몰두하고 있는지 파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이버 공간을 건설하는 주체는 분명 청소년도 주부도 교육당국자도 아니다.
그 들은 순수한 이용자일 뿐이다.
수십만개가 넘는 웹사이트가 청소년의, 청소년에 의한, 청소년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이버 공간이 말 그대로 교육적인 공간이길 바란다면 그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서울에 사는 학부모 주부 78명을 상대로 웹사이트 주제를 30개 카테고리로 분류해 자녀들에 대한 유용성 여부를 평가하게 했다.
<표 참조> 30개 가운데 11개(36%)가 매우 유익 또는 유익하다고 응답했고, 12개(40%)는 보통이라고 응답했으며, 나머지 7개(24%)는 유용하지 않거나 유해하다고 응답했다.
한가지 눈여겨볼 점은 10대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웹사이트 20개가 학부모 기대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학습이나 문화, 예술 사이트에 가기를 바라지만 자녀들은 커뮤니티, 이메일, 채팅 사이트를 찾는다.
부모들은 이런 사이트가 자녀들에게 그다지 유용하다고 평가하지 않고 있다.
청소년들이 관심을 쏟는 주제는 검색 사이트의 검색어로 파악할 수 있다.
네이버 www.naver.com 의 경우 최근 청소년들이 가장 즐겨 찾는 검색어는 게임, 포켓몬, 채팅, 디지몽 등이다.
학부모들이 유용하다고 평가하는 사이트엔 친구도 없고 재미도 없는 것이다.
대규모 커뮤니티 사이트나 채팅 사이트의 경우 청소년만을 위한 사이트가 따로 없다.
대부분의 웹사이트는 기본적으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터넷에서 청소년들만이 갈 수 있거나 그들만의 문화를 위한 공간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10대와 20대 심지어 50대까지 모두 하나의 공간에서 같은 주제로 인터넷을 즐긴다.
그러니 ‘잡탕문화’가 생겨난다.
감수성이 강하고 수용성이 뛰어난 청소년들에게 중독성이 강한 성인물은 벗어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다.
유해한 사이버 공간을 만들어냈다면 그것은 기성세대 잘못이다.
집밖을 나오자마자 PC방과 선정적인 인터넷 사이트가 널려 있다.
청소년들이 그곳으로 가는 것은 자연스런 일 아닌가. 동시대를 사는 이방인 순기능 이면에는 늘 역기능이 있게 마련이다.
인터넷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 그리고 산업자원부까지 나서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인터넷게임을 잘하면 대학도 들어갈 수 있는 시대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옆에서 자녀들의 게임중독, 채팅중독을 염려하고 있다.
부작용이나 역기능에 대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클린턴 행정부가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highway)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95년부터 인터넷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법규와 규약을 제정했다.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그러나 실제로 청소년들에게 쏟는 노력은 걱정에 비해 턱없이 미흡하다.
걱정은 해결책이 아니다.
부모는 컴맹이고 자녀는 컴도사라면 이들은 이미 동시대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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